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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야기

박근혜 대통령의 ‘색깔 정치’와 ‘칼러 외교’

by 달빛아래서 201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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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색깔 정치’와 ‘칼러 외교’

  • 송혜진 대중문화부 기자
  • 입력 : 2013.07.10 03:06 | 수정 : 2013.07.10 09:15

    
	송혜진 대중문화부 기자
    송혜진 대중문화부 기자

     

    ‘What Jackie Taught Us’란 책을 집필한 미국의 여성 기업인 티나 산티 플래허티(Flaherty)는 “옷은 총보다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패션만큼 함의(含意)가 많고 숨은 뒷얘기가 풍부한 영역도 없습니다.

    패션·뷰티·디자인 분야를 취재하면서 스타일 관련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는 특정인이 입은 옷을 텍스트 삼아 분석 기사도 종종 쓰고 있습니다. 대상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입니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보니 그가 입은 옷과 머리 모양, 드는 가방까지 기삿거리가 됩니다. 여성 정치인의 옷은 언제나 ‘옷 그 이상’이니까요.

    퓰리처상을 수상한 패션 저널리스트 로빈 기번(Givhan)은 “여성 정치인이 입은 옷은 정치적 성명 발표와 같다”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옷 역시 때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캔버스처럼 쓰입니다.

    朴 대통령이 분홍색 정장을 입은 이유, 알고 보니…

    지난 3월에 제가 썼던 기사는 ‘朴대통령이 고른 옷 색깔엔 그날그날의 메시지가 있다’였습니다. 취임 24일째를 맞이한 박 대통령의 패션을 분석한 기사였죠. 당시 박 대통령이 들고 다니는 지갑이 4000원짜리임이 밝혀져 큰 화제를 모았던 직후였습니다.

    '퍼스널 이미지컨설팅연구소' 강진주 소장은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보를 할 때는 밝은 빛깔의 옷과 소지품을 택하는 편“이라며 ”대선 전날 한국거래소(KRX)에서 '5년 내 코스피 3000 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땐 빨간 재킷 차림이었다“고 했습니다.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5색 패션. (왼쪽부터) 국립현충원 참배 땐 검정 패딩 코트, 취임식에선 올리브그린 재킷, 광화문광장 행사에선 붉은 두루마기 한복, 청와대 외빈 접견 땐 초록색 정장 재킷, 청와대 만찬에선 붉은 치마저고리를 각각 입었다. /뉴시스, 전기병 기자, 이태경 기자,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5색 패션. (왼쪽부터) 국립현충원 참배 땐 검정 패딩 코트, 취임식에선 올리브그린 재킷, 광화문광장 행사에선 붉은 두루마기 한복, 청와대 외빈 접견 땐 초록색 정장 재킷, 청와대 만찬에선 붉은 치마저고리를 각각 입었다. /뉴시스, 전기병 기자, 이태경 기자,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올 3월 13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 갔을 때 박 대통령이 손에 꺼내 든 지갑은 연보라색 누비 지갑이었죠. 4000원짜리 '소산당'이라는 공예 회사 제품임이 밝혀지면서 이 회사는 당시 전화가 불통이 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입었던 재킷은 연노랑색입니다. 밝은 색깔로 ‘희망’과 ‘경제 회생’을 강조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반면 상황이 엄중할 때 박 대통령은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는 편입니다. 3월 경찰대학 졸업·임용식에 참석했을 땐 금장 단추가 달린 올리브 그린 빛깔의 코트를 입었죠. 대통령 취임식 때 입었던 것과 같은 옷입니다.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도 무채색 옷을 택하는 편입니다. 장·차관 워크숍 때 입었던 옷은 검은 깃이 달린 회색 재킷이었습니다. 올 2월 초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여야 3자 회동을 할 때도 입었던 옷입니다.

    외교는 패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영역입니다. 브로치에 ‘목소리’를 담았던 올브라이트 전 美국무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날 때 햇살 모양 브로치를 달고 나와 화제를 모았었죠.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1960년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당시 부인이었던 재클린 케네디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인 ‘지방시(Givenchy)’의 옷을 입어 프랑스 국민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 옷 한벌로 당시 껄끄럽던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바꿔놓았습니다.

    2009년 박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 신분으로 몽·한(蒙·韓) 친선협회 엔에비쉬 멍흐 오치르 회장 초청을 받아 몽골을 방문했습니다. 이때 박 대통령은 몽골의 초원과 사막을 연상시키는 진녹색 원피스와 황금색 블라우스를 입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사로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땐, 네덜란드의 상징인 주황색 스카프를 목에 두르기도 했고요, 로테르담에 있는 한국전참전기념비로 향할 땐 추모의 뜻을 담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갔었죠. 포르투갈을 방문할 땐 예전 유럽 왕실에서 즐기던 와인색 계통 옷을 입거나 이 나라 전통 의상의 주요 색으로 쓰이는 보랏빛 재킷을 골라 입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올 5월 방미 때에는 김영석 한복 디자이너가 만든 화사한 미색(米色) 한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김영석 디자이너는 “몇 달 전부터 대통령과 상의해서 맞췄다. 백의민족 고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미색을 골랐고, 소매 끝동과 깃엔 금박 꽃문양을 새겨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상의 품위를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27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왼쪽 사진). 검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흰색 재킷을 입었다.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직전 환영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사진). 레몬색 재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다. /뉴스1
    27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왼쪽 사진). 검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흰색 재킷을 입었다.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직전 환영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사진). 레몬색 재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다. /뉴스1
    이번 중국 방문에서도 박 대통령 의상은 내내 화제였습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할 때 입었던 흰색 정장과 검정 바지에 대해, 홍익대 패션학과 간호섭 교수는 “우리나라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를 연상시킨다. 마침 비행기에 오를 때 옆에 태극기가 휘날리면서 패션이 완성됐다”고 풀이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때 입었던 레몬색 재킷과 관련해, 강진수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검은 정장에 붉은 넥타이를 했다. 중국에선 붉은색이 가장 권위 있는 지도자의 색채다. 이에 맞춰 박 대통령은 붉은 빛깔의 옷은 피했다. 대신 중국 국민에게 호감을 주면서도 붉은색과 대등해 보일 수 있는 색이 황금색이다. 대통령이 푸른색이나 초록색 재킷을 입었다면 중국 국민의 눈엔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등한 위치처럼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화사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주도권은 놓치지 않는 지도자의 옷으로 읽힌다.”

    시진핑 주석을 배려하면서도, 본인도 묻히지 않는 당당한 색깔을 골랐다는 얘기입니다.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 국빈만찬에는 황금빛 노란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나왔습니다. 이에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황금빛을 띠는 한복을 입은 이유는 바닥에 붉은색 카펫이 깔렸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붉은색에 황금색 수를 놓거나 글씨를 새기는 것이 좋은 징조를 의미한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펑리위안 여사
    박근혜 대통령과 펑리위안 여사
    박대통령의 가방은 지하 아케이드 제품?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시진핑 국가 주석 부부와 만날 때 입었던 분홍 재킷도 많은 해석을 낳았습니다.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중국의 패셔니스타로 이름을 떨치는 여성인데, 그가 입거나 드는 물품은 대개 중국에서 금세 동나 ‘중국의 완판녀’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이 때문에 펑리위안과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어떤 옷을 입을까를 두고 여러 예측이 나왔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만남에서 분홍색 재킷을 입었습니다. 평소 그는 목 주위 옷깃을 꼿꼿하게 세운 만다린(Mandarin) 재킷을 주로 입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목선이 둥글고 허리가 살짝 들어간 라운드 칼라의 여성스러운 재킷을 입었죠. 장식이 많지 않으면서도 단아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옷입니다.

    반면 펑리위안 여사는 흰색 재킷에 중국 전통 꽃무늬를 수놓은 실크 원피스를 입었습니다. 진주 귀고리, 작은 클러치 백 등으로 화려함과 우아함을 더했고요.

    크리에이티브 팩토리 안수경 이사는 박 대통령의 옷을 두고 “가장 자신감 있는 여성의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리스마를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판단에서 분홍색을 입었을 것이다. 분홍색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색 계열인 동시에 가장 여성스러운 색깔이다. 굳이 리더로서 위엄을 보여주기보단 편안하게 자신을 드러낸 것”이라는 겁니다.

    
	[클릭! 취재 인사이드] 박근혜 대통령의 ‘색깔 정치’와 ‘칼러 외교’
    박 대통령의 가방을 만든 업체가 한 지하 아케이드 몰에 있다는 제보를 듣고 열심히 현장을 뒤지며 취재했던 적이 있습니다. 한때 국내 명품 회사 ‘호미가’ 제품이라는 오해를 듣고, 청와대에서 “영세 업체 제품”이라고 해명했던 바로 그 가방입니다. 타조 가죽으로 만든 큰 사이즈의 토트백인데, 사진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색깔별로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선인 시절엔 회색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만날 땐 파란색이었지요. 예전 제품엔 지퍼가 없어 보였는데, 최근 든 가방엔 지퍼가 달려있었습니다.

    몇몇 패션 전문가들은 이 가방을 두고 “국내 제조회사 E사 제품”이라고 했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회사이지만, 국내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재벌 회사 사모님들도 여기서 몰래 악어가죽으로 가방을 맞추고 간다더라”고 하더군요.

    몇 번이나 그 가게를 가봤습니다. 기자로서의 직감은 ‘여기가 맞다’ 였습니다. 실제로 그곳에서 한 재벌 사모님 비서가 가방을 찾아가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곳에서 가방을 제작하는 장인은 한사코 “대통령은 여기 안 오신다”고 부인하더군요. “그럼 누가 오나요?”라는 질문엔 그만 캐물으라고 하는 통에 내쫓김을 당했습니다.

    대통령이 입고 드는 제품은 때론 그 나라의 얼굴이 됩니다. 그 덕에 패션업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을 수도 있고요. 요즘처럼 패션업계가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일수록, 대통령이 국산 제품을 들고 그 상표를 당당하게 알린다면 더욱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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