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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온 이재오

by 달빛아래서 2009. 12. 25.
정치
종합

[사람으로 본 2009 정치] [2] '소리'를 죽인 형님… 조심스레 보폭 넓히는 '해결사'

  • 입력 : 2009.12.25 03:04

물러선 이상득, 돌아온 이재오
'兄이라는 원죄' 이상득…
"앞에서 한마디라도 하면 또 ‘힘쓴다’ 말들 할테니 밖에서 자원외교나…"
'막후 실세' 이재오…
"분수를 알면 욕 볼일 없다"… 정치前面 나서긴 꺼려도 주류는 이재오만 쳐다봐

이명박 정권 창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힘'도 센 두 사람을 꼽는다면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데 정치권에서는 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올 한 해 두 사람은 나아감과 물러섬에서 서로 엇갈렸다. 이 의원은 주로 밖에서, 미국 생활을 접은 이 위원장은 국내에서 활동 폭을 넓혔다.

2선 후퇴 이상득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왼쪽)과 이재오 전 의원은 모두 현 정권을 떠받치는 정치적 기둥들이다. 그러나 올 한 해 두 사람의 정치 운세(運勢)는 엇갈렸다. 이 의원은 갖은 구설 끝에 의원외교 쪽으로 스스로 행동반경을 좁힌 반면 총선서 낙선해 야인으로 있던 이 전 의원은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아 권력 핵심에 복귀했다. 2007년 한나라당 회의에 참석한 두 사람./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말 모임 화제 중 하나가 "이상득 (전)부의장은 요즘 뭐하시느냐"이다. 그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 그의 동정이 궁금해 24일 의원회관 사무실을 예정 없이 찾았는데 뜻밖에도 있었다.

책상에는 '2010년 중국의 자원외교 전망' '아프리카 자원 매장 현황' '일본전산(電産)이야기' 같은 책들이 놓여 있었고, 그는 한 정부기관이 보내온 자원외교 관련 자료를 읽고 있었다. "요즘 자원외교에 묻혀 산다"고 했다. "정치적인 장면에는 아예 안 나타나려고 한다. 당 회의 같은 곳에 가면 아무리 가만있으려 해도 (불 같은) 성격상 보고만 있지 못하고 뭐라고 한마디 하게 되는데, 그러면 또 '힘쓴다'고 하니 이젠 아예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23일에는 정부 자원외교단과 해외 방문 활동 일정 등을 협의했고, 24일에는 내년도 일본 방문 등 한일의원연맹 관련 보고와 회의가 잡혀 있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경주 재선거 개입설(說), 5월 원내대표 경선 막후 조정설 등에 휘말린 직후인 6월 3일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주변에서는 그에 대한 말을 계속하고 있다. 그와 반대 진영에 있는 한 의원은 "최근 KB 회장 인사 때, 현 정권과 가까운 한 사외이사가 강정원 행장을 세게 밀었는데 그 사람이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국무차관이 조직한) '선진국민연대' 출신이고, 그 뒤에는 이 의원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며칠 전에는 울산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 후보자가 공직 퇴임식에서 "이상득 의원이 나를 지원하는 축전을 보내왔다"며 이 의원을 '팔았다'. 이 의원의 포항 지역구 사무실 직원이 관례적으로 보낸 축전이었는데, 이 의원은 화를 내며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축전을 보내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정권 초기에는 "요직에 전부 이 의원 사람들뿐"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그때는 물론, 지금은 더더욱 아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반대 진영에서는 "청와대 인사 라인을 비롯해서 정부와 공공기관 곳곳에 선진국민연대 출신이 재직 중이니 이제는 굳이 표시 나게 움직일 이유가 없는 것일 뿐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하고 있다.

전진(前陣) 복귀 이재오

지난 19일 한나라당 내 주류 의원 몇몇은 "어쩌다가 우리가 대선 승리 2년을 이렇게 행사도 없이 보내게 됐느냐"며 전화를 돌렸다. 그 전화의 대부분은 이재오 위원장에게 몰렸다. 그리고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10여명이 모였다. 당에서도 떠나고 국회의원도 아니지만 그는 집권 2년 만에 다시 이렇게 여권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이 위원장은 작년 총선 낙선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지난 3월 28일 귀국했다. 5월부터 중앙대 강의로 활동을 재개한 뒤 9월 30일 전격적으로 국민권익위원장에 기용되며 여권 전면에 복귀했다. 그의 귀환은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와 맞물리면서 여권 내 역학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안상수 원내대표, 장광근 사무총장,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 그와 가까운 정치인들이 여당의 주요 자리를 맡았다.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주류 진영 의원들은 그의 영향력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신임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과 가끔 통화하지 않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한 측근 의원은 "당장 내년 초 조기 전당대회를 하느냐 마느냐도 이 위원장의 의중이 중요 변수"라고 했다. 정몽준 대표도 최근 이 위원장과 만나 오찬을 하며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원외(院外)당협위원장 30여명과도 저녁 모임을 갖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줬다고 한다. 그의 측근들은 "문국현 전 의원 의원직 상실로 비어 있는 자신의 지역구에 내년 7월 재선거 때 출마할 가능성이 가장 많다"고 말한다. 본인은 반대로 "계속 정부에서 대통령을 도와야 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여권 주류 진영에서는 "주류가 결국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대결' 쪽으로 가게 된다면 정운찬 총리든 정몽준 대표든 김문수 도지사든 오세훈 시장이든, 누구라도 이재오 위원장의 힘을 필요로 할 것이며 그 무렵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이 모든 '추측'들에 대해 "많은 일을 겪은 올해를 보내고 내년을 맞으면서 내가 가진 마음가짐은 지족불욕(知足不辱·모든 일에 분수를 알면 욕을 볼 일이 없다)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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