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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박근혜정부라서 사고가 났다

by 달빛아래서 2014.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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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데이

입력 : 2014.05.28 05:35

'박근혜 정부라서 慘事 났다, 노무현이면 살릴 수 있었다, KBS 권력 개입이 희생 불렀다'
타격 주려고 근거 없이 비난… 진상 규명 통해 再發 막으려면 철저하게 사실에 바탕 둬야

김창균 부국장 겸 사회부장
김창균 부국장 겸 사회부장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를 겨냥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일부 재미(在美) 한인들이 뉴욕 타임스에 게재한 세월호 광고에도 '0 rescued(구조된 사람이 없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세월호 구조자가 172명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사고 첫날 생존자 수가 발표된 이후 추가 구조가 없었던 점을 꼬집는 것이다.

세월호가 물속에 잠긴 후에도 승객을 더 구하는 게 가능했을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사고 2주 후 공개된 침몰 순간 동영상에 담겨 있었다. 구조 작업을 벌였던 어업지도선이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90도 수직으로 기울었던 배가 불과 2~3분 사이에 뒤집힌다. 어업지도선이 건져낸 승객들을 해경 구조선에 옮겨 실은 후 추가 구조를 위해 돌아섰을 때 세월호는 배 밑바닥 조그만 면적만을 남긴 채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장면을 보면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 20분 무렵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지난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 추도식에서 "세월호 참사의 엄청난 희생은 명백히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윤을 앞세운 부도덕한 탐욕들이 안전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선원은 선원대로, 해경은 해경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외면했다. 정부도 없었고, 국가도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대한문 앞 노 전 대통령 5주기 행사에 내걸린 포스터엔 세월호가 뒤집힌 그림과 함께 '그였다면… 살릴 수 있었습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친노(親盧) 진영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정부 때문에 벌어진 것이며, 노무현 정부였다면 승객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는 얘기다. 과연 승객보다 화물의 안전을 먼저 걱정한 청해진해운 사람들의 탐욕, 세월호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은 박근혜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것일까. 침몰 직전인 세월호 앞에서 겁먹고 허둥댔던 해경들이 노무현 정부 때라면 과감하고 침착한 수퍼맨으로 변신했을 것인가.

지난 주말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서 KBS노조 관계자는 "저희가 죄인이다. KBS가 사고 초기 권력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했더라면 꽃다운 희생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골든 타임이 흘러가는 동안 청와대가 보도국장에게 KBS 뉴스에서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집요한 요청을 한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KBS가 권력에 굴복해 해경 비판을 삼간 것 때문에 세월호 승객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한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그 시점이 5월 5일이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20일이 지난 시점의 일인데, 그때의 KBS 보도가 어떻게 세월호 희생자 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지난 26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또 다른 세월호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고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었던 것인지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작업은 철저하게 사실관계에 바탕을 둬야 한다.

세월호는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급선회를 하며 기울기 시작해서 오전 10시 20분에 거꾸로 뒤집히며 선체 대부분이 물속에 잠겼다. 그 1시간 30분의 골든 타임 동안 해경이 최선의 구조 활동을 펼친 것인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느 대목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 그러나 골든 타임이 끝난 후에도 침몰한 배 안에서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는 초(超)현실적인 가정 아래서 해경의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사고 이후 박근혜 정부 사람들의 혼란상과 무(無)신경이 희생자 가족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고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든지, 다른 정부였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편 가르기 정쟁(政爭)에 불과하다. 권력이 공영방송인 KBS의 보도 방향을 좌지우지해선 안 되지만, 그 문제를 쟁점화하려고 세월호 참사의 인과(因果)관계를 거꾸로 뒤집어서도 곤란하다.

세월호 진상 규명은 세월호에 중심을 둬야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세월호를 동원하면 안 된다. 평소 공격하고 싶던 대상을 표적으로 미리 정해놓고, 타격 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비틀면 진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다. 그건 세월호 희생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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