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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차량 번호판 003001의 의미

by 달빛아래서 2011. 11. 26.

 

[Why] 외교관 차량 번호판 003001의 의미를 아시나요

  • 김충령 기자
  • 입력 : 2011.11.26 03:18 | 수정 : 2011.11.26 11:00

    앞 세자리는 국가별 번호 뒤 세자리는 서열을 의미
    차량번호가 003001이라면 한국과 세번째로 외교 맺은 국가의 대사 차량

    지난달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주한 외국 대사관 직원이 외교 차량으로 자전거 운전자를 친 후 '난 외교관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작년 9월에는 부산 러시아 영사관 소속 직원이 외교 차량을 몰고 가다 추돌사고를 내고는 면책특권을 내세워 경찰 조사와 음주측정을 거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협약에 따른 외교관의 면책특권 범위에는 외교관 본인뿐 아니라 외교 차량도 포함하고 있다. 보통 차량과는 번호판이 전혀 다른 외교 차량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현재 한국에는 국제기구를 포함해 모두 118개의 외국공관이 있고, 1700여명의 외교관이 거주하고 있다. 국내에 등록된 외교차량은 모두 1000여대쯤 된다.

    '자동차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주한외교 사절단 차량의 번호판은 청색 바탕에 흰색이며 '외교' 등의 문자와 여섯자리 숫자로 구성된다.

    문자 부분에는 '외교' '영사' '준외' '준영' '국기' '협정' '대표' 등 7가지 종류가 있다.

    외교 차량은 번호판의 문자와 여섯 자리 숫자를 통해 어느 나라 외교 공관의 어떤 차량인지를 알 수 있다. 외교 차량도 외교관과 같은 특권이 주어진다.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외교'는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차량에 발급되고, '영사'는 주한 영사관 소속 외교관이나 외교 공무원의 차량에 부여된다. '준외'와 '준영'은 각각 대사관과 영사관에 근무하는 행정기능직원의 차량이다.

    '국기'는 국제기구의 약자이고, '대표'는 주한 대만대표부와 같이 정식으로 국교 를 맺지 않은 나라나 국제기관의 재외공관 차량을 의미한다. '협정'은 별도의 외교협정을 통해 외교사절단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에 부여되나, 아직 '협정' 번호판이 발부된 사례는 없다.

    이처럼 외교 차량에 별도의 번호판을 지급하는 것은 외교관 차량에도 외교관과 같은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 1961년 채택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외교관은 주재국에서 일반 외국인과 다른 특권과 면제 혜택을 누린다. 한국의 외교관도 주재국에서 같은 혜택을 누린다.

    차량번호판의 여섯 자리 숫자는 국가별 번호인 앞 3자리와, 외교공관 내 서열을 의미하는 뒤 3자리로 구성된다. 예컨대 '외교 003001'은 대한민국과 세 번째로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 대사관의 대사 차량이다. 외교차량에 부여되는 국가별 번호는 테러위험 등의 이유로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

    비엔나협약에 따른 면책특권으로 외교 차량이 국내 교통법규를 위반해도 단속을 받지 않거나, 교통 범칙금을 부과받고도 납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05년에서 2009년 사이 외교 차량의 주차 과태료 체납률은 93.5%에 달했다. 외교통상부는 2009년,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외교 차량은 소유권을 이전하거나 교체할 수 없도록 했다. 외교관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고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후임자는 범칙금을 모두 납부해야 차량등록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외교차량의 주·정차 위반 건수는 2010년 1300여건에서 올해 상반기 230여건으로 감소했다. 범칙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던 주한대사관의 수도 2009년 46개에서 2011년 8개로 감소했다.

    외교 차량의 면책특권은 각국의 자유로운 외교공관 업무를 보장받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외교관들이 한국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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