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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양식.자재

가로 4m 세로 6m 위에 쌓아올린 '꿈의 집'

by 달빛아래서 2014. 4. 18.

[집이 변한다] [22] 가로 4m 세로 6m 위에 쌓아올린 '꿈의 집'

  • 박세미 기자

     

  • 입력 : 2012.09.05 03:06 | 수정 : 2012.09.06 07:54

    [서울 누하동 몽당(夢堂)주택]
    3개 층 연면적 15평 남짓… 몽당연필 닮은 초소형 주택
    1층 천장 2층 바닥 연결해 대화·음악 공유토록 설계
    "줄이고 덜어내며 살자" 건축주 마음 그대로 반영

    
	건축가 이민수(왼쪽)·안기현씨
    건축가 이민수(왼쪽)·안기현씨
    우리나라에서 '작은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선 용어부터 보자. '쪽방' '단칸방' 등 작은 집을 지칭하는 통상적 용어엔 가난함에 대한 멸시가 사뭇 느껴진다. 둘째 연령대. '30대엔 30평형대, 40대엔 40평형대…' 식으로 크기가 상승하는 주택 문화는 '작은 집은 애들이나 사는 집이다'란 편견마저 깃들어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하고, 집을 거주가 아닌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특유의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낸 폐해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건축설계사무소 'AnL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 안기현(36)·이민수(32)씨도 지난해 여름 한 50대 여성 번역가로부터 집 설계를 의뢰받았을 땐 비슷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건축주는 "장성한 아들 추천으로 왔다"며 두 사람에게 '기상천외한' 땅을 보여줬다. 대지면적 33㎡(10평)의, 그것도 건축 규제가 까다롭다는 서울 종로구 서촌(西村) 일대의 작은 땅. 그 위엔 다 쓰러져가는 단층짜리 상가가 비좁게 들어서 있었다. 인천의 전망대 '오션스코프', 호주 브리즈번 설치물 '라이트웨이브' 등 일련의 실험적 작업으로 주목받아온 두 건축가에게는 이 프로젝트도 또 하나의 '실험'이었다.

    "머리를 맞대고 설계 도면을 만든 뒤 테이프를 실물 크기로 잘라 저희 사무실 바닥에 붙여봤어요. 성인 남자 하나가 누우면 딱 맞는 집이 나오더라고요. 기가 막혀서 우리끼리 그랬죠. '이런 집에서 진짜 살 순 있는 거야?'" (안기현)

    "건축주의 의지가 대단했어요. '어린 시절 서촌에서 살았다. 애들이 다 크면 꼭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 다들 더 가지고 사는 것만 생각하지만, 좀 줄이면서 좀 덜어내면서 살 수도 있는 것 아닐까'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민수)

    안기현·이민수씨가 설계한 초소형 주택‘몽당(夢堂)’. 이 집은 3개 층의 연면적이 50㎡(약 15평)에 불과하다. 건축가는 인근 인왕산 돌덩이에서 모티브를 얻어 콘크리트 패널로 외부를 마감했고, 사선으로 1·2층에 통창을 내 개성과 조망을 살렸다. /사진가 윤성환·구희본
    최근 완공된 서울 종로구 누하동의 3층짜리 '몽당(夢堂)주택' 건축 스토리다. 일본의 이른바 '협소주택(건축면적 10평 이하의 작은 집)'을 연상시키는 이 집의 연면적은 불과 50㎡(15평). 평균 5평의 공간이 총 3개 층 8m 높이로 층층이 올려져 있는 그야말로 '몽당연필 같은 집'이다. '집을 꿈꾸다'는 뜻의 '몽당'도 건축주가 붙인 것. 일본 관련 책만 여러 권 번역한 건축주는 은퇴를 5년여 정도 앞둔 남편과 단둘이 살 곳으로 이 집을 택했다.

    1층 천장과 2층 바닥이 틈으로 이어져 있다. 공간을 3개 층으로 분리했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 /사진가 윤성환·구희본
    몽당주택의 핵심은 '좁은 집, 그리고 공간 배치'다. 1층 바닥면적이 가로세로 각각 약 4m, 6m인 이 집은 다른 집의 일조권을 보장해야 하는 법규정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2~3층 가로 길이가 다시 2.4m로 줄어든다. 두 건축가는 이 좁은 공간적 제약을 발코니와 계단실 옆 창을 통해 풀어냈다. 주방과 거실이 있는 1층은 최대한 높게 천장(2.6m)을 틔워 답답한 느낌을 덜어내되, 2층(침실 및 드레스룸)엔 외부로 나가는 발코니를, 3층(욕실 및 서재)엔 옥상으로 향하는 높은 천창을 설치해 시선을 최대한 바깥으로 끌어낸 것이다. "1층에서 2층, 2층에서 3층으로 향하는 원형 계단실 옆에 비정형적인 통창을 둬 시원한 조망을 확보했다"고 한다.

    “설계의 8할이었다”고 할 만큼 위치를 정하기가 어려웠다던 계단실. 좁은 집이기 때문에 원형으로 계단을 냈다. /사진가 윤성환·구희본

    '집안 어디서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건축주 바람을 반영, 건축가는 1층과 2층을 완전히 단절시키지 않고 천장 일부를 뚫어 1층 천장과 2층 바닥이 서로 연결되도록 했다. 성인 남성의 다리가 대롱거리기도 하고, 몸을 2층 바닥에 밀착시키면 아래층 풍경이 훤히 보이는 재미있는 공간이다. "집이 워낙 좁아 3개 층으로 방을 분리했기 때문에 층마다 공간이 따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었어요. 1층과 2층만큼은 사람 음성이든 음악 소리든 공유할 수 있었으면 했죠."

    '인왕산을 바라보며 목욕을 하고 싶다'는 건축주 남편의 뜻에 따라 가장 높은 3층에 욕실을 배치했다. 1층 데크도 '좁은 집이지만 주변에 유쾌함을 주고 싶다'는 건축주의 뜻을 반영한 공간이다. 건축가는 생활공간을 양보해 한 평 정도 자연을 위한 마당을 만들고 앞에 철망 문을 달았다. 콘크리트 패널로 마감한 외관은 "묵직하고 단단한 인왕산 돌산의 한 조각에서 따왔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 공사비는 1억원 정도 들었다.

    건축가는 조만간 입주할 건축주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다 버리고 오세요. 특히 짐이요. 지금 집에 있는 짐 전부 갖고 오시면, 아마 수납할 곳도 없을 거예요.(웃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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