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국정원장) "대화록 공개는 당연히 합법… 내가 승인"

[南北정상 대화록 파장]

남재준(국정원장) "대화록 공개는 당연히 합법… 내가 승인"

정우상 기자

    김경화 기자   

입력 : 2013.06.26 03:19

[정보委 출석해 野의원과 공방]

"대화록, 국가 안위와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
'NLL 포기, 명료한 표현 없었나' 질문엔 "아니다" 답해

野의원들 "국정원장 자격 없어"… 高聲 터져 나오기도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5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위법성 논란에 대해 "당연히 합법"이라고 말했다. 남 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 지난 20일 국정원이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을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열람시킨 결정에 대해 "내가 승인했다"고 말했다고 여야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여야 합의가 없었는데도 대화록 발췌본을 국회에 전달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하자 남 원장은 "여야 합의가 있어야 전달할 수 있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독자적으로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사퇴할 용의 없다”… 25일 남재준(맨 오른쪽) 국가정보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비공개 정보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남 원장은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내가 왜 사퇴를 하느냐.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은 열람을 하기 위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 '비밀로 분류돼 있던 일반 공공 기록물'이며 비밀 해제 절차를 거쳐서 국회에 전달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회의록은 2009년 3월 1급 비밀에서 2급 비밀로 격하됐었다.

남 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록 공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했지만 "내가 왜 사퇴하는가. 사퇴할 용의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은 정상회담 회의록을 처음 읽은 시점에 대해선 "6월 20일 2~3시간 동안 검토했고 두 번 정도 읽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정원은 국가 안위만 생각한다. 국익을 위해 한 것"이라고 했고, 덧붙여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고도 했다.

이날 정보위에서 여야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파문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결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임을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이 사안을 '제2의 국정원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남 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 시절 대선 개입은 매표 쿠데타이고, 이번 대화록 공개는 매국 쿠데타"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현 의원도 "남 원장은 국정원장 자격이 없다. 국정원은 해체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보위원들은 "외교·안보에 관한 문건은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나 남 원장은 "통일부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답했다.

남 원장은 "대화록에 'NLL 포기' 발언이 있느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가 "명료한 포기 표현이 없었다는 얘기냐"는 질문엔 "아니다"고 했다. 그런 표현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곤란하다"고 했다. 민주당 정보위원들에게선 남 원장의 발언과 태도를 비판하는 고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남 원장이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질 것을 뻔히 예상하고도 바로 전날 회의록 공개를 전격 결정한 것은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은 별명이 '생도 3학년'일 정도로 매사에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군인 시절 아무도 없는 밤에도 '직각 보행'을 했고, 부하들과 회식하면 마무리로 '애국가'를 불렀다고 한다. 남 원장이 평소 스타일대로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고 밀어붙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육군참모총장이 됐지만 청와대 내 386 참모들의 인사 청탁을 거절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