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차람 리모델링을 시도한다면훌륭한펜션으로 변신 가능하리라본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영종도 선녀 해변. 시멘트 블록에 기와를 얹은 김씨의 고향집은 1961년에 지어졌다. 구들이 깔린 3칸짜리 집과 외부 화장실이 어깨 높이 담장에 가려져 있었고, 오래되어 허물어진 담 틈으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몇 해 동안 머물던 세입자마저 떠나자 집은 더욱 황폐해져, 가족과 함께 어쩌다 들러도 문조차 열어보지 않고 주변만 머물다 돌아가곤 했다.
그 동안 쌓은 목공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 고향집 리모델링은 김씨에게 가장 크고 비싼, 또 제일 소중한 DIY 프로젝트였다.
작년 겨울, 첫삽을 들고 장장 5개월의 공사가 진행되었다. 건축회사를 다니는 중이라 자재 분석이나 구입이 일반인들보다 수월했고, 주변에 일손을 덜어 줄 선후배들도 많았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4~5명 씩 지인들을 모아 영종도로 들어왔고 2박3일 간의 혹독한 노동이 끝나면 녹초가 되곤 했다.
월요일 회사에 출근하면 손이 쥐어지지 않아 펜도 들 수 없을 정도로 고된 시간이었지만, 이상하게 마음
바닷가 쪽 담장을 허물고 나니 집에서 보는 풍광이 전혀 달라졌다. 슁글 지붕과 새하얀 벽체까지 완성되는 순간, 가족들은 너무도 달라진 집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나 5살난 아들 유빈이는 한 번 오면 서울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만큼 이곳을 좋아해 매번 아빠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Remodeling Concept 친환경 자재를 이용한 독채 펜션
방 한 곳은 옛 구들을 보완해 찜질방으로 변신시켰다. 역시 황토와 홍송루버, 한지 장판으로 마감하고 천연스테인을 사용했다. 옛날 구조의 집이지만, 최대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김씨는 자재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신 직접 시공을 진두지휘하고 품앗이 노동력을 활용했기 때문에 리모델링 비용은 채 1천만원도 들지 않았다.
2천6백㎡에 달하는 마당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아래는 텃밭, 그 위는 놀이터, 맨 위가 펜션의 자갈 마당이다. 해가 잘 드는 남동향 마당에는 6인용 테이블 2 개와 비바람을 막는 캐노피 천막이 손님들의 저녁 시간을 책임진다.
전면으로는 새로 세운 담장과 문패, 아주 작은 우편함에서 그의 아가자기한 목공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실내 가드닝 강의까지 할 정도로 꽃과 나무에도 일가견이 있기에, 담장 위 화단 장식과 어프로치 등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느낄 수 있다.
늘 열려 있는 펜션 거실을 통해서는 추억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 1천장의 LP판을 모았을 만큼 음악애호가인 김씨가 손님들을 위해 마련한 즐길 거리다. 젊은 세대들은 플레이어의 핀 맞추는 일도 낯설겠지만, 나이 지긋한 이들은 펜션에 놀러와 술 몇 잔에 금세 DJ로 변신한다.
“손님이 찾아와 저와 첫 인사를 나눌 때 배경음악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매우 큰 것 같아요. 레코드로 듣는 음악이 지직거리며 시작하다 이내 편안해지듯이, 손님과 저 사이의 관계도 어색한 순간은 아주 짧을 뿐이에요. 저녁 내내 서로 마음을 트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 펜션지기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김씨는 음악 외에도 와인, 사진, 여행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다. 복분자나 사과로 와인을 담아 나누고, 손님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 온라인 카페에 올려 둔다. 손님들은 사진을 내려받기 위해 다시 사이트에 들리고, 그렇게 댓글과 인사들이 또한번 오가며 펜션의 소중한 후기들이 쌓인다.
펜션을 예약하려면 최소한 두 달 전에는 서둘러야 한다. 김씨가 아직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터라 주말에만 손님을 받는 데다, 오로지 한 팀만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그가 가진 펜션 운영의 특별한 철학이 있다.
“저 자신이 여행을 좋아해서 수많은 펜션들을 다녀봤어요. 정작 다시 찾는 곳은 화려한 시설보다는 어느새 말벗이 된 친한 주인이 있는 곳이더군요.”
그는 손님맞이에 정성을 다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전화로 미리 예약하면 바비큐와 조개구이, 와인까지 직접 코스로 제공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를 개발하기 위해 늘 고민한다. 펜션 아래쪽으로는 하트 모양의 모래사장과 조개껍질 놀이터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김씨는 바로 옆에 사촌집이 있지만, 굳이 본채에 딸린 책방에서 잠을 청한다. 언제 생길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고 아침에도 먼저 일어나 주변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펜션을 운영하는 지금도 몸은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만큼 힘들어요. 하지만 새로운 꿈을 꾸게 되서 마음 한 켠은 너무 즐겁습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현재 있는 펜션부지가 대규모 국가레저사업으로 수용될 예정이다. 그래서 그는 강화도나 영월에서 생애 두번째 펜션을 구상 중이다. 영원한 펜션지기를 꿈꾸는 그는 이곳에서 완벽한 예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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