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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 美대사 "만섭 오라버니, 안녕하세요

by 달빛아래서 2011. 3. 19.

종합

[Why] 스티븐스 美대사 "만섭 오라버니, 안녕하세요"

  • 입력 : 2011.03.19 03:03 / 수정 : 2011.03.19 13:23

한국 사랑하는 대사들 모임 '한사모' 10년째… "서열 기준? 무조건 나이順이죠"

11일 오후 1시 50분경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이탈리아 식당 페닌슐라. 한쪽에서 이만섭 전(前) 국회의장 부부와 렌젤 미클로시 주한(駐韓) 헝가리 대사 부부가 환담을 하고 있었다. 5분 후 트란 트롱 뚜안 베트남 대사 부부와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일본 대사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왔고 2시 정각에는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 전 의장을 향해 "오라버니!"라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사랑해요, 한국" 11일 한국을 사랑하는 대사들의 모임(한사모)에 참석한 각국 대사들과 부인들이 한국을 사 랑한다는 의미에서 손으로 하트모양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렌젤 미클로시 헝가리 대사, 무토 마사 토시 일본 대사, 트란 트롱 토안 베트남 대사, 이만섭 전 국회의장,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대사, 비탈리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얼마후 미클로시 대사가 "왜 편 대사는 오지 않았죠?" 하고 묻자 이 전 의장은 "강남에 행사가 있어 좀 늦는다고 연락이 왔더라고"라고 답했다. 이때 스티븐스 대사가 "강남에서요? 오는 길이 많이 막힐 텐데"라고 하자 폭소가 터졌다. "왜요? 맞잖아요"라며 한국말 하는 모습이 능청스럽게 보였다. 이들이 말하는 편 대사란 비탈리 편(片) 우즈베키스탄 대사를 칭한다. 10분쯤 지났을 때 편 대사 부부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참석자들은 모두 한국말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한사모(한국을 사랑하는 대사들의 모임)'의 3월 모임은 그렇게 시작됐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마침 이 전 의장이 준비한 미국산 나파밸리 와인이 등장하자 와인이 화제가 됐다. "이거 한국에서 얼마 하지요?" "18만원" "13만원" "아니에요. 15만원" 논란이 거듭됐다. 가격이 비싸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스티븐스 대사가 막아섰다. "이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되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져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폭소가 터졌다. 이날은 리비아 카다피를 비롯한 중동사태, 한국의 차기 대선, 북한의 정세 등이 화두였다. 리비아 사태 관련해서는 유엔안보리 결의도 좋지만 시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국의 신속한 개입을 촉구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나왔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 전 의장은 "정치와 사랑은 계산하면 안 된다"며 "정치도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집중하면 망하고, 사랑도 계산하면 파혼한다"고 하자 폭소가 터졌다. 하지만 스티븐스 대사는 "외교는 계산해야 한다"고 나서자 대사들이 "맞아요" 하며 맞장구쳤다. 이번에는 이 전 의장이 크게 웃었다.

2001년 국회의장 재임 당시 이 전 의장은 각국 대사들을 접견하는 과정에서 한국말을 잘하는 대사들에게 특별한 애착을 가졌다. 그때부터 베트남과 몽골·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대사들과 모임을 결성했다. '한사모'의 출발이다. 이후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고 리빈(李濱) 전 중국대사, 툴라트 바키셰예프 전 카자흐스탄 대사 등도 한사모를 거쳐갔다.

한사모 회원인 대사들의 한국어 실력은 서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스티븐스 대사와 무토 대사는 한국말을 한 지 36년이 됐다. 편 대사는 고려인 3세로 태어날 때부터 한국말을 들었다. 그래서 한국말을 하는 독일 영국 캐나다 대사 등도 회원가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회원 가입 조건은 한국말을 '잘'하는 대사이고 만장일치로 회원을 받아들이도록 돼 있다.

이 모임에서만큼은 서열의 기준이 국력이 아니라 나이다.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이 형이고 오빠다. 편 대사는 이 전 의장을 "큰형님"이라 부른다. 스티븐스 대사도 이 전 의장을 "오라버니"라고 부른다. 대사들끼리도 형 동생을 확실히 구분한다.

이 전 의장은 "대사들이 연세대어학당·김일성대·모스크바대 등 한국어를 배웠던 곳이 다양하고 말투도 다 다르지만 한국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을 사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사들은 한나라당이 친박·친이로 분당이 될 것인지 아니면 화합해서 대선을 치를 것인지 차기 대선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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