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디자인을 더한 집-정원에 힘 준 진교 농가 리모델링
오랜 세월동안 사는 사람이 없어 힘없이 스러져가던 집은,
다시 사람이 들고 활기가 돌면서
이웃과 행복을 나누는 집이 되었다.
HOUSE PLAN & INTERIOR
대지위치 : 경상남도 하동군 진교면 / 대지면적 : 387㎡(117.27평)
건물규모 : 2개동 각 지상 1층 / 건축면적 : 본채 49.5㎡(15평), 사랑채 26.4㎡(8평)
연면적 : 75.9㎡(23평) / 건폐율 : 19.75% / 용적률 : 22.48%
최고높이 : 3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콘크리트블록 조적
구조재 : 벽 - 본채 : 6인치 콘크리트 블록, 사랑채 : 황토블록, 지붕 - 기존구조 활용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기와 / 단열재 : 열반사단열재 10㎜
외벽마감재 : 수성페인트 / 창호재 : 청암새시 해안바
총공사비 : 건축 - 5천만원(가구 포함), 조경 - 2천만원 / 욕실 및 주방 타일 : 창원명신건재
주방 가구 : 진주코리아싱크 / 조명 : 국내 오픈마켓
현관문 : 명품도어 / 방문 : 기성제품 / 붙박이장 : 주문제작
설계 및 시공 : 송림정원연구소
“구옥을 리모델링하려고 업체 여러 군데를 알아봤어요. 차라리 모두 허물고 새로 짓는 게 낫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집을 그렇게 없애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결국 제가 맡아 해야 했죠.”
건축주 이혜숙 씨의 사위면서 현재 조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조현 씨는 리모델링 된 주택을 둘러보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은퇴를 앞둔 이혜숙 씨 부부는 오랜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금 농촌에서의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구옥을 찾았고 마침 언니를 통해 적당한 집과 마주했다. 언니의 시부모님이 평생을 사셨던 곳으로 두 분이 다 돌아가시고 8년 간 비어 있었던 집이었다.
“동생이 이주를 결심하고 구옥을 찾고 있기에 흔쾌히 넘길 수 있었지요. 아예 모르는 남보다 훨씬 낫잖아요. 저도 자주 찾을 수 있고.”
혜숙 씨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언니가 말을 거들었다. 한가족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집인 만큼 아예 허물어 버리는 것은 왠지 아쉬웠다.
이렇게 리모델링을 결정했지만 구옥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벽을 뜯자 지붕을 70년간 떠받쳐온 기둥 상당 부분이 썩은 채 드러났다. 기존 기둥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썩은 기둥을 철거하는 동시에 보강 작업을 같이 진행해야 했다. 결국 사용할 수 있는 기둥은 단 두 개뿐이었다.
본채 자리가 기존에 전통 부엌을 겸한 곳이어서 서까래에는 그을음이 상당히 넓고 두텁게 묻어 있었다. 노출시키려면 전체를 다 갈아내고 표면처리를 해야 했는데, 시간과 예산이 넉넉지 않았다. 결국은 정원으로 이어지는 거실 부분만 서까래를 노출하고 나머지는 천장막이공사를 했다. 조현 씨는 “기둥과 서까래의 목구조를 노출해 농가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 쉬움을 드러냈다.
이전 주택에 자리한 우사를 허물고 나니 마을 초입에서의 시선이 그대로 집에 닿았다.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조치가 필요했고, 저장고를 겸한 높은 암석정원과 적당한 키의 관목을 심는 것으로 이를 해결했다.
사랑채는 벽체와 기둥을 다시 조성하면서 두 겹의 황토벽돌을 조적했고, 바닥은 본채 철거 공사를 하면서 나온 구들을 그대로 재활용해 아궁이도 만들었다. 천장은 옛 지붕의 형태 그대로 서까래와 보를 노출해 공간이 가진 시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나름 노력한다고 했지만 충분치 않은 예산과 기술로 주택을 리모델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농가 전원주택이기에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죠.”
조현 씨는 여러 가지 아쉬웠던 점을 조경으로 극복하고자 했다. 한눈에 다 드러나 쉽게 질리는 정원이 아닌, 다양한 공간을 즐길 수 있게끔 동선에 따라 여러 요소를 조금씩 배치했다.
ACTIVITY 01 / 황토방 휴식
ACTIVITY 02 / 텃밭
PROCESS
건축주가 전하는 ‘농가주택에서의 삶을 위한 관점’ 세 가지
관점 하나. ‘어디’ : 농가주택으로 이주를 한다면 기존 마을 커뮤니티와 어울리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연고가 있는 지역이나 친척 등 연결고리가 있는 마을이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주 전부터 천천히 관계를 다져두는 것이 좋습니다.
관점 둘. ‘어떤 집’ : 오래된 구옥을 구매하는 경우 겉으로만 봐서는 리모델링에 적합한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집 주인이나 주민들로부터 주택의 이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와 함께 세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관점 셋. ‘텃밭’ : 전원생활을 시작하면 텃밭에 욕심이 납니다. 하지만, 농사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너무 큰 텃밭은 오히려 관리도 어렵고 짐만 됩니다. 하루 노동량 기준 1시간을 넘지 않을 정도의 규모가 적당합니다.
본채와 사랑채 사이의 암석정원, 담을 따라 늘어선 항아리의 수생식물, 후정의 여러 즐길거리와 그 너머의 텃밭은 전원주택에서의 입체적인 시각과 활동을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부분이다.
다시 어렸을 적 추억을 살리며 농가 생활을 배워나가고 익숙해져가는 이 시간이 무척 설레고 즐겁다는 이혜숙 씨. 때때로 친구, 이웃, 가족을 맞이하며 즐기는 지금 이 시간들은 집이 품어온 시간과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 엮여 집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직조되고 있을 것이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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