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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과 사람

1평 가게 年매출 42억원

by 달빛아래서 2012. 8. 25.

 

[Weekly BIZ] [Small Champion]

 "99점도 안 돼, 100점짜리 양갱만 팔아"… 1평 가게 年매출 42억원

  • 도쿄=이신영 기자
  • 입력 : 2012.08.24 13:59

    日 최고의 양갱가게 '오자사'
    ①하루 양갱 150개만 팔아_양갱 시식해 풍미 다르면 그날 하루는 장사 접어
    ②최고의 재료 납품 받아_팥알 한 알씩 검사해 깨진 팥알은 바로 반품
    ③품질은 최고, 가격은 낮게_양갱 200엔·모나카54엔 15년간 제품 값 안 올려
    ④사회적 책임 다해야 '기업'_정부 지원금 받지 않고 직원 2~3명 장애인 고용

    "이라샤이마세(어서 오세요)!"

    지난달 중순, 일본 도쿄 기치조지(吉祥寺)역 주변 상가. 남자 3명이 우렁차게 호객하는 고깃집은 한산한 반면, 바로 옆 양갱가게 앞에는 100여명이 60~70m 길이의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판매원 3명이 겨우 설 수 있는 가게로 딱 3.3㎡(1평) 크기지만, 매출은 연간 3억엔(약 42억원)을 훌쩍 넘는다.

    1951년 창업한 '일본 최고의 양갱가게'인 오자사(小ざさ)로 양갱과 모나카(最中·찹쌀과 팥소를 넣어 만든 얇게 구운 과자) 딱 2종류만 판다. 특히 매일 150개만 한정 판매하는 양갱을 사기 위해 고객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매일 새벽 4~5시부터 기다린다. 근처에 전날 숙박하고 새벽 일찍부터 행렬에 가담하는 관광객도 많다. 일본 호세이대학 사카모토 고지 교수는 일본 내 6500개 중소기업 탐방 후 쓴 '작지만 세계에 자랑하고 싶은 회사'란 책에서 오자사를 1등 회사로 소개하며 '진짜 중의 진짜'라고 평가했다. Weekly BIZ가 현장취재를 통해 오자사의 성공 비결을 추적했다.

    ①품질 100%짜리만 팔고 품질 99%는 버려라

    오자사는 20분 거리에 있는 공장에서 만든 양갱과 모나카를 하루 평균 1만개씩 판다. 전체 직원은 14명이다. 창업자의 딸인 이나가키 아츠코(稻垣篤子·80) 사장은 키 145㎝, 몸무게 50㎏의 왜소한 체격이다. "고교 졸업 후 60년간 휴일 없이 일했어요. 양갱은 팥·설탕·한천 등 3가지 재료로 만드는데 사소한 차이가 명품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는 "하루에 양갱 150개만 만들어 판다'는 원칙을 하루도 어기지 않았다"며 "양갱을 못 사고 돌아가는 고객에겐 미안하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7㎏짜리 작은 가마솥 3개에 팥소를 넣어 숯불에 40~50분간 정성껏 졸이는데, 아주 짧은 순간 팥소에서 보라색 빛이 나면 성공입니다. 실수로 땀방울 하나를 떨어뜨려도 이 색깔이 나오지 않아요. 이 색깔이 안 나오면 판매하지 않습니다."

    양갱을 만드는 과정은 온도, 숯의 화력, 습도, 기온 등 조건이 완벽해야 해 '종교의식'처럼 엄숙하다. 보들하고, 쫀득하며, 탱글하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4가지 식감의 '교차점'을 찾는 게 핵심이다. 팥을 물에 삶을 땐 '가장 잘 익은 상태'를 매일 시간으로 기록해 두고 그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나가키 사장은 "매일 새벽 집 응접실에 앉아 그날 팔 양갱을 시식(試食)한다"며 "조금이라도 양갱의 풍미(風味)가 다를 경우 그날은 장사를 접고 가게 앞에 '제품 품질이 좋지 않아 장사를 하루 쉰다'고 써 붙인다"고 했다.

    "올 2월에는 새로 바꾼 가마솥에서 만든 양갱이 약간 비린내가 나 전부 폐기 처분했어요. 99%는 못 팔고 100% 완벽한 양갱만 팔 수 있어요."

    ②공급업자들과 신용 쌓아 '운명공동체'를 꾸려라

    오자사는 1971년 인근에 양갱을 파는 대형 백화점이 3곳이 생겨 존망의 기로에 놓였었다. 이나가키 사장은 "최고의 재료를 제공해 줄 공급업자들을 엄선한 후 이들과 깊은 신뢰를 쌓아 위기를 돌파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3년간 국책·민간 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새로운 팥 품종 개발 현장을 직접 찾아가 발품을 팔며 자료를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전국의 재료(팥) 공급업자들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매일 직원 3명이 업자들이 보내온 수천개의 팥알을 밤새워가며 한알 한알씩 검사했다. "깨진 팥알은 그날 바로 반품하는 식으로 '품질관리'에 정성을 쏟았지요. 대형 제당업체도 찾아가 오자사에만 제공할 입자 큰 설탕을 따로 제조해달라고 설득해 성사시켰어요." 그는 "재료 납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같이 물건을 파는 걸로 생각해달라고 접근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이렇게 백화점 제품과의 차별화에 전력투구한 결과, 인근 백화점 2곳이 수년 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공급업자들과 신용을 '저축(貯蓄)'하는 사이가 돼야 합니다. 내가 망하더라도 '이 사람이 만들면 내가 함께하겠다'며 기꺼이 달려와 줄 파트너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나가키 아츠코 사장(가운데)이 가게 안에서 직원들과 같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고객과 1대1로 마주 파는 판매원들이 오자사의 진짜‘사장’이고, 나는 그냥 직원 중 한명”이라며“돈을 번 기업이라면 가장 먼저 고객을 위한 지출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도쿄=이신영 기자
    ③고객을 최고로 모시고 사회에 보답하라

    오자사는 최근 15년 동안 제품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 1951년(양갱 120엔, 모나카 10엔)과 비교해도 지금 가격(양갱 200엔, 모나카 54엔)은 싼 편이다. 이나가키 사장은 "같은 기간 재료값이 엄청 올랐지만 고객에게 최고 품질을 최저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고객 최고' 원칙만은 목숨을 걸고 지켰다"고 했다.

    직원들은 '고객의 얼굴이 아닌 발끝을 뚫어지게 쳐다보라'고 교육받는다. 고객의 발끝이 가게 쪽을 향하는 순간 자연스레 말을 거는 것이다. 그래야 고객도 홀가분한 마음에서 지갑을 연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정신에 따라 오자사에선 사장·임직원들의 가족이나 친척도 모두 줄 서서 양갱을 사 먹어야 한다. "얼마 전에도 남편이 새벽 4시에 줄을 서 양갱을 샀지요." 오자사 양갱을 먹고 여행하는 단골 모임인 '오자사회(會)'도 30년 전부터 활동 중이다.

    "1990년부터 전체 직원 중 2~3명은 다른 기업에서 입사를 거절당한 장애인을 꼭 고용합니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 지원금은 받지 않고요. 크든 작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진짜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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