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좋은 글.그림 모음

어느 노숙인의(장금) 詩 "집시의 기도"

by 달빛아래서 2010. 5. 30.

한 수

남기고

하늘로 간

어느 노숙인의 시

 

집시의 기도

- 충청도 사랑방에서 한동안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돼, 아빠! 안 돼”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