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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출근길엔 구두, 회사선 슬리퍼 신는 한국인… 유럽인과는 반대, 왜?

by 달빛아래서 2011. 5. 21.

출근길엔 구두, 회사선 슬리퍼 신는 한국인… 유럽인과는 반대, 왜?

  • 입력 : 2011.05.21 03:02
우리 몸 문화 탐사기
최아룡 지음|신인문사|398쪽|1만6000원

유럽인은 운동화 신고 출근해 구두로 갈아 신는다. 한국인은 구두 신고 출근해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피차 황당하다. 칼출근·칼퇴근하는 유럽인에게 회사 밖은 개인 공간, 회사 안은 공적 공간이다. 야근의 달인이자 회식의 감초인 한국 직장인들에게 회사 밖은 '남들'의 공간, 회사 안은 '우리들'의 공간이다. 거리에선 남의 눈도 있으니 구두를 신고, 우리끼리 있을 땐 편하게 통풍 좀 하자는 심리가 있다.

피차 황당한 건 이거 말고도 많다. 유럽인은 따뜻하게 데워진 변기에 앉으면 방금 다른 사람이 볼일을 본 변기에 앉는 것 같아 당황한다. 한국인은 배수구 없는 유럽·북미 욕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들은 화장실 물청소 안 하고 사나?'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한국 사회와 문화를 연구해왔다. 미국 문화를 연구하는 독일인 남편과 산다. 그녀는 쉬운 문장, 신선한 논리, 풍부한 사례로 독자를 자기 책에 붙들어 맨다. 여러 문화를 깊숙이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면서 우리와 타인의 몸을 어떻게 대하고 다루고 느끼는지 경쾌하게 분석한다. 상식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 많다. 가령 한국 산부인과에서는 '섹스' 대신 '부부관계'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공정하고 정확한가, 그렇지 않은가?

미모를 추구하는 건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서구 여성은 얼굴뿐 아니라 몸 전체로 개성을 발현한다. 한국은 매사에 제약이 많다. 머리 모양만 해도 취향이 아니라 연령으로 대세가 갈린다. '처녀는 생머리, 아줌마는 파마머리'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 사회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학벌을 지나치게 중시한다. 이력서에 부모 학벌까지 적어내야 하는 회사도 많다. 저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주어진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로 얼굴에 목숨을 걸게 된 것 아닐까" 묻는다.

그녀는 약자를 차별하는 우리 내면의 괴물을 환한 데로 끌어낸다. 많은 한국인이 '살색'을 '살구색'이라 바꿔 부르면서 "나는 공정한 인간"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실은 전에 '살색'이라고 할 때도 그 색이 진짜 한국인의 살 색은 아니었다. 한국 크레파스의 살색은 북미·유럽 색연필의 살색(flesh)을 들여온 것이다.
출처 : 몽골에서 부는 바람
글쓴이 : 달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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