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튼튼한 남산 中情(중앙정보부) 청사 꼭 없애야 하나
- 입력 : 2011.03.22 03:03
앞으로 20년 이상 '거뜬'… 재산가치 수천억원 달해
철거비용까지 합하면 손해액 천문학적 규모
서울시는 철거방침 고수
서울 명동에서 남산 1호 터널로 가다 보면 오른쪽 숲 사이로 누렇고 딱딱한 건물 여러 채가 눈에 띈다. 서울시 남산 별관, 서울유스호스텔과 서울소방방재본부,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교통방송(TBS) 등 서울시에서 소유·관리하는 건물들이다.언뜻 오래됐다는 것 말고는 별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이 건물들은 과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청사였다. 아늑한 양옥집처럼 꾸며진 '문학의 집, 서울'은 중앙정보부장 관사였다.
이른바 '남산'으로 통하는 군사독재 시절, 이곳은 권력과 공포의 상징이었다. 1961년 창설한 중앙정보부 본청은 원래 동대문구 이문동(실제 행정구역은 성북구 석관동 산 1-5 의릉터)이었다. 남산 중턱(중구 예장동 4-5)에는 대공·국내 정치를 다루는 부서가 입주했다.
1972년 남산 본관이 준공하면서 본격적으로 남산시대를 맞은 중앙정보부는 1981년 이름을 국가안전기획부로 바꾼 뒤로도 계속 남산을 본거지로 삼았다. 1995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안기부 본청이 옮기면서 '남산시대'는 2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남산 산책길로 이어지는 이면 도로를 따라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이 중정(中情) 건물들은 내막을 알지 못하면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이 건물들을 물려받은 서울시가 중정 본관이었던 유스호스텔과 지하조사실이 있었다는 6별관(현 시 남산 별관) 등 대부분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중정 건물임을 나타내는 주춧돌을 없앴다. 다만 도시안전본부로 쓰이는 과거 5별관(학원 사찰 담당) 출입문 옆에 '정초(定礎) 1972년 4월 5일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라고 새겨진 돌판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그나마도 시에서 그 앞에 해치 동상을 세워 잘 보이질 않는다.
서울시는 2009년 남산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일대 구조물들을 모두 없애고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비는 2325억원. 도시안전본부 건물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전체를 다 철거한 뒤 과거 흔적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이 일대를 재구성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제국 시대 이래 남산이 공원(한양공원)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겠다는 발상이다.
- ▲ 포퓰리즘 물결에 밀려 철거 운명에 처한 중앙정보부 옛 청사 건물. 맨 왼쪽 뒤(점선 원)로 보이는 건물이 지금 유스호스텔로 쓰는 과거 중앙정보부 본관.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번에는 재야 단체들이 반대에 나섰다. 인권단체들은 중정 본관이었던 유스호스텔 자리를 중심으로 이 근방을 인권기념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어두운 과거를 상징하는 건물일수록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히틀러 유대인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를 보존한 독일을 비롯,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외국에도 불행한 역사를 기념관으로 만든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광장 건축환경연구소 김원(68) 대표는 "남산 경관도 크게 해치지 않는데 철거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보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물 자체 내구성은 문제없다. 건물들 모두 B등급으로, 시에서 관리하는 시설 중 안전등급 C~E급 건물이 3700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년 이상 끄떡없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정 건물을 지을 때 벽돌 하나라도 허투루 썼다간 고문실로 바로 직행했을 것이란 우스개가 내려오듯 건물 자체는 비슷한 시기에 지은 다른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했다.
시가 20여 년 전 850억원을 들여 산 이 건물들은 현재 재산가치가 공시가로만 따져도 370억원, 시세로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철거비로 수십억원이 든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철거 그 자체로만 손해 보는 금액이 천문학적 규모다.
그러나 과거나 지금이나 서울시의 철거 방침에는 흔들림이 없다. 당초 예정했던 2011년 철거 후 공원 조성 공사 시작은 내부 사정으로 미뤄지고 있지만, 김영걸 행정2부시장은 "남산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옛 중정 건물을) 철거한다는 방침은 변동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안전본부와 남산 별관부터 철거하고 소방방재본부, TBS 본관 등은 대체 공간을 마련하는 대로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남산르네상스를 내세우면서 국궁터인 석호정을 비롯, 장충리틀야구장, 테니스장 등 서울시민이 30여년 넘게 정을 주고받은 자리가 하나 둘 사라질 예정이다. 한일강제병합조약이 이뤄졌던 통감관저터도 남산르네상스 계획이 본격화되면 없어질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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