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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들

김연아 몸은 종합병동

by 달빛아래서 2014. 1. 30.

오른발 나이 40대 … 연아는 하이힐 신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2014.01.30 00:10 / 수정 2014.01.30 00:10

김연아 몸은 종합병동
[설 밥상, 이 얘기 어때요] 소치 겨울올림픽
수만번 점프 착지, 피로골절 직전 … 척추는 점프 방향 왼쪽으로 휘어
성한 곳 없어도 독하게 이겨내 … 남자도 꺼리는 힘든 주사 척척

김연아(24)는 똑바로 서지 못한다. 그는 똑바로 선다고 생각하지만 척추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서 기대는 줄 알았어요. 허허.” 29일 서울 방화동 솔병원에서 만난 김연아 주치의 나영무(52·솔병원 대표 원장) 박사가 벽에 걸린 사진을 보며 웃었다. 사진 속 김연아는 나 박사 쪽으로 기대고 있었다. 나 박사는 “18년 동안 시계 반대 방향으로만 점프하고 오른발로 착지하는 동작을 수없이 반복해서다. 스무 살 이후부터 김연아의 척추는 왼쪽(정면에서 김연아를 보면 오른쪽)으로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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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겨스케이팅이나 야구처럼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종목 선수들은 척추가 휘는 ‘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특히 크다. 그러나 20대 초반에 김연아처럼 많이 휜 경우는 드물다. 또 이걸 잘 극복해 낸 선수는 더욱 드물다. 김연아는 은퇴 후에도 똑바로 서기 힘들다. 발바닥부터 발목·무릎·고관절까지 뒤틀린 척추에 맞춰 ‘리셋’됐기 때문이다.

 당분간 하이힐을 신기도 쉽지 않다. 나 박사는 “평창 겨울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2011년, 김연아가 하이힐을 자주 신었다. 그때 오른발 통증이 심했다”며 “김연아 오른발의 신체 나이는 40대로 보면 된다. 평소엔 운동화만 신는다. 하이힐을 신으려면 은퇴 후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김연아는 오른발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골절로 그랑프리 시리즈에 나서지 못했다. 김연아는 “뼈에 멍이 들었다”며 씩씩하게 웃었지만 피로골절 직전 단계인 만큼 간단한 부상은 아니었다. 다행히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멋지게 날아올랐다. 총점 204.49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소치 올림픽 리허설을 마쳤다. 현재 김연아의 컨디션은 90% 정도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중족골엔 통증이 남아 있다. 주변 인대와 힘줄에도 만성염증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조직재생주사를 맞고 있다.

 김연아의 점프는 높고 빠르다. 착지 때 오른발이 받는 충격도 크다. 나 박사는 “김연아는 버퍼링(buffering·완충) 능력이 뛰어나다. 착지 때 발바닥뿐 아니라 발목과 무릎으로 충격을 분산하는 요령이 좋다. 그래도 충격이 누적된 탓에 오른발은 늘 아프다”고 전했다. 김연아는 미세하게 착지를 조정한다. 엄지발가락이 아프면 다른 발가락으로 압력을 보내는 것이다. 충격이 누적되면서 오른쪽 발바닥 아치(arch)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후천적으로 평발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연아는 습관적으로 발바닥을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하지만 두 발 모양은 서로 달라지고 있다.

 나 박사는 “밴쿠버 올림픽 이후 김연아는 완급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서너 시간 스케이팅을 해도 에너지를 다 쏟는 건 2시간 정도”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노화현상에 김연아가 영리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솔병원 출신 박상현 트레이너도 김연아의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

 4년 동안 주치의를 해 온 나 박사는 김연아에 대한 확신이 있다. 나 박사는 “김연아가 아프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의사 말을 잘 듣고 아무리 아파도 독하게 이겨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가 혈소판 농축 혈장치료(PRP)는 가장 고통이 심한 주사로 알려져 있다. 건장한 남자 선수도 맞길 꺼린다. 나 박사는 “연아한테 ‘PRP 맞자’고 하면 ‘그거 꼭 맞아야 해요?’라고 묻는다. ‘그래야 한다’고 말하면 화끈하게 ‘그래요’라고 답한다. 결정이 빠르고 일단 결정하면 독하게 실행한다”며 “김연아는 사업을 해도 크게 성공할 스타일”이라며 웃었다. 김연아의 생애 마지막 연기가 펼쳐질 소치 올림픽은 지긋지긋한 부상과 이별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김식·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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