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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곳

문래동 철공소골목

by 달빛아래서 2016. 10. 10.

입력 : 2016.10.06 04:00

문래동 예술촌

서울 영등포 문래동에선 이색적인 동거가 진행 중이다.
철공소 많던 동네에 작가들 작업실이 들어섰고,
좀 뜬다는 소식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식당이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무수한 철공소는 용접과 주물 작업이 한창.
이곳에 있는 예술가를 200명으로 추산하는데
철공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2000명이다.
1980년대 청계천 인근에 있던 철공소들이 문래동에 몰려들면서
철재 단지가 만들어졌고,
철공소가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한 2000년대부터는
홍대·성수 등지에서 온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차렸다.
예술(fine arts)은 기술(arts)에 뿌리를 둔다.
예술과 산업이라는 이질적인 두 세계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다.
문래동에 들어선 이색 공간을 찾아갔다.
좁은 골목골목, 허름한 철공소 사이로 숨어 있는 공간을 찾는 재미가 있다.

철공소와 공방이 사이좋게 이웃해 있는 문래동 골목. 문래 2가와 3가는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는 장소다.
철공소와 공방이 사이좋게 이웃해 있는 문래동 골목. 문래 2가와 3가는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철공소 사이 숨어 있는 이색공간

밥을 팔지 않는 식당이 있다. 이름은 '그림책식당'. '도둑을 잡아라' '감기걸린 물고기' 등의 작품을 낸 박정섭 작가의 전시·작업 공간이다. 박씨는 "그림책을 맛보는 곳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다. 철공소 여럿을 지나 허름한 건물 1층에 튀는 간판을 찾아 2층으로 올라간다. 그림책처럼 아기자기한 실내에 그림책이 여럿 놓였다. 여느 식당처럼 밥을 팔지는 않지만 그림책 작가들의 친필 사인이 담긴 한정 판매 상품과 음료를 판다. 금·토·일만 열고 평일에는 작업 공간으로 쓴다. 바로 옆 건물에는 지난 9월 전시공간 '인터랙션'이 새로 들어왔다. 설치미술 '환상회로'전을 9일까지 연다. 유명 전시공간 '이포' '세이' '문래예술공장' 사진갤러리 '빛타래' '아지트' 등에서도 수시로 새 전시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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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맛보는 공간이라는 콘셉트의 ‘그림책식당’

문래창작촌 안내소는 변화하는 문래동을 상징한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 앞에 있다. 이곳에서는 평소 쓰지 않던 물건을 받아서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작소(公作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명진 작가는 "고장난 오르골을 가져온 일본인 부부, 이제는 안 쓰는 구형 휴대폰을 가져온 사람 등 종류가 다양하다"며 "이달 15일까지 물품을 받아 전시한 뒤 원래 주인에게 작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배낭여행 경력이 5년이라는 이승혁 대표가 차린 '어반아트 게스트하우스'는 올라가는 계단길부터 각국에서 온 예술가들이 남긴 낙서와 그림이 한가득이다. 이곳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는 프랑스 청년 조던 람베르토니가 게스트하우스를 지키고 있다. '서프라이즈' 등에서 재연 배우로 활동하고 백댄서로도 일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인도·네팔 특유의 향기가 난다. 이 대표는 "스티브 잡스가 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나그참파' 향"이라며 "프랑스·독일·말레이시아·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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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로 쓰이는 문래창작촌 안내소

철공소 사이에 있는 술집 '비닐하우스'는 무너진 담벼락을 활용한 익선동 '거북이슈퍼' 등에 관여했던 건축가 황현진씨가 차렸다. 비닐하우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반투명 플라스틱으로 벽부터 천장까지를 둘렀다. 진짜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느낌이 든다. 자리에 앉으면 유리창을 통해 낡은 문래동 건물 외관이 보인다. 시종 흘러나오는 클럽 음악이 흥겹다. 좁은 골목에 숨어 있는 '불탄집아곤'은 화재가 났던 집 내부를 인테리어 요소로 살렸다. 벽에 즐비한 독주들과 낮은 조도의 조명은 이태원 싱글몰트위스키 전문 술집 못지않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GBN'에서 밴드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
'GBN'에서 밴드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
직접 참여해 200% 즐기기

철공소가 즐비한 문래동에 메탈 음악팬이 몰리는 게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헤비메탈을 들을 수 있는 라이브클럽하우스가 두 곳 있다. 올해 초 생긴 GBN과 2003년 홍대에서 시작해서 작년 문래동으로 자리를 옮긴 스컹크헬. 그냥 메탈이 아니라 앞에 '익스트림'이 붙은 강렬한 음악이 주류다. 청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고(高) 데시벨 음악이 빵빵 터진다.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는 마니아들로 붐빈다. 스컹크헬은 15~16일 원(Won), 제로지(Zero-G) 같은 유명 헤비메탈 밴드가 참여하는 '문래메탈시티(MMC)' 공연을 진행한다. 문의: 1833-5313

문화예술 강좌 '문래캠퍼스'도 진행한다. 문래창작촌을 돌아다니다가 소위 '꽂힌' 소품을 작가에게 직접 배워가며 만들어 본다. '로코안경공방'은 국내에 얼마 없는 수제 안경 공방이다. 일반인들도 반합성섬유 아세테이트를 가공해 본인 디자인대로 안경을 만들어 볼 수 있다. '그림책식당'에서는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문래숲'에서는 '나의 얼굴 문패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다. 목재에 헌옷을 붙여 만든다. 눈·코·입 없이 머리모양과 턱선 같은 실루엣을 살려 그 사람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드라이플라워 소품 만들기'(라이드&타이드) '커피는 내가 볶아서 내가 내려먹기'(티모르) '나무소품 만들기'(보노보C) 등 다른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문의: 010-9992-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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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덮밥에 소시지를 넣은 칸칸엔인연 ‘제육부대덮밥’

한식 가정식을 내는 쉼표말랑(02-2634-2639)과 햄버그스테이크와 파스타를 파는 칸칸엔인연(02-2675-8882) 음식이 깔끔하다. 카페 수다(02-2637-3313)는 철공소 공구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문화예술축제 ‘헬로우문래’가 15일 문래창작촌에서 열린다. 벼룩시장, 야시장, 공연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올해 처음 열리는 ‘문래 아트 for 커뮤니티’ 행사가 1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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