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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집모음

멋진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집

by 달빛아래서 2020. 11. 27.

시리즈OPEN HOUSE

멋진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집

리빙센스

 

2017.11.30. 10:00274,748 읽음

은퇴 후 멋진 할아버지가 되기 위한 첫 단계로 수년간 기다려왔던 집이 드디어 완공됐다.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계획했던 목표들 중 하나를 이룬 셈. 집은 부부가 살아온 삶과 꼭 닮았다.

김해의 지역성과 더불어 자연 친화적 건축 방식을 보여주는 집은 부부가 나란히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곳이다. 탄화시킨 대나무가 전통 건축의 서까래처럼 지붕 밑에서 멋을 낸다.

아파트 생활 접고 시골집에서 여는 아침 풍경

풍광 좋고 고요한 경남 김해의 시골 마을. 금동산과 무척산을 눈앞에 걸치고 가마에서 쪄내 단단해진 대나무로 옷을 입은 담박한 단층의 주택 한 채와 별채처럼 사용하는 정자채가 눈에 띈다. 이곳에는 동갑내기 이경호 씨 부부가 살고 있다. 이 집을 짓기 전 장장 5년 동안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릴 만큼 부산과 김해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집을 지을 만한 땅을 보러 다녔을 만큼 부부는 오래전부터 시골(村)집에서의 삶을 꿈꾸었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꼭 집을 짓고 살아야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열의를 놓지 않은 사람은 남편 이경호 씨였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에서 출발한 시골집 짓기 프로젝트. 그동안 살아온 날이 바쁘고 고단했던 만큼 사회에서 쌓은 이력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오롯이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길고 긴 여정을 준비했던 그는, 3년 전 조금 이른 은퇴를 맞이했다. 모두 본인이 선택한 일이었다. “남들보다 10여 년 정도 빠르게 은퇴를 위해 움직였어요. 금융 관련 일에 종사했는데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몰라요. 불과 몇 시간 전 일조차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직장인의 매너리즘이고요. 은퇴 후의 삶이 다채로워질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왔어요. 그중 큰 숙제가 어떻게 하면 어린 시절 살았던 촌집처럼 정겨운 집에서 살 것인가였어요. 아파트에서의 삶은 일과 가족에게 필요한 조건 같은 것이었고, 지금이 단독주택은 제 선택이고, 희망이었어요."

금동산 자락이 안방 앞 테라스를 포근하게 감싸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채와 채 사이의 중정. 취미 공간으로 들어가는 문과 별채 사이 작지만 아늑한 정원.

콘크리트와 대나무 소재가 만나 묘한 조화를 이루는 집. 마당의 자갈 또한 여러 색을 내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지는 집의 일부가 된다. ©윤준환

본채 사이의 터에 별채가 시야 가득 그대로 들어온다. 집의 외관에 쓰인 대나무는 72시간 가마에 쪄서 비틀어짐 없이 경화돼 어두운 갈색을 띤다. 집에 쓰인 대나무는 건축주와 건축사사무소 직원이 총동원돼 김해 진례면의 대나무 산지에서 직접 지름을 맞춰 골라 왔다.

은퇴 이후 행복한 삶의 조건이 된 집 짓기

집은 일반 전원주택의 외관과 사뭇 다르다. 주택이 들어선 땅도 마을 입구 집들이 자리한 모양과 사뭇 다른 모양새다. 프라이빗한 주택 생활과 자연을 조망하기 위해 마을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터를 보고 ‘정말 우리가 원했던 땅이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만에 망설임 없이 매입했다. 집 짓기를 시작하면서 대지의 위치가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여러 건축가들로부터 들었다. 그러나 이기철 건축가를 만난 순간 그런 이야기들야말로 아무런 해답과 고민 없이 내뱉은 말일 뿐임을 깨달았다고. “이곳은 저희 부부가 앞으로 정말 살고 싶은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집이에요. 인생 최대의 커다란 모험이죠. 그래서 집을 누구한테 맡길 것인지 반년 넘게 고민하고 여러 건축가를 만났어요. 우리 삶을 반영하지 못할 건축가는 애초에 만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이기철 소장을 만난 건 좀 드라마틱해요. 본인이 설계한 송도 인근 단독주택을 둘러볼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데 뭔가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건축가는 건축주의 삶을 궁금해하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했다. 집이 들어설 위치와 지역성을 같은 맥락으로 연결해 집을 구성할 소재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해 지역이 오래전부터 담양 못지않은 대나무 산지였고, 과거에 대나무로 지은 정자인 ‘죽루(竹樓)’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디자인 요소에 포함시켰다. 대나무를 찌고 집 외관에 덧댄 독특한 시도는 그렇게 나온 것이다. 툇마루는 건축주가 원하는 전통의 멋과 추억을 현재로 잇는 역할을 한다.

안방의 침실. 콘크리트와 나무 소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높다란 층고가 박공 라인을 따라 독특한 공간감을 준다.

욕실 또한 노출콘크리트 위에 나무를 덧대 아늑하다.

본채 옆 뜰에 가지런히 놓인 장독대가 시골집의 정겨움을 뽐낸다.

거실 안에 들어서면 나무 집이 등장한다. 바로 아내의 주방 공간. 도심에서 살던 생활 패턴을 그대로 들여 주방을 완성했다.

거실과 마주해 멀찍이 있거나 바깥에서도 양쪽 창으로 시야가 확보되는 전망 좋은 오픈 주방. 거실에도 다이닝 테이블과 소파를 두어 안방-주방-거실의 생활 동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아내를 위한 집 속의 집+남편을 위한 취미 공간

1960년대 초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인 부부는 시골에서 자랐지만 도시에서 사회생활을 했기에 다층적인 경험이 몸에 배어 있다. 특히 항해사로도 활동했던 남편은 젊은 시절의 꿈을 뒤로하고 회사에서 임원으로 오르기까지 30여 년을 줄곧 일만 하며 달려왔다. 건축가는 배 위에서 높이 보고 멀리 내다보는 시야에 익숙했던 남편을 위해 집의 윤곽을 그려냈다. “저는 그동안 꾸준히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하고 기다려왔어요. 서울대에서 개설한 ‘은퇴 설계 전문가 과정’도 열심히 수강했으니까요. 서예와 국선도, 시와 문학 등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하고 더 배워야 할 것도 많고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니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저에겐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집에 은퇴한 남편을 위한 취미 방과 지하 명상 공간을 마련했다. 아직 일을 하고 있는 아내는 아파트에서 살 때보다는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남편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골집에서의 삶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누리는 중이다. “주방은 아파트에서만 생활했던 저의 라이프 패턴을 반영한 곳이에요. 설계 콘셉트도 집 속의 집이라서 위트가 있는 데다 거실과 마주하니 사용이 더 편해진 것도 장점이에요.” 은퇴 이후의 삶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멋진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나가는 열정적인 남편과 이를 존중하며 나란히 은퇴를 준비하는 아내가 오랜 기간 준비한 집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황금기, 이제 은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두 사람의 여정은 단단하고 올곧은 자신의 성품과 닮은 집에서 또 다른 행복으로의 항해를 시작했다.

취미 방의 서예실. 남편 이경호 씨는 서예와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올여름 이곳으로 입주하면서 그동안 써두었던시를 모아 시집도 출간했다. 집은 언제나 일상에서 영감을 주는 공간이다.

남편의 일상인 국선도와 명상을 위한 지하 공간.

전통 방식으로 계획된 본채의 가변형 취미 공간. 안에 들어가서 미닫이 창호문을 닫으면 명상에 집중하거나 차를 나누는 공간으로, 문을 열어 밀면 문방사우를 갖춘 서예실이 등장한다.

마도로스(항해사)의 의자가 놓인 별채. 배 위에서 멀리 내다보듯 이곳에 서면 바다에서와 같이 김해 전경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진다. 오르락내리락 집이 지어진 땅의 독특한 모양새와 별채의 위치는 남편의 감수성을 담아낸 건축가의 배려. 버려진 컨테이너 박스를 재활용한 별채는 본채와 같은 대나무 외관으로 마감해 통일감을 준다.

공간 어디에서도 주변의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커다란 프레임처럼 본채 지하의 명상 공간에서 보는 해 뜨는 풍경은 감격스러운 주택살이의 참맛을 맛보게 한다.

 

HOUSING INFO

대지면적 675㎡(204.8평)
전용면적 127.66㎡(38.61평)
연면적 지하 1층 38.49㎡(11.64평)
지상 1층 140.23㎡(42.42평)
야외 정자 30.78㎡(9.31평)
건폐율 24.30%
용적률 31.04%
건물 규모 지상 1층, 지하 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주차 2대
외벽 마감재_탄화 처리 대나무, 시멘트 벽돌, 노출콘크리트
지붕재_철근콘크리트 지붕 위 징크 골강판 마감
창호재_필로브 28mm
설계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시공 (주)채헌종합건설(임현철, 김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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