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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전원생활엿보기

텃밭에서 식탁까지 자급자족하는 삶! 시티 파머 강은엽

by 달빛아래서 2015. 9. 8.

텃밭에서 식탁까지 자급자족하는 삶! 시티 파머 강은엽

그 여자의 살림법 06

올해로 14년 되었다는 그녀의 텃밭은 마치 잘 손질된 정원처럼 깔끔하고 미적으로도 조화롭다. 이 텃밭은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나름의 규칙이 있다.

“텃밭을 일굴 때는 무엇을 가꿀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해요. 중요한 것은 관상용이 아닌 나와 내 가족이 즐겨 먹는 것들을 심어야 한다는 거죠. 허브가 몸에 좋다고 해서 잘 먹지도 않는 허브를 잔뜩 심어놓으면 그저 관상용일 뿐이죠. 밭에서 키운 것들은 반드시 식탁으로 이어져야 해요.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는 주변에 변변한 슈퍼마켓도 없었어요. 제가 즐겨 먹는 루콜라나 아스파라거스, 비트 등은 서울의 백화점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귀한 식재료였죠. 그래서 텃밭에 하나둘씩 즐겨 먹는 식재료를 심기 시작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죠. 몇 년 전만 해도 아스파라거스나 비트, 바질, 루콜라 등은 씨앗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종묘사에서 다양한 종류의 채소 씨앗을 판매하고 있어요.”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텃밭을 디자인하는 법

처음부터 농사가 쉬웠던 것은 아니다. 처음 농사를 지어 4년 정도까지는 시행착오가 계속됐다.

“4월 초면 봄기운이 완연하게 느껴지죠. 하지만 그때는 아직 모종들이 밖에서 자라기엔 이른 시기예요. 시장에 가면 고추, 토마토 등 다양한 모종을 판매하는데 빨리 모종을 심고 싶은 마음에 샀다가 냉해가 들어 전부 죽는 경우도 많았어요. 이제는 4월 중순이 되면 농사를 시작해요. 밭을 가는 것을 시작으로 모판에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죠. 4월 말 정도 되어 식물이 살 수 있을 만큼 따뜻해지면 웬만큼 자란 모종을 밭에 옮겨 심어요. 물론 상추나 열무처럼 밭에 직접 심는 것들도 있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는 모판에 씨를 뿌려 온실이나 따뜻한 방 안에 둡니다.”

좁은 텃밭의 경우 식물이 자랄 때 차지하는 땅의 면적도 고려해봐야 한다. 호박이나 고구마와 같이 줄기가 넓게 뻗어나가는 식물과 배추처럼 자라면서 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채소들은 좁은 텃밭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키가 큰 식물들은 텃밭 맨 끝 부분에 심어 앞쪽의 작은 식물들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상추나 치커리처럼 자주 먹는 채소는 밭 앞쪽에 심어 따기 편리하도록 하는 것도 텃밭을 디자인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또한 텃밭에서 채소를 자급자족하고 싶다면 뿌리, 잎, 열매채소를 골고루 심어야 한다.

“식물에서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뿌리부터 잎, 열매를 모두 먹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모든 식물을 뿌리째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감자,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와 상추, 치커리, 열무, 배추와 같은 잎채소 그리고 토마토, 가지, 오이와 같은 열매채소까지 골고루 심도록 하세요. 그렇게 되면 채소는 마트에서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요.”

1 아스파라거스는 5년 이상 키운 것으로, 아주 추운 한겨울에 비닐을 씌워놓으면 새롭게 심지 않아도 봄이 되면 아스파라거스를 수확할 수 있다.

2 화단처럼 질서 정연한 강은엽 씨의 텃밭. 조각가인 그녀는 텃밭 역시 하나의 캔버스라 생각하고 식물의 성장 특성은 물론 미적인 요소까지 생각해 채소 모종을 심는다.

3 초밥을 장식하거나 매실과 피클 등에 빨간 물을 들이는 자색 차조기.

4 이 가방 안에 텃밭을 일굴 때 사용하는 모든 도구가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꽃삽, 호미, 전지가위, 장갑까지 야무지게 정리된 농사도구 가방.

5 이제 막 뾰족뾰족 얼굴을 내밀고 있는 비트. 올봄은 유난히 추워 지난해보다 파종이 늦었다.

6 요즘 텃밭에서 딴 채소로 쌈도 싸먹고 샐러드도 만든다는 강은엽 씨는 매일 아침 텃밭을 돌아보고 난 후 아침 메뉴를 정한다고.

 

텃밭에서 식탁까지 그리고 채소 갈무리하기

평소 채식을 즐기는 강은엽 씨의 식단은 텃밭의 수확물로 정해진다. 호박이 탐스럽게 자란 날은 찌개, 상추가 먹기 좋게 자라면 쌈이 메뉴다. 파스타나 피자 등도 즐겨 먹는 편인데 갓 딴 루콜라, 바질, 토마토 등 신선한 재료로 만들면 여러 재료를 넣지 않아도 맛이 살아 있다.

“남은 채소들을 갈무리해두면 겨울에도 먹을거리 걱정이 없어요. 바질은 소쿠리 가득 뜯어다가 올리브유, 잣이나 호두와 같은 견과류, 마늘, 파르메산치즈 등을 넣고 분쇄기에 갈아 바질페스토를 만들죠. 이 바질페스토를 한 번에 10병 이상 넉넉하게 만들어두면 파스타나 피자를 만들 때 한 스푼씩만 넣어도 풍미와 맛이 더해져요. 파스타를 즐기는 지인의 집에 갑자기 방문할 일이 생길 때는 한 병 꺼내 예쁘게 포장해 선물하면 다들 좋아하지요. 냉동 보관하면 1년 정도 두어도 상하지 않아요.” 

배추는 잘 말려 통풍이 잘되는 망에 담아 겨울 내내 시래깃국이나 된장찌개를 끓여 먹고 토란 줄기 역시 말려두면 씹는 맛이 일품인 나물을 만들 수 있다. 청양고추는 유기농 간장에 절여놓았다가 찌개나 각종 조림에 넣어 먹으면 매콤하고 짭짤한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 밖에도 오이, 가지, 토란 등 다양한 재료로 장아찌를 담가 먹곤 한다. 장아찌는 저장해두고 먹으면 입맛을 돋우고 절임간장은 소스로 활용할 수 있어 다양한 채소로 매년 많이 담그는 편이다.

그녀는 요즘 설탕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아가베시럽, 메이플시럽과 지난해 담가두었던 매실청을 설탕 대신 사용한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매실청을 찬물에 타 마시면 갈증 해소와 수분 보충에 좋고 비타민 C도 보충된다.

1 지난봄에 담근 매실청. 요즘은 설탕 대신 요리에 넣기도 하고 갈증이 날 때 시원한 물에 타 마시면 갈증 해소에도 좋다.

2 오이, 가지, 우엉 등 다양한 채소에 간장, 설탕 등으로 배합만 제대로 하면 쉽게 장아찌를 만들 수 있다.

3 우유와 생크림을 끓이다가 레몬즙을 넣어 만든 치즈. 치즈를 그릇에 담은 뒤 말린 과일을 잘게 다져 올리고 그밖에도 견과류, 올리브와 토마토 등을 토핑으로 올려 파티용 음식으로 만들었다.  

4 배추와 토란 줄기를 말린 시래기들. 푹 삶아 국이나 찌개를 끓여 먹어도 좋고 된장이나 간장, 소금 등을 넣어 무쳐 먹어도 맛있다.

5 그녀가 즐겨 먹는 식재료 중 하나인 바질페스토. 냉동실에 얼려두면 1년 정도 보관할 수 있어 바질이 한창일 때 여러 병 만들어둔다.

6 지난가을 청양고추에 유기농 간장을 부어 숙성시킨 것으로 각종 조림이나 찌개 등에 넣으면 칼칼한 맛과 감칠맛을 더해준다.

7 건강을 생각해 설탕 대신 아가베시럽이나 메이플시럽을, 일반 기름보다는 올리브유를 즐겨 먹는다.

정원 한편에는 모판이나 호미, 거름 등을 보관하는 작은 온실과 천연 거름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차지하고 있다. 모두 꼭 필요해 놓아둔 것들인데 정원의 미관을 해치지 않고 조화로운 것이 놀랍다. 거름을 만드는 기계는 미국에서 공수한 것으로 잡초나 건초, 낙엽 등을 넣으면 태양열로 발효되어 자연 거름이 만들어진다. 직접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것을 넘어서 요즘은 자연친화적인 농사법에도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밭에서 유독 눈에 띄는 빨간색 비닐망 역시 외국에서 구입해 가지고 온 것으로 일반 비닐과 달리 땅이 숨을 쉴 수 있으며 환경오염도 훨씬 덜하다고 한다.

“저는 정원과 텃밭을 해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자란 식물들을 무조건 뽑아버리지 않아요. 어느 날 보니 텃밭 한구석에 엉겅퀴가 쑥쑥 자라고 있더라고요. 다른 채소들과는 조금 떨어진 밭둑에 피어 있는 것을 그대로 두니 지금은 텃밭을 한층 돋보이게 하는 구성원이 되었지요.”

1 비바람에 낡아 더욱 예쁜 내추럴한 분위기의 새집은 정원에 아기자기한 재미를 더해준다. 

2 정원에서 집으로 이어지는 계단 양옆으로도 꽃나무와 화초들이 조화롭게 자라고 있다. 지나치게 무성하지 않아 집 밖이 잘 보이면서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는다.

3 낙엽이나 풀을 넣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하루 몇 번씩 돌리기만 하면 친환경 거름이 만들어지는 기계. 지인을 통해 외국에서 공수해온 것이다.

4 야생화 부럽지 않게 예쁘게 핀 파꽃. 조금만 더 자라면 씨를 받을 수 있다.

5 운치를 더하는 흔들의자에 앉으면 새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식물을 공부하며 더불어 사는 친환경적인 삶

“식물을 기르는 법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꾸준하게 공부를 해야 해요. 농사 경험이 많은 이웃에게 듣기도 하지만 루콜라나 비트와 같은 제가 즐겨 먹는 채소는 주변에서 키우는 사람이 흔하지 않거든요. 외서 등을 읽으면서 키우는 법은 물론 그 채소를 이용한 요리법까지 공부하지요. 농사가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제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에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먹을 정도의 양, 제 땅이 허락하는 만큼 그리고 다른 일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농사를 짓지요.”

아름다운 정원과 정원 같은 텃밭이 있는데도 그녀의 집 내부 구석구석에는 초록색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농사뿐만 아니라 식물을 아끼고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인테리어에 평소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 로즈메리 화분을 비롯해 크고 작은 화분들이 집 안에서 또 다른 정원 역할을 하고 있다.

텃밭을 가꾼다는 것 그리고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무농약 채소를 길러 먹고 예쁜 꽃과 잎을 보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다. 정성을 다해 식물을 가꾸다 보면 식물 그리고 흙과 대화하게 되고 이웃과의 소통까지 이루어진다. 이러한 일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삶의 활력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자연과 공존하며 소박하지만 지혜로운 그녀의 친환경 삶이 아름답다.

1 정원으로 이어지는 문 옆 창틀 위에 올린 미니 화분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집 안에 청량감을 선사한다.

2 복층으로 향하는 계단 위와 아래에 긴 테이블을 놓고 아기자기한 화분들을 올려 집 안에 생기를 더했다.

3 평소 강은엽 씨가 즐겨 읽는 외서들. 텃밭 가꾸기와 가드닝 그리고 가드닝 푸드 만들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4 거실 창가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모여 미니 정원처럼 꾸며져 있다.


/ 여성조선
  진행 강부연 기자 | 사진 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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