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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에 얻은 별장, 고향집 같은 세컨드 하우스

by 달빛아래서 2018. 4. 14.

2000만원에 얻은 별장, 고향집 같은 세컨드 하우스

입력 2015.08.20. 09:02 수정 2015.08.20. 09:02


오랜 계획 끝에 드디어 올해 4월, 충남 보령 바다가 내다보이는 자리에 농가 주택을 장만한 박민정 씨.

바다와 숲, 자연 속에 폭 파묻힌 소박한 집은 휴식 그 자체다.

▲ 정면에서 바라본 박민정 씨의 시골 주택. 상징적인 중문과 실질적으로 집을 단속하는 파란 현관문 두 개가 있다. 앞마당에 울타리목이나 꽃을 키우고 있어, 현관에 미니 대청마루와 그 옆으로 벤치를 설치해 일하다 짬짬이 쉴 수 있게 했다.

3년 만에 만난 운명 같은 집

인테리어를 전공하고 인테리어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해온 박민정 씨는 오래전부터 세컨드하우스를 계획했다. 일하면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느라 묵혀둔 계획은 3년 전에야 비로소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아이가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주말에만 내려와 여가를 보낼 생각으로 친정집이 있는 충남 홍성과 인접한 보령에 집을 마련했다.

▲ 집 뒤편 마당에 설치한 데크. 바다가 바라보이는 경치를 감상하거나 차를 마시기에 좋다. 나무에 촛대를 달아두어 밤에는 더욱 운치있다.

농가 주택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 막연한 바람일 때부터 여행 삼아 전국 각지의 터와 집을 보러 다니다 3년 만에 깐깐하게 고른 집은 마당 뒤편으로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40년 된 한옥 흙집. 10여 년 전 아궁이가 있던 부엌을 입식으로 개조한 것 말고는 지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 툇마루 끝에 어머니가 물려주신 자개장을 두어 빈티지하게 장식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집을 찾고,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위성사진과 로드 뷰를 통해 주소를 확인한 다음 답사를 다니곤 했어요. 그다음 등기를 꼼꼼히 확인했어요. 그렇게 품을 팔아 비로소 이 집을 만났죠."

그녀는 집을 구입하자마자 20여 일간 정비 공사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터라 잡초가 무성한 마당을 손보고, 내부 구조도 취향에 맞게 변경했다. 바람이 들지 않아 썩어 내려앉은 툇마루는 철제 각관과 나무판을 이용해 새로 짜 넣었다. 방 벽을 허물고 넓힌 주방에는 볕이 잘 들도록 작은 창문도 하나 냈다.

▲ 광목천을 재단해 직접 만든 햇볕가리개. 주방 공간도 있지만 그녀는 마당에 큰 테이블을 두어 아침, 점심을 먹거나 주말 저녁에 고기 파티를 열기도 한다.

난방은 기름보일러를 중심으로 하고 문을 페어 글라스 이중창으로 교체해 단열 효과를 높였다. 욕실은 변기와 세면대, 주방은 싱크대만 바꿔 농가주택에 편리함을 들였다. 이 집의 매력은 바다가 보이는 아늑한 마당. 마당과 집 앞뒤로 넓은 데크를 깐 다음 의자와 테이블을 두니 멋진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보이는 것뿐 아니라 안전에도 꼼꼼히 신경 썼는데 주춧돌을 덮고 있던 흙을 걷어 내고 노출해 나무기둥이 썩는 것을 방지했다. 경사진 중문 앞마당에는 장마철에 대비해 맨홀 3개를 묻고 배수로 공사를 진행했다.

▲ 현관문에 들어서면 보이는 간이 서재. 사용하던 좌탁에 타일을 붙여 책상을 만들고 낡은 고가구를 분해한 뒤 거울로 재탄생시켰다. 테이블에 올려두거나 길게 세우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도시 생활 보듬는 치유의 공간

지니마미라는 닉네임의 스타 블로거, 박민정 씨. 그녀는 DIY 인테리어와 요리, 텃밭 가꾸기 등에 대한 이야기를 SNS로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차곡차곡 쌓은 그녀의 감각과 노하우가 이 집에 모두 녹아 있다. 동생에게 만들어준 소파, 타일을 붙인 테이블, 고가구를 분해하고 재조립해 만든 거울, 그리고 광목천으로 완성한 햇볕가리개 등 하나같이 그녀의 야무진 손끝에서 나온 솜씨다.

▲ 툇마루와 방 사이에 가벽을 설치하고 창을 내니 실내가 하루 종일 밝다. 새로 생긴 가벽에는 선반을 두어 책이나 초, 차 용품 등을 수납했다.

한낮에 앞마당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여름 햇볕을 피하기 위해 촬영 전날 광목천을 끊어다 뚝딱 만들었다는 차양도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친정집 창고에서 건진 작은 자개장과 테라스에 둔 등나무 의자 등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가구들이 더해지면서 한층 더 편안하고 온기 있는 공간이 되었다.

▲ 서까래를 살린 천장 아래 ㄷ자로 담백한 주방을 만들었다.

"시골 주택을 장만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귀농한 것으로 알아요. 서울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오히려 도시 농부로서 수확한 채소들을 이곳에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먹어요. 물론 농사도 좋지만 그 외에도 정원을 가꾸면서 자연의 사계절을 온전히 즐기며 사는 어머니의 시골 생활을 보면서 저 역시도 그렇게 여유를 간직하며 살고 싶었어요. 주말에 이곳에서 오롯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하루하루도 감사하게 느껴져요. 서울에서 나고 자라 도시 생활에만 길들여진 아이에게도 시골집이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어요."

▲ 소파와 조그마한 옷장 겸 선반을 놓은 방 역시 서까래를 드러내 한옥의 운치를 더했다.

요즘 주말이면 박민정 씨네 세 가족은 함께 풀을 뽑고 끼니를 준비하고 저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를 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이렇다 할 특별한 이벤트는 없지만 그녀는 온전히 가족을 기다리는 쉼 같은 시골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 보일러실 옆 자투리 공간에는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틈새 데커레이션을 했다. 꽃과 식물을 유독 사랑하는 박민정 씨는 집 안 곳곳에 자연을 둔다.

Data

· 위치_ 충청북도 보령시 천북면

· 면적_ 912㎡(약 276평)

· 구성_ 침실, 주방, 욕실, 야외 발코니, 앞마당, 뒷마당

· 리모델링 연도_ 2015년 4월

· 리모델링 내역_ 마루+칠+싱크대 설치+이중 새시+조명 교체+데크 설치+마당 배수로 공사

· 공사비_ 2000만원

기획: 전수희 기자, 임상범(프리랜서) | 공동 진행: 이채영(프리랜서) | 사진: 김덕창, 백경호 | 일러스트: 배선아 | 촬영협조: 지니마미(http://blog.naver.com/minje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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