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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美 국회의원들이 朴 대통령 앞에 줄서 사진찍으려 한 이유는?

by 달빛아래서 201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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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회의원들이 朴 대통령 앞에 줄서 사진찍으려 한 이유는?

  • 장상진 뉴욕특파원
  •  

    입력 : 2013.05.27 02:59 | 수정 : 2013.05.27 09:01

    
	장상진 기자
    장상진 기자
     “미국 정부가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사용하도록 요구하겠다.”

    이달 10일 저녁, 미국 뉴저지 클로스터의 한 주택에서 중년 남성이 한 말입니다. 그의 이름은 에드 로이스(Ed Royce·62). 공화당 소속으로 지금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입니다. 지도 표기를 관장하는 국무부 지명위원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이지요.

    이 발언은 대통령 방미 기간 벌어진 전례없는 성추문에 모든 미디어들의 관심이 집중된 탓에 그러나 한국 언론매체 어느 곳에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인들은 로이스 의원의 ‘깜짝 선언’에 “정말이냐?”, “이 사실을 공개해도 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로이스 의원은 거듭 “슈어(Sure·물론), 슈어”라고 말하면서 “나는 내가 친한파(pro-Korean) 의원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도 했습니다.

    
	뉴저지 한인밀집 지역구의 빌 패스크렐 연방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촬영한 기념사진. 그는 이 사진을 지역구 한인언론사에 보냈다. /사진= 장상진 기자
    뉴저지 한인밀집 지역구의 빌 패스크렐 연방하원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촬영한 기념사진. 그는 이 사진을 지역구 한인언론사에 보냈다. /사진= 장상진 기자

    이는 미국내 친(親)이스라엘계 의원들이 이스라엘 커뮤니티 모임에서 관례처럼 사용하는 것을 본딴 표현입니다. “미국은 위안부와 독도·동해 문제에 대해 일본에 보다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도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로부터 엿새 후, 연방의회에서 본회의 도중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한 로이스 의원은 단상에 올라가 작심한 듯 일본 우익 진영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클릭)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10일 한인교포들이 마련한 후원행사에서 '동해 병기' 서명록을 건네받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미국의 동해병기 입장을 만들어 낼 것을 약속했다. /사진= 장상진 기자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 10일 한인교포들이 마련한 후원행사에서 '동해 병기' 서명록을 건네받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책임지고 미국의 동해병기 입장을 만들어 낼 것을 약속했다. /사진= 장상진 기자

    박 대통령 의회 연설 앞두고 연방의사당 ‘입장권 구하기 전쟁’ 벌어져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미 연방의회 합동연설을 앞두고 뉴욕·뉴저지·캘리포니아 등 한인(韓人)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상·하원 의원들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을 수 있는 연방의사당 방청석 입장권을 구하기 위해서였지요.

    의회는 이 입장권을 지인 초청 용도로 상·하원 의원에게 똑같이 1인당 1매씩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지역구에 한인이 많이 사는 의원들이 그렇지 않은 지역구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초청권을 부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최근 일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망언에 대해 “경멸스럽고 혐오스럽다”는 성명을 냈던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당·뉴욕) 의원은 보좌관을 전원 동원해 20장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빌 패스크렐(민주·뉴저지) 의원은 어느 한인 지인의 입장권 부탁에 “모두 4장을 구했는데 하나만 남았다”며 표를 건넸다고 합니다. 그는 연설 당일 보좌관 1명을 의사당에 배치해 지역구에서 올라온 한인 안내를 전담토록 했습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수많은 미국 의원들이 의사당에서 박 대통령과 단독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습니다. 이 사진의 용도요? 지역 언론사에 보내기 위해서지요.

    현지 교민들은 이같은 미국 연방의원들의 태도 변화에 대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고 입을 모읍니다. 21년전인 1992년 4월말 발생한 LA폭동 때 한인 커뮤니티가 폭도들에게 폐허로 변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게 미국 정치인들이었던 걸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낸 비결은 뭘까요? 간단히 말해 재미 한인들의 ‘표(票) 힘’ 입니다.

    현재 미국 거주 한인의 수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정치인들은 특정 지역에 커뮤니티를 이루고 집중 거주하는 한국인이 “몰표를 준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시민참여센터 자원봉사자가 미국의 한인 대형마트에서 한국계 시민권자들로부터 유권자등록을 받고 있다. /사진= 장상진 기자
    시민참여센터 자원봉사자가 미국의 한인 대형마트에서 한국계 시민권자들로부터 유권자등록을 받고 있다. /사진= 장상진 기자


    ‘코리아코커스’에 거물급 연방의원들 몰리고 규모도 두배로 팽창


    게다가 한인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율은 LA 폭동 당시 각각 7%, 5% 수준에 불과했으나 2008년 선거에서는 55%와 68%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이를 주도한 본산은 뉴욕·뉴저지에 본부를 두고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참여센터’(옛 한인유권자센터)입니다. 시민참여센터는 뉴저지주 교포인 김동석(54)씨가 1992년 LA폭동을 겪은 뒤 “정치력 신장만이 살 길”이라는 판단 아래 1996년 세운 비영리 단체입니다.

    미국은 시민권자라도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가 별도의 ‘유권자 등록’을 마쳐야 투표권이 부여됩니다. 시민참여센터의 첫 활동은 이 유권자 등록률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유권자 등록 신청서는 시민권을 받는 장소인 시청이나 우체국 등에 늘 비치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집어서 읽어보고 등록하는 한인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영어로 된 데다 관심도 높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이 단체의 김동석 상임이사(당시 대표)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교회 등 한인들이 많이 찾는 종교기관이나 행사장을 주말마다 찾아다니며 “시민권자이세요?”라고 물어보고,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그 자리에서 유권자 신청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원시적인 방법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10여 년 동안 동부지역 한인사회에서 약 5만명의 한인을 유권자로 등록 시켰습니다.

    그 영향으로 2003~04년부터는 한인(韓人) 신문과 방송매체에 미국 정치인들의 유료(有料) 캠페인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인들의 ‘정치 파워’를 인정받았다는 증거이죠.

    시민참여센터는 더 바빠졌습니다. 기업이 막대한 정치 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소프트 머니(soft money) 금지법’이 제정되고, 정치인들이 일반 시민의 소액 기부를 모아줄 수 있는 시민단체에 의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들입장에선 투표를 통한 낙선 압박 등과 같은 ‘채찍’은 물론 정치자금이라는 ‘당근’까지 손에 쥐게 된 셈이지요.

    2007년 미국 연방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한 사례입니다. 당시 일본은 대대적인 로비를 통해 결의안 저지에 나섰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일본측 로비스트들을 만난 뒤 일본쪽으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한인 파워에 눌려 위안부 결의안이 채택되는 쾌거를 이뤘지요.

    미국 의회 내 친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Korea Caucus)도 대폭 확대됐습니다. 2003년 우리 대사관이 처음 만든 ‘코리아 코커스’는 당시까지 22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었는데, 시민참여센터는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친한(親韓) 성향의 의원을 일일이 찾아가며 직접 설득해 회원 수를 두배 정도인 40여명으로 늘렸습니다.

    강화된 ‘코리아코커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독도의 미국 내 명칭 변경 시도 저지 등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올해에는 공화당 원내수석부총무로 ‘서열 3위’인  피터 로스캠(Peter Roskam·52) 의원을 의장으로 영입해 그 위상을 더욱 높였습니다.

    
	피터 로스캠 공화당 수석원내부총무가 지난 3월 열린 코리아코커스 제113회기(2013~2014년) 출범식에서 공동의장을 맡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책상을 둘러싸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석 시민참여센타 상임이사. 스캇 가렛(공화·뉴저지), 마이크 켈리(공화·펜실베니아), 인사말을 하는 피터 로스캠(공화·일리노이) 의원, 최영진 주미대사, 찰스 랭글(민주·뉴욕) 의원.  /사진= 장상진 기자
    피터 로스캠 공화당 수석원내부총무가 지난 3월 열린 코리아코커스 제113회기(2013~2014년) 출범식에서 공동의장을 맡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책상을 둘러싸고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동석 시민참여센타 상임이사. 스캇 가렛(공화·뉴저지), 마이크 켈리(공화·펜실베니아), 인사말을 하는 피터 로스캠(공화·일리노이) 의원, 최영진 주미대사, 찰스 랭글(민주·뉴욕) 의원. /사진= 장상진 기자


    재미 한인 정치파워의 원천인 ‘시민참여센터’ 창립 후 최대 위기 몰려


    그러나 시민참여센터는 창립 17년째인 올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재외국민 참정권 도입’이란 유탄(流彈) 때문입니다. 이 방안으로 교민사회의 관심이 미국 정치를 떠나 한국 정치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 후원금 급감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민참여센터는 매년 4월에 단 한 차례 연간 운영비 50만달러의 ‘종자돈’을 마련하는 모금 행사를 여는데, 올해는 작년 모금액(9만8000달러·행사 비용 제외)의 3분의 1을 밑도는 3만2000달러에 그쳤습니다.

    예컨대 뉴욕에서 유통업을 하는 사업가 A씨는 그동안 매년 3만달러 가까운 돈을 기부했으나 올해는 이 돈을 한국 정치권에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한국 정치권이 해외 교포들에게 비례대표 의원직을 나눠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정계 진출을 내심 바라던 ‘큰손’들이 대거 한국에 ‘올인’한 것입니다.

    일부 한국 기업이 몰래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 역시 어렵습니다. ‘의리파’로 통하는 A그룹 B회장이 만 4년째 연방의원 한국초청 프로그램의 관련 비용을 매년 4만달러 정도씩 지원해 주고 있고, C그룹은 현지 법인을 통해 연봉 8000만원 짜리 변호사를 파견 형식으로 지원 중입니다.

    그러나 비자면제(visa waiver) 프로그램의 공적(功績)을 인정해 매년 1만달러를 지원해 주던 D그룹은 올해 그룹 사정상 후원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 한차례 거액을 후원한 국내 E그룹의 경우, 올해는 지원 중단을 확정했습니다.

    시민참여센터의 위축은 한인 교민들의 권익보호 차원은 물론 한미 관계에서도 손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야흐르 한껏 고양되고 있는 재미한인들의 정치 파워와 한국의 대미 외교 지렛대가 동력을 잃게되는 사태를 많은 재미한인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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