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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박준영지사.이재용삼성부회장과. 시진핑의 친구된 사연(옮긴글)

by 달빛아래서 2013. 7. 12.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이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오랜 친구(老朋友)’된 비밀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은 물론 다른 나라 정상의 방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예우를 받았습니다. 특히 방중 사흘째인 지난달 29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대동하고, 박 대통령이 묵고 있는 댜오위타이(釣魚臺) 영빈관을 찾아 양원재(養源齋)에서 함께 오찬한 점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청(凊)나라 황제의 행궁(行宮)이었던 양원재는 중국의 2인자인 총리가 외국 국빈을 접대하는 곳입니다. 국가 주석이 외빈을 만날 때는 중난하이(中南海)를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인민대회당을 이용합니다.

국가 주석이 양원재를 찾는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2007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를 이곳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 내 대표적인 친중 인사 중 한명이죠.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특별오찬에 참석하였다. /청와대 제공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특별오찬에 참석하였다. /청와대 제공

일본 67대 총리를 지낸 그의 아버지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도 덩샤오핑(鄧小平)과 중일평화우호조약을 체결하면서 양국 협력시대를 열었습니다. 후쿠다 가문과 중국의 각별한 인연을 감안해 후 주석이 직접 양원재를 찾은 것입니다. 시 주석이 이곳을 찾아와 박 대통령과 오찬을 한 것은 그 만큼 ‘오랜 친구’나 ‘가까운 인물’로 여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뜻한 情과 진정성으로 환대한 박 대통령과 박준영 전남지사, 삼성전자

이런 ‘인연’은 언제 어떻게 싹텄을까요? 시기적으로 2005년이라는 게 정설에 가깝습니다. 시 주석은 당시 저장(浙江)성 당서기 신분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005~06년은 공교롭게도 당시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되던 거물들이 잇달아 방한했습니다.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서기(현 총리),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2012년 실각) 등도 한국을 찾은 것이지요. 이중 가장 환대를 받은 것은 보시라이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그를 만났죠.

시 당서기도 노 대통령 예방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해찬 당시 총리가 짬을 내 접견했습니다. 살짝 기분이 상해 있던 상황에서 그의 체면을 살려준 것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습니다. 박 대표는 지방 방문 일정을 미루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중식당 백리향(百里香)에서 2시간 가까이 그와 오찬을 함께 했습니다. 대부분 집무실에서 20~30분 간 형식적인 접견을 하고 헤어진 다른 정·관계 인사와 달랐습니다. 박 대표는 시 당서기가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자, 나중에 따로 자료를 챙겨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시 당서기는 이 일을 크게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일반 국민이든, 정치 지도자든 중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체면’(중국어로 ‘面子’)입니다. 시 당서기는 ‘중국 차기 주자’로서 한국의 차기 대권 후보를 만났으니 상당한 체면을 세운 것이죠. 예상치 못한 따뜻한 대접과 선물까지 받았으니 나름 감동한 듯 합니다.

시 주석이 이번에 박 대통령을 환대한 데는 중국의 국익과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지만 그때 한국 방문에서 받은 환대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적잖았을 것입니다.

그해 1박2일 시 당서기의 전라남도 방문 일정 내내 그와 동행하면서 깊은 교류를 나눈 박준영 전남 지사도 그런 사례에 해당합니다.

시 주석은 이 때의 일을 잊지 않고 박 지사를 챙기고 있습니다. 박 지사는 지난해 4월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당시 국가 부주석으로 있던 그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시 주석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회견 자리에서 박 지사를 ‘오랜 친구(老朋友)’라고 부르며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18차 공산당 대회(2012년11월 개최)에서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불과 7개월 전 일입니다. 그날 저녁, 박 지사는 베이징특파원들과 만찬 자리에서 한동안 시 주석의 ‘의리’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박 지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국가 부주석 시절인 2009년 12월에도 예비 최고지도자 자격으로 다시 방한했는데, 사전에 비서진을 시켜 ‘일정이 바쁘지만 틈을 내 전남을 방문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남 방문은 불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한국을 떠나면서 청융화(程永華) 당시 주한 중국대사에게 ‘사람을 보내 박 지사에게 방문하지 못하게 된 사정을 꼭 설명 드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실제로 며칠 뒤 청 대사의 명을 받은 주(駐)광주 중국총영사관의 총영사가 찾아와 경위를 설명했다고 합니다.

사실 시 주석은 중국 내에서도 ‘의리’에 얽힌 일화가 많은 인물입니다. 그는 문화혁명 당시인 1969년 산시(陝西)성의 외딴 산골마을 량자허(梁家河)촌으로 쫓겨가 7년 동안 하방(下放·고위층 자녀들을 농촌으로 보내 생활하게 하는 정책) 생활을 했습니다. 그는 이후 베이징으로 돌아와 칭화대를 졸업하고 출세의 길을 걸었지만, 어려운 시절 그와 인연을 맺은 이 산골 마을 사람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 서기 시절인 1992년 다시 이 마을을 방문해 마을 주민들과 재회했고, 1994년에는 골수염으로 앓고 있던 하방 시절의 동년배 마을 친구를 푸저우로 불러 자비를 들여 치료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국가 부주석 시절에도 이 마을 주민들이 편지를 보내오면 꼬박꼬박 답장을 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2005년 방한 당시, 시 당서기가 크게 신세를 진 또 한 곳은 삼성이었습니다.
당시 저장성 투자 유치 설명회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따로 환영 만찬도 베풀었죠.

시 당서기는 만찬장에서 마음을 활짝 열었던 듯합니다.

적잖은 술을 마셨고 노래도 한 곡조 뽑았다는 후문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리더로서 德과 義理 중시하는 시진핑 주석의 인간적 면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0년 이후 시 주석을 세 차례 면담했습니다. 외국 기업 인사로는 드문 일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시 주석의 정치적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투자 규모가 70억달러에 이르는 첨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시 주석과 삼성의 인연 역시 2005년 시 주석의 첫 한국 방문에서 비롯됐습니다.

시 주석은 오랜 지방관 생활을 했지만, 탁월할 할 정도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푸젠성 근무 시절에는 몇몇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봤습니다. 능력으로만 보면 라이벌이던 보시라이가 더 출중했습니다. 보시라이는 다롄(大連)시장 시절 이 도시를 중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현대적인 도시로 바꿔놓았고 충칭시에서는 조직폭력배 척결로 이름을 떨쳤죠.

반면, 인간 관계와 처세, 리더십 등에서는 시 주석이 한 수 위였습니다. 그는 처음 임지에 부임하면 맨 먼저 그 지역 당 원로들부터 찾아 관계를 다졌다고 합니다. 지방관 평가에 원로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거죠.

호화로운 외부 식사 자리는 되도록 피하고, 관청 구내 식당을 자주 이용하며 부하 직원들과 어울렸습니다. 정치적 미래를 위해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부하들의 마음도 얻었던 것입니다. 아랫사람을 고를 때도 능력보다 덕을 더 중시하고, 어지간한 허물은 거론하지 않고 덮어주는 게 시진핑 스타일입니다.

그의 이런 자질은 아버지인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로부터 물려받은 것같습니다. 중국 혁명원로인 시 전 부총리는 개혁파 지도자인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가 실각한 1987년, 중난하이 내부회의에서 유일하게 후야오방을 옹호했습니다.

이미 후야오방 교체를 결심하고 회의를 개최한 당시 최고권력자 덩샤오핑에게 정면으로 반기(反旗)를 든 거죠. 이 일로 그는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후 전 총서기는 문화대혁명 시절부터 오랜 박해를 받고 재야에 있던 시 전 부총리를 다시 정계로 불러준 은인입니다. 그런 은인에 대한 ‘의리’를 위해 ‘벼슬’을 아낌없이 내던졌던 셈입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행사에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 행사에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방중 과정에서 ‘사업을 하기 전에 먼저 친구가 되라(先做朋友 後做生意)’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습니다. 이 속담 만큼 중국인들과 중국 사회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말은 드뭅니다.

2005년 시진핑 저장성 당서기의 첫 방한 때 후의를 베풀고 그 후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시 주석과 ‘오랜 친구’ 관계를 굳건하게 맺은 박 대통령과 박준영 전남 지사, 그리고 삼성전자의 사례는 현재와 미래 중국인과 중국을 상대하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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