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기사 스크랩

자전거 타고 옥상까지 삐죽빼죽 삼각 발코니… 발칙한 친환경 건축

by 달빛아래서 2011. 11. 23.

자전거 타고 옥상까지 삐죽빼죽 삼각 발코니… 발칙한 친환경 건축

  • 김미리 기자
  • 입력 : 2011.11.23 03:06 | 수정 : 2011.11.23 11:25

    덴마크 건축가 그룹 'BIG' 파트너 버그만 인터뷰
    진짜를 보여주고 싶어, 덴마크 인어공주 동상 통째로 상하이로 옮겨

    서울 북촌의 한옥 ‘다사헌’을 찾은 카이-우베 버그만씨. “한옥은 작지만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 건축물”이라고 감탄했다. /김미리 기자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엑스포 2010'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국가관은 덴마크관이었다. 구멍 뚫린 철판을 나선형으로 둘러 만든 덴마크관 1층엔 코펜하겐에서 가져온 인어공주 동상이 설치됐다. 계단이 없는 구조여서 관람객들은 전시관에 배치된 자전거를 타고 옥상까지 올라갔다.

    '진짜 인어공주 동상을 데려오자'는 발칙한 발상과,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건물'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이들은 덴마크의 건축가 그룹 'BIG(비야케 잉겔스 그룹)'였다. BIG는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37)가 만든 젊은 건축가·디자이너 집단. '8 하우스' '마운틴 하우스' 'VM 하우스' 등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최근 세계 건축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주역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건축가 중 하나로 선정되고, 간삼건축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BIG는 작품만큼이나 파격적인 운영 시스템을 가졌다. 상하수직 구조가 아니라 창업자 잉겔스를 포함해 8명이 동등한 권한을 지닌 '파트너'로 회사를 함께 이끈다. 이 중 한 명인 카이-우베 버그만(42)씨가 최근 '한국-덴마크 친환경 건축 강연회' 참석차 방한했다. 버그만씨를 서울 북촌의 한옥 '다사헌(多士軒)'에서 만났다.

    BIG가 설계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VM 하우스’. 옆집, 아랫집 이웃과 대화할 수 있는 발코니를 만들었더니 뾰족한 삼각형 발코니가 연출됐다. 영화 ‘타이타닉’에 나오는 뱃머리처럼 생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발코니’라는 별명이 생겼다. /BIG 제공
    ―인어공주상을 중국으로 가져갈 생각을 어떻게 했나.

    "국가 전시관을 피상적인 이미지나 천편일률적인 홍보물로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는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 친환경도 고려했다. 이 건물은 전시관 중 유일하게 에어컨이 없었다. 수영장 가운데 인어공주를 넣었는데 수영장 물이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식혀줬다. 나선형의 자전거 통로가 공기 순환을 도왔다."

    ―옥상을 정원으로 쓴 '8 하우스'처럼 친환경 건축을 색다른 방식으로 푸는 시도가 돋보이는데.

    "우리는 친환경을 '쾌락적 지속가능성(hedonistic sustainability)' 개념으로 접근한다. 친환경이라면 뭔가를 절약하고 인내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느껴진다. 친환경도 재미있어야 한다. 예컨대 마트에서 냉동 닭을 보관하려면 냉장고가 필요한데, 냉장고를 가동하면 엄청난 열이 난다. 건물에 수영장을 지어 이 열을 수영장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작품 외형이 톡톡 튄다. 형태를 우선시하는가.

    "입주자들끼리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독특한 형태를 가져오기도 한다. VM 하우스는 발코니에서 다른 집의 발코니를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다 보니 뾰족한 삼각형 발코니가 나왔다. 베란다에서 바비큐를 하다가 소금이 떨어졌다고 상상하자. 발코니에 나와 있는 옆집이나 윗집 이웃에게 '소금 좀 던져줘요'라고 부탁할 수 있다."(웃음)

    지난해 상하이 엑스포에서 선보인 덴마크관. 계단 없이 나선형 구조로 만들어 관람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내부에서 이동할 수 있게 했다.전시관 1층엔 덴마크에서 가져온 인어 공주상이 설치됐다. /BIG 제공
    ―BIG를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대명사'라고들 한다. 이유가 뭘까.

    "우리 직원 100명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고, 국적은 20여개국이다. 나 역시 독일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자라나 덴마크에 산다.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낸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걸러내 각각의 프로젝트에 제일 적합한 것을 남기는 식으로 일하다 보니 창의적인 집단이 됐다."

    ―건축적으로 서울의 인상은 어떤가.

    "(인터뷰가 진행된 한옥을 둘러보며) 옛날 건물을 보면 이렇게 작은 데도 오픈 스페이스(열린 공간)가 있다. 창을 닫으면 아늑하고 열면 마당의 공간감까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만들어진 도심을 보면 오픈 스페이스가 너무 부족하다. 청계천 프로젝트는 인상적이었다."

    ―관심 가는 건축물은?

    "플라자 호텔에 머무는데 시청이 내려다보이더라. 턴키로 진행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건축가가 마스터플래너로 뒤늦게 투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완공되면 와서 보고 싶다. (구 본관) 뒤에 새로 짓는 유리 건물을 보니 한옥의 옆선이 떠올랐다. 유리 부분 위쪽이 앞으로 돌출했다가 들어가는 모양이 처마가 앞으로 나왔다가 기둥으로 흐르는 형태와 비슷했다."

    ―서울의 공공 공간을 넓히기 위해 제안을 한다면.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보면 도심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한방 침을 놓은 것 같다. 한꺼번에 큰 변화를 주려 하기보다는 곳곳에 이런 공간을 심어 도시의 허파로 만들어야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