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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에도 예습이 필요하다? 요즘 서울근교에 주말농장이나 주말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농촌진흥청과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도시민들을 위한 ‘전원생활교육’ 강좌를 개설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달 중순부터 시작된, 2차 전원생활교육 현장에서 중장년층의 도시민들의 셍생한 실습모습을 담아보았다.
호미와 곡괭이, 세발갈귀가 저마다의 손에 들려있다. 땅을 파헤치고 밟아가며 물을 주다 급기야 여기저기서 소매를 걷고 양말을 벗어던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흙을 만지는 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땀범벅이 되었지만, 농장 안 어디서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9월 8일, 강남구 자곡동의 뭇골주말농장에는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전원생활교육’ 중급반 교육이 한창이었다. 작년과 올해 기초반 교육생 50명과 이번 중급과정에 처음 참여한 30명, 전체 80여명의 교육생들이 배추 묘종과 무우씨, 쪽파 등을 심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전원생활교육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50명 정원이었던 이번 교육은 참여자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80명으로 정원을 늘린데다, 인터넷 접수 37분만에 모두 마감되는 예상치 못한 반향을 보였다. 그만큼 전원에 대한 이상을 가진 이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며, 무턱대고 전원으로 내려가기 보다는 미리 준비하는 적응기를 가지려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다.
농촌진흥청 산하 한국농업전문학교에서 시작한 ‘도시민 전원농업교육’도 올해 처음 시작했지만, 이미 6백여명이 넘는 교육생을 내면서 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진흥청 자체 조사에 의하면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93.5%로 높게 나타났으며, 수료생 중 85.4%가 귀농을 희망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의 교육내용은 같은 교재를 사용해 진행되어 커리큘럼이 비슷하다. 전원생활에 필요한 텃밭가꾸기과 밭작물, 과수, 버섯 등 기초영농교육과 전원주택 짓기와 토지 활용, 조경에 이르기까지 전원생활에 필수적인 생활교육 전반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은 이론 뿐 아니라 실제 텃밭을 임대해 실전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자신의 텃밭을 가지고 묘종을 심고 거름을 주며, 병해충을 관리하는 방법까지 배우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이번 교육의 커리큘럼은 다음과 같다.
생생한 전원생활 폭넓게 미리 경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원생활교육 중급반’ 교육에는 기초교육에서 얼굴을 익힌 이들이 많아 서로 아는 부분을 가르쳐주고, 같이 답사도 다니며 전원생활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의 김영문 팀장은 “기초교육을 받은 분들이 다음 단계의 교육을 원해 개설하게 되었다. 거의 100% 출석률을 보이며 수업에 임하는 열의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곳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전문가가 강의를 맡고, 현생활에 필요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있다. 교육생들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에 강사진들이 답하다보면 매시간이 눈깜짝할 사이 흘러간다.
한국농업전문학교 역시 올해 교육을 이수한 수료생의 93%가 재교육을 희망함에 따라 내년에도 전원생활에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각 시도의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이같은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할 계획들을 잡고 있으니 앞으로 도시민들을 위한 전원교육 기회는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이익재 氏
“5년 후면 저도 전원생활 배테랑이 되겠지요.”
경기도 하남에서 온 이 씨는 양평 문호리에서 본격적인 전원생활을 준비하려고 교육을 신청했다. 앞으로 5~6년 후에 내려갈 계획이지만, 벌써부터 마음은 분주하다.
“텃밭을 가꾸다보니 일주일만에 밭에 오면 내 밭이 아닌가보다 하고 둘러볼 때가 있어요, 그만큼 빨리 자라고 변하는 모습에 농사가 재밌습니다.”그는 이미 기초교육을 끝내고 중급반 교육에 들어선 수준이라, 아무래도 밭을 갈고 묘종을 다루는 솜씨가 능숙했다.
“묘종을 다룰 때는 아기 기저귀 갈아줄 때처럼 조심조심 하셔야 합니다” 주위 초보자들에게 성심껏 훈수를 두는 그의 모습이 밝아보인다.
이영숙 氏
“이론과 실전을 같이 하니 효과 두배에요”
서울 성수동에 사는 이영숙 씨는 강원도 횡성에 컨테이너 하우스를 들여놓고 주말엔 제법 큰 텃밭을 가꾸고 있다. 이미 농사일을 해봤을 그녀가 전원생활교육을 받으러 온 이유가 궁금했다.
“농사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공부고 끊임없이 배워야 하죠. 거름을 주거나 병충해를 예방하는데 여기서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되요, 이론으로 배워서 주말에는 실전에 적용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없는걸요.”
수확기에는 차 트렁크에 하나가득 작물을 싣고 와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낙으로 산다는 이 씨. 그녀는 9명의 조원들을 이끄는 이 곳의 조장, 즉 2조의 이장이기도 했다.
잠깐 TIP - 김장채소, 잘 기르고 계신가요?
<무>
가을에 접어들면서 늦은 비가 많이 내린다. 수해상습지는 가급적 씨뿌림 때를 늦추어 수해를 피하는 것이 상책. 가을무는 씨를 뿌려놓고 3일 이상 침수되면 다시 뿌려야 한다. 재해로 씨뿌림 시기가 지나게 되면 조생종이나 알타리무를 재배하는 것이 낫다.
비가 많이 오는 경우는 이랑은 10㎝이상 높이고 비오는 경우 물이 철저히 빠지도록 물길을 만든다. 가뭄일 경우는 짚, 퇴비, 왕겨, 비닐을 덮어주어 병해충 방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무의 뿌리가 자라는 시기에는 토양수분이 많이 필요하므로 이랑에 충분히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배추>
거름주기 - 가을배추는 자랄 때 가뭄이 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물을 많이 주는 것이 좋다. 흙이 메말라서 화학비료를 같이 쓸 때는 자라는 상태를 보아 쌀겨, 깻묵, 계분 등으로 발효시킨 웃거름에 같은 비율의 복합비료를 조금씩, 자주(2~3주일마다 한 포기에 큰 숟갈 하나 정도)준다. 퇴비는 듬뿍 넣고 유기질 비료의 웃거름을 충분히 줘야 한다. 배추는 수분이 95%정도 되는데, 틈이 나는대로 텃밭에 물을 자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병해충예방 - 텃밭에서는 농약보다 땅을 잘 가꾸어 해충을 예방하는 것이 낫다. 진딧물을 비롯하여 각 종 애벌레(배추흰나비, 파밤나방, 배추좀나방 등)가 생기니 자주 둘러보고 손으로 잡아주는 부지런함이 최고다. 병이 난 것은 병든 잎을 따주고 아주 심한 포기는 아예 뽑아 땅 속에 묻어버려야 한다.
수확 및 저장 - 김장용 배추가 가장 맛있을 때는 포기의 단단하기가 80% 정도일 때다. 포기 윗 부분을 눌러보았을 때, 약간 엉성한 듯한 감이 들 때 수확한다. 추위가 닥치기 전에, 겉잎을 당겨서 끈으로 묶고 전부 수확하면, 거적 등을 덮거나 포기마다 신문지를 싸서 두면 오래두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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