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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야기

박근혜 이야기 1 (두번째 삶을 시작하며.)

by 달빛아래서 2012. 10. 18.

 

박근혜 이야기 1

 

<박근혜자서전 시련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의 서문중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하며” -박근혜-

 

오른쪽 뺨에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나의 소개가 막 끝나고 연단을 오르던 참이었다.

누군가가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것 같았는데,

그손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날카로움이 칼날에서 배어 나왔다는 것을 느낄 새도 없이

통증은 나의 뺨과 목 사이를 예리하게 스며 들었다.

순간,‘그래도 연설은 마쳐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바닥으로 상처를 누르고 연단에 올랐다.

연단 위에서 상처를 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깜짝 놀라더니

당장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하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주변이 소란그러워졌다.

누군가 잡아! 라고 외치는 소리.

구급차....병원! 을 외치는 소리.

기자들이 다급하게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좀 전까지 환호하며 연설을 기다리던 시민들도

온통 혼란에 빠져 술렁이는 모습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2006520

이날은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난 날이다.

5.31 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신촌사거리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피습을 당했다.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이렇게 담담하게 회상하지만,

당시 나는 죽음이라는 것이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상처를 입었을 때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을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차에 오르니

손으로 감싼 얼굴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다.

상처가 생각보다 깊어서 누르고 있던 손가락이

상처의 틈으로 들어 갈 정도로 벌어지고 있었다.

 

혼비백산한 보좌진들과 함께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는데

사색이 된 얼굴로 유정복 비서실장이 들어섰다.

내가 이렇게 누워 있으니

비서실장으로서 대표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다가오는 선거에 대한 걱정들로 그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겠는가.

안타까운 표정의 그를 보니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먼저 많이 놀라셨죠?” 라고 물었더니,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유정복실장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수술대에 오르자 부모님 생각이 났다.

총상으로 고통스로우셨을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이

수술하는 내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부모님도 이와 같이 암담한 심정이셨으리라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욱신거렸다.

살아오면서 남들이 겪지 못한 고통을 수없이 겪었지만,

이런 육신의 고통이 또 다시 찾아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당시 나를 치료했던 의사 선생님들은

내가 지금 이렇게 활동하는 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상처가 11cm 나 되고 깊이까지 깊었는데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안면신경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칼이 내려가면서 휘어졌기에망정이지

직선으로 쭉 뻗었다면, 신경을 파괴해서

평생 눈도 못 감고 입도 못 다문채 지내야 했을 것이라며

불행 중 댜행이라고 위로를 건넸다.

더욱이 상처가 경동맥 바로 앞에서 멈췄는데

5mm만 더 깊었더라도 3분안에 즉사할 수 있는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란다.

 

나에게 일어난 기적은 그뿐이 아니다.

피습을 당한곳이 병원과 가까웠다는 점과

마침 그 병원에 수술실이 비어 있었다는 점,

더군다나 이 수술에 관한 한

국내 최고라고 하는 탁관철박사께서

지방에 내려가던 중 아슬아슬하게 돌아와서

수술을 집도할 수 있었던 점은

그야말로 천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것이 어느새 1년전의 일이다.

피습사건을 겪은 뒤. 이제부터 남은 인생은

하늘이 내게 주신 덤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나에게 할 일이 남았기에

거둬갈 수 있었던 생명을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잃을 것도 , 더 욕심낼 것도 없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나의 삶은

20065월에 1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렇게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문득,나는 지난 삶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러한 변화속에서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이제부터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고 햇던 결심.

오로지 국민과 나라만 바라보자는

그 초심만큼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2007년 여름을 열며

박 근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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