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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사람

'산으로 귀농' 성공한 사람들

by 달빛아래서 2013. 4. 18.

산양삼 키워 올 1분기에만 2억 벌었어요

[중앙일보]입력 2013.04.18 00:08 / 수정 2013.04.18 00:08

'산으로 귀농' 성공한 사람들
농토보다 땅값 싸고 돈 덜 들어
산나물·표고버섯·약초 등 재배
연소득 억대 넘는 귀농인 많아

올해 소득 4억원을 바라보는 이금수씨가 산양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임실=프리랜서 오종찬]

“지난해 소득이 1억2000만원이고요. 올해는 석 달 동안 벌써 2억원을 벌었는데 연말까지 4억원은 될 것 같습니다.”

 전북 임실에서 ‘한국야생산양삼’을 운영하는 이금수(45)씨의 표정이 밝다. 18년 동안 다니던 농협을 그만두고 산양삼에만 매달렸던 세월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산삼씨를 뿌린 다음 야생 상태에서 자라도록 두면 산양삼(장뇌삼)이 된다. 상품화할 정도로 자라는 데 최소 7년은 걸린다. 이씨도 2004년 시작했는데 2011년에야 처음으로 3000만원을 벌었다. 그는 “아내가 맞벌이를 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산양삼은 10년 이상 되면 값을 더 받기 때문에 내년 이후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산으로 귀농해 성공을 거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귀농 인구가 해마다 두 배로 늘어나자 농토 가격이 상승하는 등 귀농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5가에서 원단 도매업을 하던 손태호(55)씨가 ‘산으로 귀농’을 선택한 것도 “농토보다 땅값이 싸고 농약·비료값도 안 들어 초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으니 저절로 친환경 작물이 되는 것도 매력이었다. 경북 봉화에서 율곡농원을 운영하며 산도라지·표고버섯 등을 키우는 손씨의 연소득은 2억원이다.

 산림청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산림 418만㏊ 중 실제로 이용되는 곳은 10%도 안 되는 38만㏊에 불과하다. 진입 장벽은 낮지만 재배 기술, 판로 확보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경남 함양에서 삼봉산 약초골농원을 운영하는 강구영(44)씨도 여러 고비를 넘겼다. 창원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던 1994년부터 10년 동안 짬짬이 나무를 심으며 조경업을 준비했는데 막상 귀농을 하고 보니 잘못된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는 “산에서는 날씨가 너무 추운 탓에 3년 키워야 진주에서 1년 키운 크기가 되더라”고 말했다. 고생 끝에 알맞은 작물을 찾았다. 해발고도가 550~700m 되고 그늘지니까 산양삼이나 곰취나물이 자라는 데는 최고였다. 하지만 임산물은 농수산물처럼 경매 시장이 없어서 판로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렵게 찾은 직거래 손님도 작물이 나지 않는 겨울 동안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다. 궁여지책으로 산에 닭을 풀어 키우며 사계절 상품인 유정란을 팔기로 했다. 그는 “지금은 택배로 달걀을 받는 고객만 600명”이라며 “이 고객들이 산나물까지 사주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강씨의 연소득은 1억2000만원이다.

 혼자 고군분투하던 ‘임업 귀농인’들은 최근에야 체계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임업기술서비스 전문기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재배 기술 전수, 토양 검사, 산양삼 전시회 개최 등을 하고 있다. 이금수씨는 “진흥원에서 하는 산양삼 심화 과정 교육을 받으러 차로 4시간 반 걸리는 경북 영주까지 6개월 동안 다닐 만큼 반가웠다”며 “산양삼 성분 분석 등 과학적 도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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