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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완패… 전교조 교사 연대해 원천 배제 (김대중칼럼)

by 달빛아래서 2014. 1. 15.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완패… 전교조 교사 연대해 원천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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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14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완패… 전교조 교사 연대해 원천 배제
보수·우파는 교육 문제에 무심, 대통령 회견에도 교육 안 나와
여당은 철 지난 국정化 이야기… 역사 제대로 못 가르친 벌 받을 것

김대중 고문 사진
김대중 고문
 
"교과서 문제가 왜 이렇게 시끄럽지?" "모처럼 제대로 된 교과서가 나왔다길래 잘됐다 했는데 왜 하나도 채택이 안 되는 거지?"

지난주 초 전국 고교에서 교학사 교과서가 2352 대(對) 0으로 채택에 완패한 것으로 드러났을 때 어느 사적(私的) 모임에 참석한 보수·우파 성향의 인사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장관, 고위 법관, 대기업 CEO, 대학교수 등을 역임한 사람들임에도 교과서 채택과 관련된 사태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진 다음 날이었음에도 관심사는 '교과서'에 밀렸다. 2014년 벽두부터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꼴이다. 보수·우파의 존재감에 큰 상처를 줬다. 보수·우파의 무지·무감각·무관심 그리고 무뇌(無腦)의 소치다.

교과서 채택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돼 있다. 새로 집필된 교과서가 당국의 검인정을 받는 단계가 있고, 그 검정된 교과서가 개별 학교에 의해 채택되는 단계가 있다. 2013년, 좌편향 독점 체제에 있던 교과서 판도에 좌편향을 바로잡은 교학사 교과서가 처음 진출해 검인정을 통과했다. 이 단계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출판사인 교학사가 좌파로부터 호된 공격과 모함과 협박을 받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그래도 좌파 일변도로 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막지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수·우파 인사의 무지하고 안일한 희망 사항이었을 뿐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다음 단계, 즉 개별 학교의 채택 과정에서 전멸했다.

교육부가 마련한 '검인정 교과서 도서 선정 매뉴얼'(2013년 9월 제정)은 그 학교의 역사 교사 인원이 3인 미만인 경우(상당수 고교가 3인 미만이다) 인근 학교의 역사 교원을 충원해서 3인 이상 협의하에 교과서 3종을 추천하도록 했다. 이 단계에서 전교조 소속 역사 교과 모임 교사들이 연대로 맹활약, 교학사 교과서를 대부분 원천적으로 배제시켰고 '3종의 하나'로 추천했던 20여곳마저 좌파 단체들이 마치 분업(分業)하다시피 집중적으로 달려들어 욕설, 인신공격, 협박한 끝에 거의 전부 교학사 교과서를 최종 탈락시키거나 철회하게 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집필자인 이명희 교수가 이사로 있는 고교까지 교학사 교과서를 탈락시켰으니 그 정도를 알 만하다.

교학사 교과서는 우편향도 아니다. 우편향으로 지칭하는 것 자체에 어폐(語弊)가 있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당위성·시대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대한민국의 성공과 북한의 실패를 적시한 것을 우편향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좌파 측의 술수이고 모략이다. 이 교과서는 중도도 아니다. 정도(正道)일 뿐이다. 건국 과정의 기술(記述)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그것으로 전체가 매도될 수는 없는 일이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 땅의 보수·우파가 교육 문제에 너무 안이하고 허술하고 무심하고 의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번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도 좌파는 치밀하게 계획하고 면밀히 협동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총력전의 면모를 과시했다. 번번이 다양성을 내세우며 그들의 입지를 키워나간 좌파의 세계에서 진즉 독점만 있었지 '다양'은 없었다. '2352 대 0'은 공산주의·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음 직한 '만장일치'의 본보기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보수·우파는 좌파에 역부족이다. 말로만 큰소리치고 속으로는 항상 좌파에게 선수를 빼앗기기만 한 지난 세월이었다. 적어도 나타난 결과만으로는 우파는 져도 당연하고 패배해 싸다. 좌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댓글, 철도 파업, 교과서 채택 등 기회 있을 때마다 끈을 늦추지 않고 '보수의 퇴진'을 몰아붙이고 있는 데 반해 현 체제는 전(前) 보수 정권 때의 일이나 캐고 잘못을 뒤지는 '제 닭 잡아먹기'에 시간을 허송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육이 백년대계이고 그중에서도 역사 교육은 천년대계라는데 대통령의 첫 회견에 교육의 교(敎)자도 안 나오는 무관심과 무정견(無定見)을 접하면서 보수 정치의 미래가 어둡게만 느껴졌다.

기껏 한다는 것이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철(?) 지난 국정(國定)교과서로 향수나 달래고 있는 집권 여당,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면서 정작 자기들 발밑의 비정상은 보지 못하는 소통 부재의 청와대, 그리고 이 나라의 지도층이면서 교육의 중요성과 미래성에 둔감한 보수·우파의 '불협(不協) 3박자'로는 좌파의 치밀성·계획성·단결성·일관성을 이길 수 없어 보인다. 전교조 교원의 명단 공개로 파산에 직면한 조전혁 교수는 "잘되는 집안은 자식 교육을 잘한 집안이다. 잘되는 회사, 잘되는 나라도 마찬가지다.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가 잘되는 나라다. 교육이 개인과 나라의 장기적 운명을 좌우하는 역사 변수다"라고 했다.

이제 세계는 다 아는데 우리만 몰랐던 항목에 '올바른 역사의식의 정립과 역사 교육에 무관심한 것' 하나를 추가해야겠다. 제대로 된 현대사 하나 후손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훗날 큰 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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