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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모음

친근한 면발 담담한 국물, 광릉식 평양냉면

by 달빛아래서 2015. 6. 19.

친근한 면발 담담한 국물, 광릉식 평양냉면

 

입력 : 2015.06.19 09:00

[맛난 집 맛난 얘기]
경기 진접 <광릉 한옥집>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평양냉면의 매출액은 여름철 수은주와 늘 동반 수직상승한다. 최근 신흥 평양냉면 집들이 만만치 않은 실력과 개성으로 무장하고 을지로 일대의 전통적인 평양냉면 명가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경기도 진접 <광릉 한옥집>은 몇 년 전부터 한우 육수에 100% 순 메밀 평양냉면을 선보여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광릉식 평양냉면
광릉식 평양냉면

100% 순 메밀에 가는 면발, 먹는 느낌 좋아!

<광릉 한옥집> 평양냉면은 100% 순 메밀 평양냉면이다. 뽀얀 유백색의 전형적인 메밀국수 색깔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일반인들도 어두운 갈색을 띠어야 진짜 메밀 면이라는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만큼 순 메밀 면을 다루는 메밀 전문점이 늘었고, 순 메밀 면을 맛 본 사람도 많아졌다. 이 집 역시 몇 해 전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손님들이 이제는 유백색이 순 메밀의 본색임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고 한다.

100% 순 메밀의 평양냉면임에도 1.2㎜ 분창으로 면발을 뽑았다. 얼핏 보면 마치 함흥냉면 면발 같이 굵기가 가늘다. 가는 면발은 감칠맛 나는 육수를 흠뻑 머금었다. 가끔 육수와 면발이 따로 노는 평양냉면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면수일체(麵水一體)의 경지다. 염도도 적당해 짜거나 싱겁지 않다. 면과 육수, 육향과 염도의 균형이 적당하다.

순 메밀치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찰기까지 있다. 뚝뚝 끊어지고 쉬 퍼지는 메밀 면의 단점을 극복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게 사실 메밀 면의 참맛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쫄깃한 면발에 목을 맨다. 그래서 쉬 메밀 면과 친해지지 못한다. 그런데 이 집은 평양냉면 면발의 물성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 일반인도 메밀 면에 쉽게 접근하도록 기여한 셈이다.

	비빔 막국수
비빔 막국수

한우 우둔살 육수에 백김치 국물 만나 ‘담담 깔끔’

육수는 한우 우둔살만으로 낸다. 육수용 소고기 등급판정확인서를 보니 한우 암소는 2등급이, 한우 거세우는 1+와 1++ 등급이 대부분이었다. 이 우둔살을 1시간 30분 정도 끓인 뒤 무, 파, 양파, 마늘, 다시마, 후추 등의 채소와 양념을 넣고 다시 한참을 끓인다. 이렇게 해서 끓여놓은 국물이 <광릉 한옥집> 평양냉면의 기본 육수다.

주인장에 따르면 이 육수는 평양냉면뿐 아니라 다른 양념이나 조미료와 조합하면 여러 가지 한식의 기본 육수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김치찌개나 떡국의 밑 국물로도 좋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이 육수가 평양냉면 국물로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는 점이다.

거세우 1++ 등급이면 아무리 우둔살이라고 해도 지방질이 많을 텐데 국물에는 작은 기름 한 방울 떠있지 않다. 감칠맛과 육향이 양지머리 국물처럼 짙은 것은 아니지만 너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다. 평양냉면 육수로서는 아주 온당한 감칠맛과 육향이다. 무심한 듯 소박하면서 맑고 깊다.

<광릉 한옥집> 평양냉면에는 동치미 국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약간 동치미국물 맛이 난다. 그 비밀은 고명으로 넣은 백김치와 무김치에 있다. 냉면에 적당한 산도에 이른 잘 익은 백김치와 무김치를 충분히 넣었다. 바로 이 백김치와 무김치를 한우 육수와 잘 섞으면 고기 육수만 먹었을 때와는 달리 청량감을 주는 시원한 동치미 국물 맛을 낸다. 이 집 평양냉면 특유의 담담하고 깔끔한 국물 맛은 여기서 나온다.

	메밀쌈
메밀쌈

숯불고기 곁들이면 멋진 선육후면, 비빔 막국수도 있어

평양냉면 고명으로는 육수를 끓일 때 넣었던 한우 우둔살을 큼직하게 자른 것 두 쪽을 넣어준다. 수육 양이 많고 역시 한우 수육이어서 그 맛이 출중하다. 냉면 면발과 함께 먹어도 맛있고 수육만 먹어도 좋다. 한우 수육 외에 찐 달걀, 배채, 오이채, 백김치, 무김치가 고명으로 가세했다.

‘순메밀 평양냉면’은 1만원이고 똑같은 메밀 면을 사용하는 순메밀 비빔막국수는 8000원이다. 막국수 비빔장은 배, 양파, 간장, 고춧가루, 매실청 등을 넣어 만들었다. 비빔막국수 고명은 평양냉면처럼 배채, 오이채, 백김치, 무김치가 들어갔다. 생각보다 맵지 않으면서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비빔장 맛이 혀에 감긴다.

여럿이서 평양냉면과 비빔막국수만 먹기에 서운하면 돼지숯불고기 메밀쌈(1만원)을 곁들이면 좋다. 불맛이 뛰어난 돼지 숯불고기 200g과 메밀쌈 6쪽이 나온다. 메밀쌈은 넓게 쌈 모양으로 메밀반죽을 부쳐 여기에 각종 채소와 불고기를 싸먹는 음식이다. 남은 냉면 면발을 싸먹어도 색다른 맛이 난다.

평양냉면을 맛보러 갔다면 인근의 광릉이나 국립수목원, 혹은 봉선사에 들러 초여름 숲을 만끽하길 바란다. 지금은 나무들이 가장 진한 향기를 내뿜는 계절이다. 또한 나무와 나무의 밀담을 엿듣기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광릉 한옥집>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광릉내로 36, 031-574-6630

기고= 글, 사진 이정훈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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