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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양식.자재

[스크랩] 甲이 아닌 乙, 4년간의 헌집 개조이야기

by 달빛아래서 2014. 6. 11.

 

 

 


2009년부터 주말마다 광주에서 장흥을 오가며 조금씩 수선했던 옛집을

4년만에 드디어 완료하였습니다.


이 아닌, 乙.


집을 둘러본 사람마다 허물고 다시 짓는 게 낫겠다 하였지요.


하지만 그런 집을 수선하였으니, 최선이 아닌 차선


甲이 아닌 乙이지요.


그 수선마저도 전문가가 아닌, 가진 기술 하나 없는 저의 의지로 수선하였으니


甲이 아닌 乙이지요.


그 과정을 지켜보던 지인이 어느날 제게,


"할 줄 아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인내심 하나로 집을 짓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요. 제 자신이 바로, 평범한 乙이였던 겁니다.


실은, 원래 저는 그 인내심조차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지인이 말한 '인내심'이란 건 집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저는 제 자신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다만, 혼자 힘으로 구옥을 수선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부끄럽지만 하나의 사례가 될까하여


조심스럽게 포스팅 해 봅니다.


甲이 아닌 乙, 저를 평안한 휴식을 위해 마련된 소박한 집의 이름은, 그런 까닭에


을휴림(乙休林)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헌집 개조전 사진>



 


 



 


 십년이상 비워둔 터라, 대나무 뿌리가 뒤안을 넘어 집안까지 들어오려는 형편이었습니다.


2009년 주변 대밭부터 정리시작.



 


 



 


집주위로 1천평 정도 되는 대밭이 있었는데, 음습함과 뱀, 그리고 대밭모기가 싫어서 중장비를 동원했습니다.


<정화조, 상수도 설치>



 



 


정화조와 광역상수도 설치 작업을 했습니다.


<5간겹집을 원룸으로의 개조>

 


대밭 속에 십년 이상 비워둔 집이라, 구들속에 들쥐나 뱀이 들어있을 줄도 몰라


아예 구들과 대청을 모두 뜯고 내부의 방문과 일부 벽을 허물어 집을 원룸으로 만들었습니다.

 



 


 


 구들과 대청을 뜯으면서 드러난 중방 아래에는 황토를 담은 양파망을 중방의 바깥쪽으로 쌓았습니다.


처음엔 중방의 지지대역할이 되게할려고 양파망을 중방아래에 쌓았다가, 어스백공법의 1인자 김성원 선생님의 조언으로


바닥 배관이후, 다시 중방 바깥쪽으로 쌓았습니다.


<난방 배관>



 5간겹집의 일부벽체를 허물어 원룸으로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집터가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서 그 바닥위에 방수비닐과 보온재, 석분을 차례대로 치고 엑셀배관을 하였습니다.


<내벽 황토벽 쌓기>

 


 



 김성원 선생님의 조언대로 양파망을 중방 바깥쪽으로 다시 쌓고 나서


황토에 볏짚을 이겨 중방 아래에 차곡차곡 나무망치로 두드려가며 쌓았습니다.


황토가 마르면서 크랙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보강작업을 해주었습니다.


황토가 완전히 마르자, 돌처럼 단단해지면서 중방을 받쳐주는 지지대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 사이 옛방문을 떼어내고 광주 계림동 문짝골목에서 창문을 주문해 달았습니다.


하나도 똑같은 사이즈가 없더군요.


아궁이가 있던 부엌문이 있던 자리에 현관문도 달았습니다.


<벽체 보강>

 



 


대청마루와 연결되어 있던 광의 자리에 욕실을 만들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처럼 그 부분의 기둥하단이 썩어있어서 통나무를 잘라 보강해주었지만 불안한 마음도 있고


물을 많이 사용하는 욕실이기 때문에 부득이 중방 아래와 욕실입구는 시멘트벽돌을 사용했습니다.


생전처음 벽돌을 쌓아본 터라, 나중에 미장하시는 분께 핀잔께나 들었습니다.

 



 


 



 



 


처음엔 현관벽체도 양파망으로 쌓았으나, 안정성을 위해 벽돌을 쌓았습니다.


오래 비워둔 집이라, 집 자체가 뒷쪽과 동쪽으로 틀어져 있고 특히, 옛부엌자리가 심각해


부득이 중방 아래는 벽돌로 쌓았습니다.


<지붕공사>


 


 



 



 



 


 



 


동네 이장형님의 소개로 고기와 문양 강판지붕을 씌웠습니다.


토방을 넓게 만들 생각으로 테라스지붕도 앞쪽과 양쪽으로, 처마에서 2미터 정도 만들었습니다.


집이 남동향이라 구석구석 햇볕이 비춰주긴 하지만, 뒤안은 겨울에 눈이 잘 녹지 않을 것 같아 처마끝에 빗물받이만 했습니다.


<바닥미장>



 


용돈을 모아 수선하는 터라, 일을 두서없이 형편되는 대로 진행하였습니다.


배관한지 한참 지나서야 바닥미장을 했습니다.


미장하시는 분이 이틀 걸린다는 것을, 하루만에 해달라고 우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크랙이 곳곳에 생겨 결국 나주에 크랙메움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아궁이가 있던 옛부엌 자리 입니다.


이곳을 쳐다볼 때마다 마음이 어둡고 심란해져서 결국 대청자리만 제외하고 천정을 달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유일하게 천정을 다는 그때 사진만 없습니다.


<황토몰탈 미장>



 


 



 


벽돌공장 사장님의 소개로 미장기술자를 불렀습니다.


미장만큼은 정말 잘 하시는 분을 써야겠더군요.


하루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후에, 아예 제가 없더라도 평일에 작업을 해달라고 맡겨버렸습니다.


집안과 외부의 흙벽을 황토몰탈로 미장하는데 열흘 걸렸습니다.


바닥미장의 쓰린 경험이 있어서 이때만큼은 그분 말씀대로 기다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그 분이 시공한 부분만큼은 아직까지 잔금 하나 없습니다.


<토방 및 외벽공사>



 



 



 



 



 



 


흙부대(어스백)공법의 핵심 중 하나가 어스백 층층 사이에 철조망을 넣어 벽체의 인장력을 강화하는 것 입니다.


저는 양파망에 황토만을 넣은 터라, 철조망을 넣어줄 수가 없어 부득이 철근을 잘라 기둥처럼 꼽아주었습니다.


미장은 꼭 흙미장을 해보고 싶었지만, 완전 초짜인데다, 주말마다 와서 작업하는 형편이라


도저히 흙미장 작업진행이 안되었습니다.


초벌미장도 서투른데, 석회미장은 꿈도 못꿀 형편이었지요.


甲대신 乙.


외부니깐,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받으며 4인치 시멘트블럭을 양파망 바깥쪽으로 쌓고 황토몰탈로 미장하였습니다.


작업순서는 먼저 토방 블럭을 쭉 쌓고, 그 다음에 양파망 바깥쪽을 블럭으로 쌓고


중장비로 토방에 흙을 채운 다음, 백만번 삽질로 흙을 골고루 펴서 발로 꼭꼭 밟아주고


양파망 블럭을 황토몰탈로 미장하고, 토방에 채운 흙 위에 굵은 모래를 깔아주고


그 다음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토방을 미장하고, 토방 블럭 바깥면을 미장하는 순서로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블럭에 바로 황토몰탈 미장을 할 게 아니라 시멘트 미장을 먼저하고 나중에 황토몰탈 미장을


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그렇지 못했다는 것 입니다.


<마루 복개>



 



 



 



 


마루판은 떼어놓으면서 번호를 매겨놓았던 터라 다시 쉽게 붙일 수 있었습니다.


<기둥 이음새 메움작업>



 


5간겹집을 원룸으로 개조하면서 생긴 기둥 이음새 부분의 빈 공간은 나무를 잘라 메움작업을 했습니다.


<묵은 때 벗기기>



 



 



 


 


 


그라인더에 샌더날을 달아 기둥의 묵은 때를 벗겼습니다.


특히 아궁이가 있던 옛부엌의 기둥의 시꺼먼 그을음을 벗겨내지 나름 엣지있는 무늬가 드러났습니다.


샌더날의 40#, 60#, 100#의 '#'표시가 무엇을 의미한지도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40방, 60방, 100방이라고 부르며 숫자가 클수록 입자가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100#짜리를 한창 사용하고 나서 40#이나 60#을 사용했습니다.


묵은 때를 벗길 때에는 다소 입자가 굵고 거친 것이 작업능률이 좋더군요.


원형인 써까래는 제 기술이 부족해 못했습니다.


<평상형 침실 만들기>



 



 


집을 원룸으로 개조하였지만, 썸머룸과 윈터룸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실내의 실평수가 17평정도 되는데, 옛사랑방과 대청자리는 썸머룸,


옛안방자리와 부엌자리는 윈터룸으로 구성하여 윈터룸은 바깥쪽 벽면도 양파망을 좀더 높게 쌓아 벽체를 두껍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랑방과 옛안방자리의 일부에 삼승각과 집성합판을 사용해 평상형침대를 만들었습니다.


사랑방의 크기가 가로*세로 240cm정도 되는데 전체적으로 평상형침실을 만들었고


옛안방자리에는 가로 270cm * 세로 170cm의 다실겸 평상형침실을 만들었습니다.


<욕실공사>



 



 


욕실공사를 위해 타일기술자를 알아봤는데, 상황을 듣고는 시공해주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욕실공사는 제가 직접 하였습니다.


까페내의 '연이신랑DIY목조주택'의 친절하고 상세한 자료가 많은 도움이 되었지요.


벽타일과 바닥타일 작업을 하면서 왜 타일기술자들이 마다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옛집을 개조한 터라 벽면이 네모반듯한 각이 안나와서 아무리 애를 써도 타일무늬가 말끔하지 않다는 거였죠.


甲대신 乙.


용변보고 씻을 수 있기만 하면 그걸로 만족하지요.


뭐, 호텔도 아니고.. 타일 붙이고 위생도기 설치하고 세면기랑 수전 다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바닥크랙잡기>



 



 


LG 자연애 2.2T 1롤을 인터넷으로 구입해서 주문제작한 싱크대와 한꺼번에 싣고 와서 시공하였습니다.


여기저기에 장판시공 견적을 내보니, 장판구입가격의 2배 정도 되더군요.


바닥크랙은 잡았지만 아직도 고르지 못한 면이 있어서 2.2T 장판을 계속 알아보았지만,


대부분 1.8T시공만을 하려고 하지 2.2T 시공하겠다는 업자는 없더군요.


그 이유를 직접 시공하면서 알았습니다. 너무 두꺼워서 작업이 꽤 힘들고 오래걸리더군요.


하여튼, 인터넷 이곳저곳을 탐색한 결과 장판대리점 1.8T짜리가격보다 저렴하게 2.2T 장판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싱크대 설치>



 


싱크대도 공장에 주문제작해 실어와서 시공하였습니다.


어차피 흙벽이고, 주말주택이라 상부장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배수관과 수전연결까지 그다지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도배작업>

 



 



 



전기배선하고, 주말용주택이라 가스보일러 설치하고


지금은 남은 목재들을 사용해서 필요한 가구들을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구옥을 개조하시려는 까페 회원님들께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그리고 지난 4년동안 줄기차게 까페를 드나들며 열심히 눈팅한 보람으로,


좋은 자료를 많이 올려주셔서 항상 많은 영감을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어줍잖은 저의 4년간의 헌집 개조담을 올려봅니다.


작성자(단무님)

 

전원사랑 http://cafe.daum.net/countrylove114

출처 : 전원사랑모임
글쓴이 : 토지마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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