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기사 스크랩

사전 장례의향서

by 달빛아래서 2013. 12. 25.

아버지 뜻대로 '소박한 장례' 치르는 아들

  • 이지혜 기자
  • 입력 : 2013.12.25 03:15

    사전 장례의향서 따른 첫 사례… 수의·부고 범위 등 미리 정해

    '수의(壽衣)는 내가 평소 입던 옷으로 대신하고, 화장(火葬)한 뒤 수목장(樹木葬)으로 해라. 부고(訃告)는 꼭 알려야 할 사람에게만 알려라, 대신 찾아오신 분들께 음식은 잘 대접해라.'

    24일 오후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 고(故) 김홍춘(86)씨 빈소에서 만난 맏상제 김일영(57·무역업)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열흘쯤 전에 미리 써두신 장례 의향서를 건네 주시더라"며 "그 뜻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빈소는 단출했다. 이 장례식장의 기본 규모 빈소(47평·하루 대여료 68만원)였고, 영정 사진 옆 흰 국화 장식도 요란하지 않았다. 대학 동창 등이 보낸 조화(弔花) 5개가 서 있었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조문객 10여명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빈 테이블이 더 많았다.

    상주 김씨는 "수의 대신 평소 입으시던 양복 중에, 평생 사랑했던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옷으로 골라 입혀 드렸고, 제일 저렴한 나무관에 모셨다"고 말했다. 3일장을 지내고서 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실 예정이라고 했다. "나무 밑에 골분(骨粉)을 묻는 수목장을 원하셨지만,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함께 모시기 위해 우선은 납골당을 택했습니다. 어머니는 이미 경희대학병원에 시신 기증을 약속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화장하시게 될 겁니다."

    김씨는 "아버지는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청량리에서 5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하셨다. 돈도 꽤 버셨지만 워낙 겉치레를 싫어하셔서 반찬 가짓수가 많아도 야단을 치시던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사전(事前) 장례 의향서' 작성 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골든에이지포럼은 "이미 1만여 명이 동참해 의향서를 작성했는데 실제 의향서에 적힌 대로 장례가 치러진 것은 김씨가 첫 사례"라고 밝혔다. 골든에이지포럼 변성식 전문위원은 "장례 의향서는 장례를 화려하게 치르지 않으면 불효라고 압박하는 '불효 마케팅'에서 자식들이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전 장례의향서는 골든에이지포럼 홈페이지(www.goldenageforum.org)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사전 장례의향서

    부고 범위, 장례 형식, 부의금·조화(弔花)를 받을지 여부, 염습·수의·관 선택, 화장·매장 등 장례 방식과 장소 등을 미리 적어두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후손들이 작성자의 뜻에 따라 장례를 간소하고 엄숙하게 치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