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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탈북.종북

북한이 미얀마에서 땅굴을 파는 이유

by 달빛아래서 2013. 4. 18.

북한이 미얀마에서 땅굴을 파는 이유

 

  •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입력 : 2009.08.04 16:31 | 수정 : 2009.08.08 13:20

    북, 미얀마와 ‘核 커넥션’ 의혹 이어 땅굴 공사에도 참여
    600~800개 건설… 우라늄 채굴 등 핵 관련 여부 관심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67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미얀마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이지만 군사 정부 지도자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신을 믿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군정 최고지도자인 탄 슈웨(76) 장군은 점성술을 신봉, 점괘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는 등 온갖 기행을 일삼아왔다.

    탄 슈웨 장군은 오토바이를 탄 암살자에 죽을 수도 있다는 점성술사의 말을 듣고 양곤 지역에서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탄 슈웨 장군은 또 11이라는 숫자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다. 그가 2005년 11월 6일 수도를 양곤에서 460㎞ 떨어진 중부 밀림지대인 네이피도(왕의 도시라는 뜻)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11이라는 숫자가 들어 있는 달에 천도하면 정권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점성술사의 예언에 따른 것이다.

    미얀마 불교 전통에는 탐욕, 증오, 환상, 출생, 노쇠, 죽음, 고통, 비탄, 고통, 슬픔, 절망이라는 11개의 ‘불’이 있다. 이 11개의 ‘불’은 영적 집착을 키우는 것으로 승려들은 이를 깨뜨려야 한다고 가르쳐왔다. 하지만 탄 슈웨 장관을 비롯한 군정 지도자들은 점성술사의 말을 듣고 오히려 11개의 ‘불’을 지키려고 한다.


    미얀마 “2020년까지 핵 보유”
    러에 대거 유학 보내 인력 양성 중

    미신에 사로잡힌 미얀마 군정 지도자들이 정권 유지를 위해 은밀하게 키워 온 12번째의 불은 바로 핵 개발이다. 미얀마 군정은 2007년 5월 15일 러시아와 10㎿ 연구용 원자로 건설을 포함한 핵 협력센터 건립을 위한 합의서에 전격 서명한 바 있다. 당시 미얀마 군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10㎿ 연구용 원자로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정의 의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1 미얀마 군정이 비밀리에 건설 중인 땅굴. / photo 버마민주주의소리(DVB)
    1 미얀마 군정이 비밀리에 건설 중인 땅굴. / photo 버마민주주의소리(DVB)
    2 땅굴 입구. 3 땅굴 내부. / photo DVB
    2 땅굴 입구. 3 땅굴 내부. / photo DVB

    미얀마 군정이 그동안 원자력에 쏟아온 정성과 관심은 대단하다. 미얀마 군정은 1997년 과학기술부를 만들고 핵 개발을 주장에 해온 우 타웅을 장관으로 임명했다. 우 타웅 장관은 사관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성적을 보여온 전직 대령 출신이다. 광업부에서 주로 일해온 그는 지질탐사와 광물 개발 국장을 거쳐 미국 주재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특히 우라늄 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보여온 그는 탄 슈웨 장군의 측근이기도 하다. 그의 능력 덕분인지는 몰라도 미얀마 군정은 2000년 5개 지역에서 대량 매장된 우라늄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미얀마 군정의 이 같은 이례적인 발표는 원자력 개발 계획 추진의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부터 우 타웅 장관은 수차례 러시아를 방문,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양국의 협상은 2003년 가격 지불 문제로 결렬됐다. 이후 미얀마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이 발견되면서 양국은 협상을 재개하고 원자로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미얀마 군정은 핵 공학과 원자로의 운영 기술을 배운다는 명목으로 장교 300여명을 비롯해 상당수 과학자들을 러시아로 유학을 보냈다. 러시아도 이를 확인한 바 있다. 미얀마 군정은 또 2006년부터 신설된 양곤과 만달라이대학의 핵물리학과에 국비 장학생들을 대거 입학시키는 등 인력을 양성 해왔다.

    미얀마 반체제 및 망명단체들은 군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오는 2020년까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외국으로 망명한 미얀마 전직 정보 장교들은 군정이 원자력을 개발하려는 목적은 핵무장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밀 문서를 본 적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러시아가 연구용 원자로를 아직까지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미얀마 군정은 원자로가 건설될 장소를 극비에 부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이 페구 지역의 프로메에 위치한 군수시설에 비밀 핵 기지를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도 나돌고 있다. 이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미얀마에는 20개의 군수 및 무기 생산시설이 있는데 이 중 2곳이 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힐러리 등 美 고위층 의혹 제기
    美 정보 당국 진위 파악 나서

    [주간조선] 북한이 미얀마에서 땅굴을 파는 이유

    미얀마 군정이 추진해온 핵 개발 관련 의혹 중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북한과의 협력설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오바마 미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최근 들어 북한과 미얀마의 핵 협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태국 푸껫)에 참석한 클린턴 장관은 태국의 네이션 TV와의 인터뷰(7월 22일)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기술이 미얀마로 이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머시 키팅 미국 태평양사령관도 국방부 브리핑(7월 22일)에서 “북한과 미얀마 간의 핵 협력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얀마와 해·공로를 통한 이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도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6월 10일)에 서면으로 제출한 답변서에서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미얀마와 북한 간의 협력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얀마 간의 협력을 계속 자세히 관찰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도 북한과 미얀마 간의 핵 협력 의혹을 공식 제기했다.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리처드 루거 의원은 ‘북한, 다시 벼랑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정책 특별대표에게 “북한이 미얀마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냐.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존 케리 외교위원장도 “북한은 누구에게나 무엇이든 팔 것이라는 것이 공통의 생각”이라면서 “북한의 시리아에 대한 핵기술 수출이 이를 증명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군사 문제 전문 민간 연구기관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찰스 빅 연구원은 루거 의원의 질문은 미국의 정보 당국이 정보를 입수해 그 진위 파악에 전격적으로 나섰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미얀마 군부 작년 11월 北 방문
    스커드미사일 공장 등 극비 시찰

    북한과 미얀마의 핵 협력이 사실이라면 원심분리기를 고속으로 돌리는 터빈 제작 등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핵심 기술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일본 경찰은 자기측정장치를 미얀마로 몰래 수출하려던 북한 국적 사업가와 일본 수출업자 등 3명을 체포했다.(마이니치신문, 6월 30일자 보도) 이들은 자기측정장치를 요코하마항에서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미얀마로 수출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기측정장치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를 조절하는 데 필요하다. 북한 주재 미얀마 대사를 지내다가 망명, 현재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 중인 찬 툰 전 대사는 AP 통신과의 회견에서 “미얀마는 핵 폭탄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획득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피카예프 러시아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 군축분과장은 리아 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얀마를 일부 핵무기의 비축 기지나 핵기술을 제3국으로 넘기는 데 있어 중간 경유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미얀마에서 뭔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과의 협력으로 핵을 가질 수 있다는 의혹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북한과 미얀마는 과연 어느 정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을까.

    현재까지 확실하게 드러난 증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미얀마 군사대표단이 지난해 11월 극비로 북한을 방문, 북한군 수뇌부와 군사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당시 방문 사진과 기밀문서를 보도(7월 2일자)하면서 밝혀졌다. RFA가 입수한 사진과 문서는 모두 100여건으로, 군부 서열 3위인 쉐 만 참모총장을 비롯해 민트 라잉, 테이 윈 장군 등 미얀마 군 대표단 17명이 지난해 11월 21일 중국을 방문한다며 미얀마를 떠났지만 다음날 중국을 거쳐 북한을 방문해 같은 달 29일까지 머물렀다고 전했다. 기밀문서는 김격식 당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과 쉐 만 참모총장이 양국 간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양해 각서의 내용 일부를 보면 북한은 미얀마에 수송용 항공기와 선박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지하 군사 시설 설치와 무기를 포함한 군 장비를 현대화하는 데 협력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강남 1호가 2007년 미얀마의 양곤항에 정박했을 때 모습. / photo AP
    북한의 강남 1호가 2007년 미얀마의 양곤항에 정박했을 때 모습. / photo AP

    당시 미얀마 군 대표단은 북한 해군 방어 통제 센터, 남포의 해군 본부와 비밀 지하 벙커가 있는 묘향산, 시리아·이란 등에 주로 수출되는 평양 외곽의 스커드 탄도미사일 제조 공장 등 북한의 극비 군사 장소를 방문했다. 미얀마는 1983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노린 아웅산 테러 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국교를 끊었지만 2007년 다시 외교 관계를 재개한 바 있다. 미얀마와 북한이 재수교한 지 2년도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긴밀한 군사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은 그 이전부터 상당한 거래를 해왔다는 것을 입증한다. 실제로 미얀마는 1990년대 말부터 북한으로부터 소총과 기관총, 총탄 등 소형 무기는 물론 130㎜M-46 야포, 다연장포, 함대함 미사일 등을 수입해왔다. 북한은 무기대금으로 미얀마로부터 쌀, 고무, 금괴 등을 받아갔다. 미얀마 전문가인 앤드류 셀스 호주 그리피스 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이 취약한 미얀마의 야포 기술을 향상시켜주는 등 군 전력을 현대화하는 데 기여해왔다”고 밝혔다.


    미얀마 용도불명의 땅굴 건설
    北, 5년 전부터 기술자 파견

    두 번째 증거는 북한이 미얀마에 용도 불명의 땅굴 건설을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땅굴 기술은 전시 민간 전투지휘소까지 모두 지하에 건설했을 정도로 발달돼 있다. 북한 인민군 7총국 산하 공병국은 그동안 미사일 기지, 핵 시설 등 각종 군사 시설을 지하에 건설해 왔다. 미얀마 망명 언론들이 노르웨이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버마 민주주의소리(DVB)’ 방송은 지난 6월 24일 북한이 미얀마가 뚫고 있는 땅굴 작업에 개입한 사실을 보여주는 미얀마 군부의 정보문서와 사진들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DVB는 미얀마에선 현재 600~800개의 땅굴이 건설되고 있다면서 북한 기술고문들이 땅굴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DVB는 미얀마 군정이 핵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을 채굴하고 있다는 소문과 이 땅굴들이 서로 연관돼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스웨덴 출신 바틸 린트너 미얀마 전문기자는 “땅굴들은 군용으로 트럭이 들어갈 정도로 규모가 매우 크다”면서 “땅굴에는 무기와 식량은 물론 전기와 수도 시설까지 설치돼 있으며 수백 명이 한꺼번에 거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린트너 기자는 “북한은 2003년부터 미얀마에 기술자를 파견해 거대한 땅굴을 파는 것을 도와줬다”면서 “네피도에 광범위한 지하 네트워크 시설이 건설됐고 동부 샨주(州)의 주도인 타웅지에도 땅굴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정은 땅굴의 용도를 광섬유 케이블 구축용이라고 해명했지만 신빙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폭스 뉴스는 이와 관련 미얀마의 땅굴 용도에 대해 정보당국이 분석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7월 21일자)

    1 북한의 땅굴 기술자들이 미얀마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고 있다. (photo DVB) / 2 지난해 11월 26일 평양인민무력부에서 쉐 만 미얀마 참모총장과 김격식 당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군사협력 강화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photo 자유아시아방송(RFA))
    1 북한의 땅굴 기술자들이 미얀마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고 있다. (photo DVB) / 2 지난해 11월 26일 평양인민무력부에서 쉐 만 미얀마 참모총장과 김격식 당시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군사협력 강화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photo 자유아시아방송(RFA))


    미얀마행 北 화물선 회항
    핵 부품·대량살상무기 적재 의혹

    두 가지 증거로 볼 때 북한과 미얀마의 핵 커넥션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미얀마의 핵 커넥션 의혹은 지난 6월 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금수물자를 실은 것으로 의심된 북한 화물선 강남 1호가 미얀마를 향하다 회항하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다. 강남 1호에 적재된 화물이 핵이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부품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얀마 망명 인사들은 현재 미얀마 중부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건설 중인 2개의 건물이 원자로가 들어갈 건물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파키스탄과 이란에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미얀마를 중간기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미얀마를 통해 미사일 부품을 항공기 편으로 이란으로 실어 나르려 한 적이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시도는 당시 인도 정부의 영공 통과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반면 미얀마의 핵 프로그램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과 미얀마 간의 핵 협력 문제가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조셉 실버스타인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미얀마의 핵기술 수준은 초기 단계이며 북한이 미얀마의 핵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은 추정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아무튼 현재로선 북한과 미얀마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 이 같은 군사협력이 미사일과 핵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얀마와 북한은 군사독재 정권이며 정권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앞으로 북한과 미얀마의 핵 커넥션 의혹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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