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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1.24 03:02 / 수정 : 2010.11.24 10:37
"뇌 구조가 달라"… 신세대 직장인과 共生하려면
가르치려 하지 말고 칭찬하면서 '코치'를
'마마보이' 비난 대신 부모 입김 역이용… 회사 편으로 만들면 '가정 내 조언자'
#."팀장님 아무래도 일이 제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길을 찾고 싶습니다. ㅠㅠ"금융업에 종사하는 김모(35) 과장은 일한 지 몇 개월 안 된 부하 직원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사표를 통보받았다.
한 통도 아니고 일곱 통의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어이없어하는 김 과장에게 친구들이 하는 말.
"괘념치 마. 요즘 애들 다 그래." 김 과장과 친구들은 한때 '요즘 애들'로 통하던 X세대(1960년대 중반~70년대 말 출생)다.
#.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이모(36) 차장은 얼마 전 금요일에 휴가를 낸 부하 직원을 다음 주 월요일에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사이 성형 수술을 하고 온 것이었다. "이걸 세대 차라고 해야 할지…."
X세대 직원조차 "뇌 구조가 달라" 하며 두 손 들게 하는 신세대 직장인. 그저 '개념 상실'이라며 웃어넘길 문제가 아니다. 어느덧 1980년 이후 태어난 직원이 조직의 23.8%(2008년 기준)에 달한다. 이제 그들과의 공생(共生)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신세대 직장인,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삼성연구소에서는 신세대 직원을 '브라보(Bravo) 세대'로 설명한다. 업무 외에 다양한 관심사를 보이고(Broad network), 평가에 민감하고(Reward-sensitive), IT·글로벌 환경 등 새것에 빨리 적응하고(Adaptable), 감정에 솔직하고 상대도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해 주기를 바라고(Voice), 회사보다 개인 생활을 중요시 여기는(Oriented to myself) 세대라는 뜻이다.
세계경영연구원 최철규 부원장은 "신세대 직장인을 이해하려면 기성세대의 관점전환(perspective taking)부터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모와도 상하 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에서 친구처럼 지내왔던 세대를 가르치려 들었다간 반항심만 자극하게 된다는 얘기. 최 부원장은 "상하 관계에서 모르는 것을 가르치겠다는 '티칭(teaching)'보다는 수평적 관계에서 신세대 직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칭(coaching)' 리더십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진현 수석연구원은 '칭찬의 기술'을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질책보다는 칭찬을 받고 자라난 세대이므로 칭찬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며 "업무에 구체적으로 피드백하고 결과뿐만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 수고한 것을 칭찬하는 게 좋다"고 했다.
◆부모까지 덤으로 이용하라!
"부모님이 좀 더 좋은 직장을 원하셔서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모(38)사장은 얼마 전 사표를 낸 신입사원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는 이후 정규직 채용에서 떨어진 한 인턴의 어머니로부터 "왜 우리 아이가 떨어졌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는 항의 전화도 받았다.
임상교육 전문가인 알리샤 티엘 미국 클라크대 부교수는 요즘 부모들이 '헬리콥터 부모'에서 '스텔스 폭격기 부모'까지 진화했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녀의 학교와 직장 주변에서 헬리콥터처럼 맴도는 걸 넘어 레이더망을 피해 적을 공격하는 스텔스 폭격기처럼 자식의 인생에 직접 개입한다는 것. 부모의 입김이 조직에 영향을 많이 끼칠 수밖에 없다.
신세대 직장인을 다룬 베스트셀러 '밀레니얼 제너레이션(millennial generation)'의 저자인 미국의 세대 전문가 린 C.랭카스터, 데이비드 스틸먼은 "부모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역이용하라"고 말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채용하면 그 부모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일석삼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과잉보호'라는 아니꼬운 시선을 걷어내고 보면 의외로 부모들이 전문성을 갖춘 조직의 훌륭한 외부 조언자가 될 수 있다. 직장 생활 1년차인 김홍준(27)씨는 "우리는 부모님이 직장 생활을 하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면서 그들의 삶의 패턴에 익숙해진 세대"라며 "부모님이 간여를 많이 한다고 부정적으로 볼 것만이 아니라 그들을 가정에 있는 '직장 멘토'로 볼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진 연구원은 "신입 사원의 부모에게 감사 메일이나 회사 홍보 메일 등을 보내 회사에 대한 부모들의 충성도를 높여 젊은 직원의 이탈을 막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내기 전에 알려주라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구세대의 말에 신세대는 항변한다. 직장 생활 2년차인 이모(26)씨는 "회사 들어올 때 서류 작성법 등 실무만 배웠지 조직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은 교육받지 않았다"며 "눈치 보고 알아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 부원장은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는 신입 사원들에게 예절 교육을 많이 한다"며 "세대 차를 탓하기보다는 직장에서의 올바른 행동과 처신에 대해 미리 알려주라"고 충고했다. 진 연구원은 "회사의 미래, 장래성 등을 과도하게 말해 장밋빛 꿈을 심어주지 말고 회사 생활에서 부딪힐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현실적 직무 안내(real job preview)'로 신세대들이 조직의 룰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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