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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은 박지성에게 "배터리 좀 빼놓고 다녀라"고 농담한다.

by 달빛아래서 2011. 2. 1.

 

[만물상] 박지성

입력 : 2011.01.31 23:09 / 수정 : 2011.02.01 05:10

 

2003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홈팀 에인트호번이 3대2로 승리했다. 홈 관중들은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에인트호번 공격수 박지성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맥주가 담긴 종이컵도 날아들었다. 승리한 홈팀 선수에게 야유라니. 박지성은 참담했다. 그는 잦은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홈팬들의 미움은 이듬해까지 계속됐다. 히딩크 감독은 그를 원정경기에만 기용해야 했다.

▶"박지성, 너희 나라에선 개고기를 먹지. 하지만 시청에서 쥐를 잡아먹는 리버풀은 더 최악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불렀던 박지성 응원가다. 라이벌 리버풀에 대한 조롱을 담고 있지만 박지성의 맘이 편할 리 없었다. 작년 초 맨유 스타디움엔 '개고기' 대신 새 응원가 '나의 박지성을 이적시키지 마세요(Don't sell my Park)'가 등장했다. 팬들이 그를 진심으로 아끼게 됐다는 얘기다.

▶에인트호번 시절에도 박지성은 홈팬의 야유를 열광적인 응원가 '위숭 빠르끄(지성 박) 송'으로 바꿔놓았다. 박지성을 공개 비난했던 동료 판 보멀도 기자회견을 갖고 박지성에게 사과했다. 비결은 그가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성실함이다. 그는 맨유 팀 내에서 '유령(Ghost)'으로 불린다. 연습경기에서 지독하게 뛰어다닌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동료들은 그에게 "배터리 좀 빼놓고 다녀라"고 농담한다.

▶박지성은 자신의 별명 중에 영국 언론이 붙여준 '이름 없는 영웅(Unsung hero)'을 가장 좋아한다. 화려한 스타들에 가려 있지만 묵묵히 열심히 뛰어 승리를 이끌어내는 '숨은 영웅'이라는 뜻이다. 맨유도 2009년 리그 우승을 거둔 뒤 '우승할 수밖에 없는 열여덟 가지 이유'를 꼽으면서 박지성을 그렇게 불렀다. 모두가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지금, 그는 더이상 숨은 영웅이 아니다.

▶박지성은 "이제 축구 인생 90분 중에 후반 20분을 뛰고 있다"고 했다. "축구 인생을 승리로 마무리하려면 어떤 엔딩이 필요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어제 그가 11년 동안 가슴에 달아 왔던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국가대표는 최상의 경기력을 지닌 선수들 몫"이라고 말해온 대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나라가 부르면 다시 올 것이다. 프랑스 지단과 포르투갈 피구가 은퇴한 지 몇 년 뒤 돌아와 월드컵 우승과 4강 진출을 이끌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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