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20 03:08 | 수정 : 2012.04.20 07:05
건축가 김헌의 두 작품… "신기해" "미관 해쳐" 화제
기하학적 12m 라임스톤 건물, 고즈넉한 거리 이미지 벗어나
전위 디자인, 작가는 말한다… 전통, 삼청동스러움을 담았다
건축가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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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공사 끝에 이달 초 준공된 이 건물을 설계한 사람은 건축가 김헌(52·스튜디오 어싸일럼 대표)씨다. '피넘브러' '한길사사옥' 등 경기도 헤이리와 서울 홍대를 중심으로 개성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여왔다. 지난 2월 라임스톤 건물의 대각선 건너편에 들어선 흰색 목조 상업건물 '하겐다즈 플래그십 스토어'도 그가 설계했고, 삼청동에 다른 건물 3개의 신축·리모델링도 진행하고 있다. 18일 삼청동에서 만난 김씨는 "삼청동은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보석 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다음 말. "그래서 내겐 죄의식밖에 없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명료하다. 삼청동에서는 옛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죄악시되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 실제 라임스톤 건물은 삼청동 폐가(廢家)와 주차장을 허물고 3층 높이로 두 개 동을 올린 것이고, '하겐다즈' 건물은 오래된 국밥집을 허물고 세운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가 설계한 건물은 전부 삼청동의 전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작업이라, 나로선 그 고민의 흔적을 건물로 담아냈다"고 했다.
건축가 김헌씨가 설계한 서울 삼청동의 건물.‘ 오랜 동네’삼청동의 분위기에 맞게 색이 바랜 듯한 자연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외벽에 라임스톤을 덮었고, 각면의 각도를 달리해 마치 건물이 구불구불 접힌 것처럼 구성했다. 삼청동 거리의 특징을 디자인적으로 푼 것이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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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건물 외관에 삼청동의 특징적 지형을 풀어냈다. 네모 반듯하거나 사선으로 뻗은 다른 건물들과 달리, 라임스톤 건물이 20~30개의 면을 서로 다른 각도로 연결해 구불구불 접힌 것 같이 보이는 것은 바로 삼청동 거리의 특성을 그대로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작은 것들(단층 건물)이 모여서 큰 면(삼청동 거리)을 만드는 삼청동의 정체성도 반영했다"고 했다. "바랜 듯한 삼청동의 분위기를 담아내기 위해 외벽도 요즘 유행하는 노출 콘크리트 대신 따스하고 오래된 느낌을 주는 자연소재 라임스톤을 택했다"고 한다.
김씨가 설계한 또 다른 삼청동 건물‘하겐다즈’. 나무를 흰색으로 칠해 청량한 느낌을 주도록 했고, 면을 세로로 길게 잘라 그 사이에 다양한 각도의 빛이 들어오게 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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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3층 높이지만 내부는 총 7개 층(지하 포함)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1개 층 높이를 2개로 나눠 내가 몇 층에 있는지 모호하게 만드는 방식을 썼다. 호기심을 유발시켜 건물의 생명력을 키우는 것"이란다. 기계적인 층 분리보단, 입점 업체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층을 활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자는 의도도 있었다. "건물을 두 개 동으로 세운 뒤 좁은 틈을 둔 건 삼청동의 정체성, 즉 '분리와 통합'이 반영된 구조"라고 했다. 조만간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이 건물이 삼청동을 걷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자석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한 방향으로 걷고 또 걷는 삼청동 보행자들에게 랜드마크 같은 존재가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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