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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원수에게 예의 표하는 건 당연"…조경태 민주 최고위원의 작심 인터뷰

달빛아래서 2013. 11. 20. 17:22

정녹용 기자의 속풀이 이 카테고리의 다른 기사보기

"국가원수에게 예의 표하는 건 당연"…조경태 민주 최고위원의 작심 인터뷰

조 최고위원의 민주당 비판, "그들만의 친노 지양하고,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이용 말라 "

조경태(3선·부산 사하을·45)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은 ‘돈키호테’라고 말하기도 한다. 조 최고위원이 당의 대여(對與) 강경 투쟁을 강하게 비판하고, 지난해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도 비판하고, 당내 친노(親盧·친노무현) 강경파까지 공격 하는 등 쓴소리를 거침 없이 하기 때문이다. 당 방침과 상반된 얘기도 수시로 한다.

그런 그가 또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 민주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표한 것이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은 일어서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중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은 조 최고위원과 박병석 국회부의장 두 사람 뿐이었다.

조 최고위원은 19일 ‘프리미엄 조선(premium.chosun.com)’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외국의 원수가 국회에 왔을 때도 일어서서 예의를 표하는데 하물며 우리 국가원수가 왔는데 예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조 최고위원은 50분여의 인터뷰 내내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당이 주장하는 대선개입 의혹 특검에 대해서는 “특검을 해서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도 어렵고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고 반대했다. 친노 강경파를 겨냥해서는 “계파의 패권화된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자신들이 하는 건 다 옳다는 오만과 독선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이러다 당에서 집중 공격을 당하는 게 아닌가 우려될 정도다.
조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17·18·19대 내리 3선을 했다. 민주당 내 유일한 영남지역 중진 의원이다. 지난 5월에는 최고위원 선거에서 2위를 했다. 당 지도부인 그가 왜 이렇게 당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할까.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얘기를 들어봤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프리미엄 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종찬기자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프리미엄 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종찬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마치고 퇴장할 때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다. 거기에 여야가 어디 있나. 외국의 원수가 와도 일어섰던 기억이 난다. 하물며 우리나라 원수가 왔는데 예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당에서 행동을 통일한 것 아닌가.
“그런 것은 없었다. 서로가 자율적인 의사에 맡겼다.”

―당내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나.
“뭐 그런 건 없다. 일부에서 우리가 집권했을 때 과거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그랬지 않았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은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정연설 때) 일어나지 않았으니 우리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맞짱 대응’식의 주장이다. 그러면 그 때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동이 잘 한 것이냐? 잘못한 것이다. 잘못한 것을 왜 또 따라 하나. 정치가 성숙된 모습으로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은 어떻게 봤나.
“다 지켜봤는데 무난한 시정연설 내용이었다고 본다.”

―민주당에선 혹평이 나오고 있다.
“항상 야당은 비판적인 소리를 견지해 왔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에도 정국이 풀리지 않고 있는데.
“정국이 이렇게 꼬인 것은 정부여당의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이 있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정국을 풀기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좀 더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그런 정치를 해야 한다.”

조 최고위원은 최근 “민주 당원임이 부끄럽다는 사람이 늘었다” “특검은 정쟁으로 비춰진다” “이불 쓰고 만세 부르는 식의 투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등 당 비판 목소리를 연이어 냈다. 다소 격한 표현도 있다. 그런 말에 담긴 속뜻이 무언지 물어봤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 주장에 대해 비판했는데.
“특검을 해서 새로운 게 나온다면 특검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특검을 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사실을 밝힐 수 있겠는가. 또 하나, 검찰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 하려면 처음부터 야당이 특검을 주장했어야 옳았다. 갑자기 특검 주장이 나왔다. 국민적 시각에서 봤을 때 자칫 정쟁의 형태로 흐를 수도 있다. 민생을 챙기길 원하는 국민 바람에 배치되는 행동이다. 거의 1년 가까이 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들이 상당히 지쳐 있다. 새누리당 지지자 뿐 아니라 야당을 지지했던 분들도 만나보면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민주당 최고위원으로서 바닥의 민심을 전해줘야 할 책무가 있다.”

―‘민주당원이라는게 부끄럽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는데.
“민주당원들, 특히 서울에 사시는 분들 목소리를 담아서 말씀드린 거다. 왜 그런지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냉정한 평가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좋은 이야기만 들으려고 하고 쓴소리는 잘 안들으려 한다. 그런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다.”

―‘대자보 붙이는 방식’, ‘이불 쓰고 만세부르는 방식’의 투쟁은 지양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시대가 바뀌었다. 1970,80년대 학생운동 시절 독재권력과 싸웠던 그런 때가 아니다. 지금은 여야가 국정운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야당이 하고 있는 방식은 과거식이다. 우리가 2013년에 살고 있는데 행동은 70,80년대식으로 해서 되겠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쪽 지지자들만 부추기는 식이 이불 속에서 만세 부르는 거다. 그렇게 가선 안 된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중도에 있는 세력들, 합리적인 보수 세력들도 우리 쪽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외연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문재인 의원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가했다.
“저는 계파의 패권화된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편만 다 해야 하고, 우리가 하는 게 다 옳다는 오만과 독선에 대해 고쳐나가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면서 그 사람이 특정 일부 사람만을 얘기해선 안된다.”

―본인이 친노 출신으로서 친노를 강력히 비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하는 분들 중에 친노 아닌 분들 어디 있나.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했던 분들이 다 친노다. 어떻게 자기들만 친노인가. 그들 만의 친노를 지양해야 한다. 이제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해선 안 된다. 자꾸 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나. 노무현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서 가야 한다. 더 이상 친노니 비노(非盧)니 하는 계파적인 분리는 무의미하다.”

조 최고위원은 2002년 16대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정책보좌역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자문위원을 지냈다. 일찍부터 친노였던 셈이다. 2004년 17대 총선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조 최고위원의 성공사례를 학습할 필요가 있다며, ‘조경태 학습관’을 지으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조경태 최고위원은 "국가 원수에 대한 예의 표시는 당연하다"고 했다. 오종찬기자
―돈키호테식으로 자기 주장만 한다는 비판도 있다.
“저는 민주당 당원들이 뽑아준 최고위원이다. 저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당원에 대한 모독이다. 제가 다섯 번 총선에 출마해 두 번 떨어지고 세 번 당선됐다. 제가 쉽게 행동할 사람이 아니다. 많은 당원들, 국민들과 함께 숙고한 뒤 나오는 얘기다. 당원들과 국민들 대다수의 뜻을 담은 얘기를 폄하해서는 안된다.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혹시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나.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과 대한민국보다는 자신들 계파를 먼저 생각하는 분들이다. 자기들하고 맞지 않으니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 몇 년 있었는지 궁금하다. 저는 18년 있었다. 저보다 오래 민주당에 있었으면 그런 말 할 자격 있다. 그 사람들이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몇 번이나 출마 했나. (목소리를 높이며) 경상도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하는 것보다 더 민주당을 위하는 게 어디 있나. 비판이야 할 수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조 최고위원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신을 향해 ‘돈키호테’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보였다.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다는 것의 어려움, 그곳에서 세 번이나 당선 된 데 대한 자부심 그런 것 등이 버무려져 있었다. 18년 민주당에서 정치를 한 자신이 섣불리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당 최고위원이면서 왜 민주당에 대해 쓴소리를 많이 하나.
“보통 자기 마음에 안 맞더라도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국민을 보고 정치 하는 게 아니라 당리당략과 당파를 보고 정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바른 소리, 쓴소리가 열려 있는 정당 문화가 필요하다. 그건 여당도 마찬가지다.”

―안철수신당이 조만간 출범한다고 하는데.
“민주당에 상당히 좋은 약이 될 것이다. 안철수신당이 뜨면 가상 지지율로 볼 때 민주당이 3당으로 전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민주당은 국민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에 대해 상당히 깊은 고민을 할 것이다.”

―민주당이 신당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나.
“서로 경쟁과 협력관계로 가야 한다. 모순 되는 말이지만 그렇게 가야 한다. 100m 달리기 할 때 혼자 뛸 때 보다 라이벌이 있을 때 훨씬 기록이 잘 나온다. 야권 내에서도 강력한 라이벌이 있을 때 한국정치가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또 대선 등 큰 선거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부터 경쟁해야 할 텐데.
“할 수 없다. 민주당 스스로가 자생력을 키우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상품이 더 잘팔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선거 때마다 연대를 말하면서 독자적 상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민주당 스스로가 최선을 다해 독자적 상품을 낼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철수 의원과 최근에 만난 적이 있다고 했는데.
“만나서 ‘한국 정치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 더 성숙된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신당을 같이 하자고 하던가.
“(웃음)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는 없었다. 그냥 한국 정치가 답답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조 최고위원은 최근 ‘소박한 정치, 세상을 꿈꾸다’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책에서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유 중 하나로 ‘이념적 좌클릭’을 꼽았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우리 민주당은 좌회전 깜빡이를 켠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였다”고 했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 이유로 이념적 좌클릭을 말했는데.
“민주당이 수권하려면 이념정당으로 가선 안 되고 대중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도와 합리적 보수 세력까지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

―민주당이 개선해야 할 핵심적인 것을 꼽는다면.
“저는 새정치의 정의를 ‘성숙된 민주주의’라고 하고 싶다. 밖에서 장외투쟁 할 것이 아니라 국회 내에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벌여 대화와 타협을 이뤄내는 정치가 성숙된 민주주의다. 우리는 지금 소수 야당이다. 다수 여당이 아니다. 국민이 이렇게 선택했다. 이를 존중하고 어떻게 하면 여당이 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체질 개선을 해 민생정당의 모습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국민 뜻에 부합한다고 본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은 강경파도 아니고 특정 계파다. 특정 패권화된 세력에 끌려가선 안된다. 제가 몇번 김한길 대표에게 ‘소신껏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김한길 대표를 지지했다. 그것은 지난 총선과 대선의 잘못된 정치문화를 종식시키라는 명령이었다. 지금 다소 김한길 대표께서 소극적이다. 국민과 다수 당원을 바라보고 소신껏 했으면 좋겠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조경태 최고위원은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하는 것보다 더 민주당을 위한게 어디 있느냐"고 했다. 오종찬기자
―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을 한 비결이 있다면.
“거창한 정치적 구호라든지 국민을 현혹시키는 단어가 아니라 현실적인 소박한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 때 한 공약은 최선을 다해 실천하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이 그런 것들을 평가해 주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신뢰다. 운도 좋은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

조 최고위원은 경남고와 부산대 토목공학과를 나왔다. 토목공학박사 학위도 있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중이던 1996년 15대 총선때 28세의 어린 나이로 국회의원에 처음 도전했다. 이후 두번 떨어지고 3수 끝에 36세때 초선으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정치적 목표가 뭔가.
“정치인은 누구나 다 꿈을 갖고 있다. 1차적으로는 당을 제대로 된 정당, 수권정당으로 바꾸고 싶은 게 제 목표다.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저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겠다.”

조 최고위원은 인터뷰 말미에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얘기를 했다. 그는 “노자의 도덕경에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라는 말이 있다”며 “여야가 한 발짝씩 양보해서 꽉 막힌 정국을 잘 풀어나가야 한다. 세상이 좀 숨을 쉬는 정치를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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