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기사 스크랩

1000원 차이로 관급공사 대거 낙찰… 비법은 해킹

by 달빛아래서 2013. 4. 5.

1000원 차이로 관급공사 대거 낙찰… 비법은 해킹

  • 한경진 기자
  •  

    입력 : 2013.04.05 03:03

    [조달청 전자 입찰시스템 '나라장터' 해킹에 뚫려]
    지자체 공무원과 경쟁업체들,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 심어
    '나라장터' 낙찰 하한가 조작… 291억 상당 공사 31건 낙찰

    작년 7월 초 경북 의성군청에 청송의 건설업자 김모(44)씨가 IT개발업체 S사(社) 직원 양모(42)씨와 함께 CD 한 장을 들고 나타났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낸 재무관 강모씨를 찾아가 "입찰 법령 자료가 담긴 CD를 구해 왔는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으니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옆의 양씨가 잽싸게 재무관의 컴퓨터에 CD를 넣었다. CD 안에는 공사 입찰 시스템을 해킹하는 악성 프로그램이 있었다.

    인터넷망을 이용한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2006년부터 해킹 프로그램에 뚫려 전국적으로 불법 낙찰 비리가 벌어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나라장터는 관급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벌어지는 건설업체와 담당 공무원의 유착, 업체 담합을 막기 위해 조달청이 2002년 도입한 전자 입찰 시스템으로, 도입 당시 건설업자들이 "이전엔 로비로 가능했던 일이 로또 당첨만큼 어려워졌다"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업자들은 몇 년도 지나지 않아 해킹 프로그램을 제작해 국가 기관 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석재)는 이 같은 혐의로 프로그램 개발자 및 공사 브로커 등 10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해킹을 이용한 관급 공사 불법 수주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프로그램은 손쉬운 낙찰을 노린 한 건설업체 사장 A(56)씨가 IT개발업체 S사를 찾아가 2000만원을 주고 2006년 제작했고, 이후 계속 업데이트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킹 방식은 이렇다. 업체들은 조달청이 정한 '공사기초금액'의 ±3%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낙찰가를 적어낸다. 이때 무조건 최저가를 적어 낸다고 낙찰을 받는 것이 아니라 조달청이 정한 '낙찰 하한가'가 기준이 된다.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업체들이 적어낸 금액 중에서 무작위로 제비로 뽑아 평균 값으로 '낙찰 하한가'를 정하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한 해킹범들은 4개 제비의 값을 미리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무관 컴퓨터에 심고, 스팸메일 등으로 동료 업체들의 컴퓨터까지 감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은 이런 식으로 총 291억원 규모의 관급 공사 31건을 불법 낙찰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해킹 프로그램을 통하면 족집게처럼 낙찰 하한가보다 수십원 많은 액수로 공사를 따낼 수 있어 수백대 일의 확률을 뚫고 낙찰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범인 건설업자 한모씨는 이런 수법으로 2011년 14억6800만원 규모의 경북 청송군의 개천 정비공사를 낙찰 하한가보다 1372원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고, 또 다른 건설업자는 3억5300만원 규모의 경북 문경시 도로포장공사를 단 234원 높은 가격에 낙찰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컴퓨터 조작 낙찰 비리가 전국에 성행하고 있다는 단서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조달청은 검찰이 이러한 사실을 통보하자 작년 10월부터 나라장터 시스템 해킹이 어렵도록 바꿨다고 밝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