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안철수와 나꼼수
기사입력 2012-04-16 03:00:00 기사수정 2012-04-16 03:00:00
김순덕 논설위원
오만과 自尊自大의 쌍벽 보는 듯
따져보면 안철수와 나꼼수는 통하는 점이 적지 않다. 작년 9월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직후 가진 청춘콘서트에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이 나온 것도 다시 보니 예사롭지 않다. 김어준은 “내가 꼼수 읽는 데 능란하니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안철수에게 말했었다.
안철수가 나꼼수와 통한다니, 그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유일한 대선 대항마로 믿는 사람들은 무슨 불길한 소리냐고 쌍지팡이를 짚고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첫째, ‘저질’은 아닐지언정 듣는 이를 열받게 하는 ‘막말’은 막상막하라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수영하는 사람은 수심 2m나 태평양이나 똑같다…대학교에만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하는 분들보다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는 발언이 단적인 예다. ‘아시아의 물개’였던 조오련도 1980년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널 때 배 세 척의 호위를 받을 만큼 준비를 했고, 근육마비에 시달리는 어려움 끝에 성공했다. 수영이든 경영이든 정치든, 남들이 목숨 걸고 하는 일을 함부로 말한다면 생각의 깊이를 의심받을 수 있다.
4일 대구 경북대에서 “내가 제3당을 창당했으면 (총선에서 의석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이라고 한 말이나, 대선 출마에 대해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한 말도 가볍거나 자존자대(自尊自大)가 너무 심하다. 이러다 모처럼 등장한 ‘정치적 우상’이 나꼼수처럼 자기파괴력부터 발휘할까 봐 겁난다. 오죽하면 한때 멘토였다는 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이 “대통령이라는 게 별다른 노력 없이 공짜로 떨어진다는 사고방식 가지면 정치 못한다”고 꼬집었겠나.
둘째, 안철수도 나꼼수처럼 어느 편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반(反)새누리당이 틀림없는 듯했던 나꼼수 멤버 김용민이 야권 표를 갉아먹음으로써 새누리당에서 보낸 X맨(우리 편을 망치고 상대편을 이롭게 하는 사람) 아니냐는 의혹이 나도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안철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에 대해 “벽을 없애자고 할 때 가장 싫어하는 존재가 벌레”라며 보수를 벌레에 비유(가당찮은, 어휘력 빈곤의 비유다!)한 동시에, 자신은 상식파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유시민은 선거 전 “(안철수가) 대립이나 투쟁을 선동하는 사람을 찍지 말라니, 새누리당에 우호적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고 공격했다.
“계산만 하는 정치인엔 박수 없다”
민주당에서 가장 바라는 바는 안철수가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등과 경선을 하며 흥행을 일으키고는,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의 손을 들어줄 때처럼 결정적 순간에 누군가의 손을 들어준 뒤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일 터다. 지금 같아선 안철수는 야권통합 대선후보 자리가 주어진다 해도 안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설령 받는대도 거꾸로 종북세력을 몰아내거나, 검증과정에서 자살골에 가깝게 몰락함으로써 새누리당의 X맨이 될지도 모를 판이다.
셋째, 안철수는 ‘장외에 있을 때 약발이 먹힌다’는 나꼼수의 치명적 특징까지 닮아가고 있다. 나꼼수는 B급 명랑정치풍자 팟캐스트였을 때가 제격이었다. 대안언론을 자처하고 정치세력화해 김용민 의원 만들기에 나서면서 나꼼수는 더는 웃음도, 충격도 못 주게 됐다. 김용민은 낙선 뒤 사흘도 안 돼 ‘국민욕쟁이’를 자처하며 ‘막말 포르노’를 재개할 태세다.
안철수도 재산의 절반을 내놓는다는 기부선언을 할 때까지가 감동적이었다. 어쩌면 그는 지난달 서울대에서 말했듯이,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그 자리에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임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불출마 선언을 하는 즉시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입을 못 여는 상황이다. 가만있으면 또 주가가 내려가니 실내수영장에 발끝만 담갔다 뺐다 하다가 더는 감동도, 충격도 못 주게 됐다. 프랑스의 르몽드지는 13일 한국정계에서 떠오른 안철수가 앵그리 버드를 이용해 청년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5년 전 12·19 대선을 가까이 두고 출마를 선언했던 이회창(11월 7일) 문국현(8월 23일)에 비하면 안철수에게 아직 시간은 많다. 2007년 초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은 대선에 나갈 건가 말건가를 놓고 지금의 민주당인 범여권의 애간장을 녹이다 4월 30일에야 “능력도 자격도 없다”고 밝힌 역사도 있다.
그때 청와대가 내놨던 논평은 참여정부의 걸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소신에 따라 자신을 던지는 일을 주저하며 계산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출처 : 몽골에서 부는 바람
글쓴이 : 달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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