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5.26 03:15 | 수정 : 2012.05.26 11:23
단골 영부인들과의 인연
5·16군사정변 이후 육영수 여 사의 초창기 양장은 노라노가 거의 도맡아 제작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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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입을 사람이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으면서, 밤낮 남자 비서라는 사람이 사이즈 샘플을 가져와서는 이렇게 만들어달라, 저렇게 만들어 달라 그러는 거예요. 하루는 내가 '자기가 뭐 대통령 부인이라도 되나? 직접 안 오고 왜 심부름만 시켜?' 하며 심통을 부렸지요. 그랬더니 그 비서가 '예, 대통령 부인 맞습니다' 하는 거예요. 어찌나 무안하던지.(웃음) 결국 프란체스카 여사는 끝까지 얼굴 한 번 못 뵈었어요."
노라노가 가장 많이 의상을 제작한 영부인은 육영수 여사다. 그 인연은 5·16 군사정변 직후에 시작됐다. "이웃에 아는 분으로부터, 군사혁명위원회 위원장 부인이 변변한 외출복이 없어 곤란하니 급히 옷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 일로 장충동 관사에 드나들게 되었는데 육 여사 치수를 재고 있으면 박정희 대통령이 문을 살짝 열고 들여다보시곤 했지요. 박통이 일본군 장교였던 나의 전 남편 부하로 있었거든요. 이혼 사건을 다 알고 있는데 그 여자가 패션디자이너가 되어 돌아왔다니까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했었나 봐요.(웃음)"
육영수 여사의 옷 중에 잊을 수 없는 게 있다. 1962년 한·독차관협정과 관련해 서독으로 박 대통령 내외가 떠날 때 제작한 순모 코트 앙상블이다. "중요한 일 하러 가시니 특별히 국산 양모 원단으로 만들었죠. 제주도 한림이란 곳에서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직접 키운 양 털을 깎아 수직으로 짜낸 울(wool)을 가지고 코트와 원피스를 했어요. 자연색 그대로라 육 여사의 모습이 참 우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근혜·근영씨의 옷들도 몇 벌 만들었지만 가슴에 남는 얼굴은 지만씨라고 했다. "하루는 가봉을 하는데 서너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와서 육 여사의 치마를 잡고 늘어져요. '내가 옷만 갈아입으면 외출하는 줄 알고 이러네요' 하던 육 여사의 음성이 잊히지 않아요. 지금도 가슴이 짠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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