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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철새는 수천㎞를 날아가면서도 지치지 않을까.

by 달빛아래서 2015. 1. 19.

롤러코스터 비행·V자 편대…철새의 비밀들

  • 박건형 기자

  • 입력 : 2015.01.18 18:49 | 수정 : 2015.01.18 22:36

    
	롤러코스터 비행·V자 편대…철새의 비밀들
    해마다 세계적으로 철새 수십억 마리가 가을에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날아간다. 남쪽에서 겨울을 난 철새는 이듬해 봄이 오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철새는 수천㎞를 날아가면서도 지치지 않을까.

    과학자들이 철새의 숨은 비행 능력을 잇따라 밝혀냈다. 철새는 고공(高空)에서 크루즈(cruise·순항) 비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맥의 지형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식 비행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새의 상징인 ‘V’자형 편대 비행 역시 앞에 있는 동료가 뒤에 오는 동료를 도와주는 에너지 최적화의 산물이었다. 과학자들은 철새의 비밀이 에너지 소모가 적은 비행기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높이 1390m 오르내리면서 1만2290m 움직여

    영국 뱅고르대 생물학과 데이비드 비숍 교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몸길이가 70㎝에 불과한 인도기러기가 높이 8000m를 넘나드는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을 넘을 수 있는 것은 롤러코스터 궤도로 비행하며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도기러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몽골에서 생활하다 겨울은 인도에서 난다. 연구진은 인도기러기 일곱 마리에게 소형 추적 장치를 심고 심장 박동 수, 가속도, 체온 변화, 비행 고도 등을 30초마다 기록했다. 그 결과 인도기러기들은 산맥 지형을 따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기러기가 일단 높이 올라간 뒤 뒷바람을 받아서 고고도(高高度)를 유지하면서 히말라야를 넘는다고 생각했다.

    측정 결과는 달랐다. 인도기러기는 해발 3200m에서 출발해 4590m 산을 넘는데 한 번에 올라가지 않고 지형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날았다. 고도를 높이는 동안 올라간 거리는 모두 7340m, 내려간 거리는 4950m였다. 즉 1390m 높이를 오르내리기 위해 무려 1만2290m를 움직인 것이다.

    롤러코스터 비행은 히말라야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5500m 상공에선 대기 중 산소 농도가 지상의 10% 수준까지 떨어진다. 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48m)에서는 7%에 불과하다. 공기 밀도도 지상의 절반 이하로 희박하다. 인도기러기조차 숨을 쉬기 힘들 뿐더러, 아무리 날갯짓을 열심히 해도 공기가 부족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을 받기 힘든 조건이다.

    실제로 인도기러기가 높이 올라가려고 날갯짓을 5% 늘리면 심박수는 19% 빨라졌다. 높이 날수록 체력 소모가 많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나는 것보다 롤러코스터 비행을 하는 것이 8% 이상 에너지를 아낀다”며 “기러기는 본능적으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소비 줄여주는 V자형 비행

    철새 연구는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항공기 조종이나 설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철새가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V자형 비행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 왕립수의대 스티븐 포르투갈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철새가 V자형으로 무리를 지어 날면서 서로 힘을 이용한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붉은볼따오기 열네 마리에게 추적 장치를 장착했다. 분석 결과 뒤따르는 새들은 앞서가는 새의 날갯짓에서 발생한 상승기류를 이용하기 위해 날갯짓 순서를 앞 새와 반대로 했다. 특히 새들은 앞뒤로 0.49~1.49m 간격을 두고 날았는데, 이 거리는 공기역학적으로 앞 새의 날갯짓에서 발생하는 상승 기류를 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거리였다. 포르투갈 박사는 “새들은 본능적으로 상승기류를 이용하는 방법과 거리를 알았다”고 설명했다.

    철새의 V자형 비행은 이미 전투기 비행이나 에어쇼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전투기가 V자형으로 편대를 이뤄 비행하면 수신호로도 서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데다 연료 소모도 20% 이상 줄일 수 있다. 군집을 이뤄 비행하는 드론(drone·무인기) 연구에서도 철새의 움직임을 본뜨려는 시도가 있다. 가장 앞에서 날아가는 드론의 연료 소비가 가장 큰 만큼 여러 드론이 번갈아 선두를 맡는 것이 효과적인데, 여기에 철새들이 비행 위치를 바꾸는 원리가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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