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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

맥문동

by 달빛아래서 2016. 4. 4.

 

맥문동(麥門冬, Liriope)

 

 

 

 

 

 

  

맥문동(麥門冬)은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타이완,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며 산과 들, 숲의 가장자리에서 잘 자란다.

 

 

 

 

맥문동이라는 이름은 본래의 한자 표기인 麥虋冬에서 비롯됐으리라 추정한다. 뿌리 모양이 보리를 닮았다 해서 보리 맥(), 잎이 차조와 비슷하여 차조 문(), 겨울에 얼지 않고 살아남는다 하여 겨울 동()자 등, 세 자를 묶어 만들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보기에도 어렵고 까다로운 자대신 약자인 을 사용하다가 차차 간편한 문문()자로 전화됐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잎 모양이나 겨울나기는 그렇다 치고, 긴 뿌리와 보리 낱알이 어떻게 닮을 수 있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여러 사진을 비교한 결과 맥문동의 뿌리 덩이와 겉보리를 발아시킨 모습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옛사람들 표현이 역시 허사는 아니었던 것이다.

 

   

학명이 Liriope muscari (또는 Liriope platyphylla)이고 영어로도 리리오페(Liriope)라 부른다.

 

 

그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요정 리리오페에서 따온 것인데 푸른 잎에 피어난 보랏빛 꽃을 샘솟는 맑은 물에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물의 요정 리리오페는 강의 신 케피소스(Cephisus)와의 사이에서 비길 데 없는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us)를 낳는다. 그의 빼어난 용모는 세상의 청춘 남녀를 사로잡지만 성품이 쌀쌀하여 누구하나 거들떠보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에 지친 나르키소스는 샘가에서 목을 축이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버린다. 수면에 손을 뻗으면 물결이 번지며 아름다운 모습이 자취를 감춘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한 발짝도 샘을 떠나지 못하고 밤낮으로 애를 태우다 끝내 탈진해서 목숨을 잃고 만다.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을 이름 하여 나르키소스라 했으니 오늘날 수선화라 부르는 꽃으로 자기애(自己愛)‘, ’이뤄질 수 없는 사랑등의 꽃말을 갖고 있다.

 

 

한편 숲의 요정 에코(Echo)도 그를 사모하다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실연의 고통으로 하루하루 여위어가다 마침내 형체는 없어지고 목소리만 남는다. 지금도 숲속에서 울려오는 메아리가 되어 외롭게 살고 있다.  신들이 살고 있던 먼 옛날, 그리스에 전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한 토막이다.

 

 

맥문동은 음지나 양지 어느 쪽에도 크게 구애를 받지 않는 습성을 지녔지만 햇볕이 잘 드는 나무 아래나 반쯤 그늘 진 곳이 생육환경으로 적합하다.

 

 

응달에서도 잎은 잘 자라지만 충실한 꽃을 보려면 약하게나마 햇빛을 받는 것이 좋다.

 

 

내음성이 있는데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늘 푸른 식물이기 때문에 요사이 아파트, 빌딩의 그늘진 정원이나 가로수 밑 빈 땅에 그라운드 커버(地被植物)로 많이 심는다.

 

 

 

 

땅의 건조를 방지하거나 흙의 유실을 막는데 효과적이고 방치하여도 매년 살아가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겨울에 된서리를 맞으면 시들기도 하지만 대개 나무 밑에 있기 때문에 월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뿌리줄기는 딱딱한 목질로 짧고 굵으며 그곳에서 가늘고 긴 수염뿌리가 많이 뻗어나는데 땅콩처럼 굵어진 알갱이가 중간 곳곳에 매달린다. 영양분이 뭉쳐 생긴 덩이뿌리(塊根)이며 한방에서는 이것을 채집하여 약재로 쓴다.

 

 

잎은 납작하고 긴 선형(線形)이며 나비 812mm로 길이 3050cm 정도로 자란다.

 

 

짙은 녹색으로 뿌리줄기에서 뭉쳐 나와 곧게 뻗다가 얼마쯤 기울면서 늘어진다.

 

 

봄에 묵은 잎을 밑동에서 잘라주면 새싹이 나와 깨끗해진다는데 우리 주변 맥문동은 여름이 되도록 낡고 상한 잎이 뒤섞여 어수선하다. 일손이 부족한 탓으로 보이지만 아직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탓도 있는 듯하다.

 

  

7월부터 잎 사이에서 다갈색 꽃대축(Peduncle) 30~50cm로 곧게 자라 그 끝에서 연한 자주색의 청초한 꽃이 피기 시작한다.

 

 

 

8월 한 달 최성기를 이루는데 마디마다 직경 7mm 내외의 작은 꽃이 3~5송이 씩 모여 달려 길이 8~12cm의 수상꽃차례(穂状花序)를 형성한다.

 

 

꽃대(Pedicel)2~5mm로 매우 짧고 꽃 밑 또는 중앙 윗부분에 마디가 있다.

 

 

여섯 장의 꽃잎 중 바깥 쪽 세 장은 꽃받침이 변해서 된 것인데 이와 같이 꽃잎과 꽃받침의 형태가 구별되지 않는 경우, 원래의 꽃잎을 안 꽃받침조각(內花被片), 꽃받침에서 변형된 것을 바깥 꽃받침조각(外花被片)라고 한다.

 

 

바깥 꽃받침조각은 나머지 세 장인 꽃받침조각에 비해 너비가 눈에 띄게 좁아 그 내력을 미루어 알 수 있다.

 

 

 

꽃을 뒤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꽃대가 꽃받침 없이 바로 꽃잎으로 매끈하게 이어진다. 꽃받침이 바깥 꽃받침조각(外花被片)으로 바뀌어 꽃잎의 일부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꽃에는 암술대 하나와 수술 여섯 개가 있는데 두툼한 수술대는 꼬붓이 굽어 밑으로 몰려있으며

 

 

그 끝에 각각 2개의 반약(半葯)으로된 노란 색 꽃밥이 달려있다.

 

 

 

암술머리가 다른 쪽을 향해 외면하듯 솟아있는 것은 자가수분(自家受粉)을 피하기 위해 수술에서 멀어지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꽃대, 꽃잎, 꽃망울, 암술, 수술 등, 꽃밥 만 빼고 꽃차례 전체가 연보라 한 색조로 통일돼 색감이 연하고 매우 부드럽다.

 

 

꽃은 먼저 자란 봉오리부터 개화하기 때문에 모두가 한꺼번에 피는 일이 없고 꽃차례 이곳저곳에서 서너 개씩 두서없이 피었다가 시든다. 아침 열시 경 꽃잎을 열었다가 저녁 여섯시쯤 닫으며 그 꽃은 다음 날 다시 피지 않는다.

 

 

맥문동의 씨방은 꽃받침보다 위에 자리를 잡은 이른바 상위씨방으로 3실로 구분돼있으며 각 방에 밑씨(胚珠, Ovule)가 두 개씩 들어있다. 꽃잎 일부를 제거한 사진을 보면 씨방이 꽃받침 위에 위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맥문동이 피어있는 숲을 걷노라면 날개돋이(우화, 羽化)를 해 나간 매미의 허물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든든한 나무줄기에만 있는 줄 알았던 매미의 꺼풀이 가냘픈 맥문동 잎에 매달린 것을 보고 무척 신기했는데 주의 깊게 살피니 이곳저곳 의외로 수월하게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다른 풀에는 없는 현상이라 맥문동과 매미 사이에 특정 사연이 있는 모양이지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없다. 매미의 애벌레는 땅 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에서 수액(樹液)을 빨아먹으며 몇 해를 자란다고 한다. 맥문동 진액을 좋아해서 그 덩이뿌리에 터전을 잡는 것이 아닐는지, 어림으로 헤아려 본다.

 

 

어찌됐든 바람에도 흔들리는 가녀린 잎에 매달려 껍질을 벗으려니 얼마나 애를 먹었을까? 힘껏 움켜잡은 다리를 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새삼 경외감을 느낀다. 

 

  

꽃 사진을 찍다보면 벌도 날아들고 꿀을 빠는 메뚜기도 눈에 들어온다.

 

 

순간 숨을 삼키고 움직임을 쫓는데 허둥지둥 하는 사이 아차 하고 놓쳐버리기 십상이다.

 

 

허무하기 짝이 없지만 제대로 잡힌 것 하나라도 건져 올렸을 때의 그 즐거움이란 어디 비길 대가 없다.

 

 

열 번 스무 번 마냥 눌러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필름 쓰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무더운 여름 한 철 맥문동은 부지런히 피고 지며 꽃을 이어간다. 냇물같이 시원한 보라색 꽃길은 한동안 황홀하게 산책로를 꾸며준다.

 

 

고향을 잃은 지 65, 서북쪽 백 여리 저 구름 아래 어릴 적 뛰놀던 옛날 집이 있다. 멀리 안개처럼 잦아드는 보랏빛 꽃길은 연분홍 노을로 이어지며 부질없이 묵은 상처를 건드린다. 아무 때나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보통 사람에게 고향이라는 단어는 낯익은 그리움이되 우리같이 절실한 낱말은 아닐 것이다.

 

 

턱밑에 고향을 두고도 평생토록 찾지 못하는 비운의 무리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 것인가? 서산에 걸린 붉은 해를 향해 가노라면 십 리고 백 리고 마냥 걷고 싶다. 지금의 이 발길이 고향으로 걷는 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우리 남매 함께 살던 그 옛집에서 고향의 봄 다시 맞아보고 싶다. 죽기 전 한번만이라도…….

 

9월에 들어서면서 꽃은 차차 자취를 감추지만 대신 그 자리에 자잘한 씨앗이 달리기 시작한다.

 

 

씨앗은 10~11월경 5~7mm 크기로 둥글게 자라는데 처음에는 푸른색을 띠다가

 

 

 

차차 검은색으로 여물며 보석처럼 광택을 낸다.

 

 

 

언뜻 보기에 머루나 까마중을 닮아 열매로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씨앗이 통째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씨앗(種子)이라하면 암술 씨방에서 정받이(수정)를 한 밑씨가 상당기간 자라서 익은 것을 말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둘레에 있는 씨방이나 꽃받침 등이 두텁게 발육한 것을 열매(果實)라고 한다.

그러나 맥문동은 꽃이 지면 바로 밑씨가 부풀면서 씨방을 뚫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씨방 벽이 일찍 파괴되기 때문에 열매살(果肉)이 생겨나지 못하고 밑씨가 노출된 채 그대로 씨앗으로 성숙하는 것이다.

 

 

씨앗 밑에 보이는 구겨진 황갈색 조각은 찢어져 탈락한 과피(씨방의 벽)의 잔해다.

 

 

씨방을 구성하고 있는 3실에 밑씨가 두 개씩 들어있어 산술적으로는 꽃 하나가 있던 자리에서 여섯 개의 씨앗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익지 않거나 떨어지는 것이 생겨 꼭지 하나에 0~4 개의 씨앗이 달리게 된다.

 

  

처음 파랗게 맺힌 씨앗은 서늘해지는 날씨 따라 검게 익어 가는데 하루하루 달라지는 그 모습을 보는 재미도 여름 꽃 못지않게 쏠쏠하다.

 

 

 

 

주렁주렁 열린 맥문동의 씨앗은 가을과 함께 영글어가며 한껏 정취를 더해준다.

 

 

 

씨앗을 잘라보면 안에는 반투명의 유백색 배젖(胚乳)이 들어있으며 두 장의 껍질인 두껍고 까만 외종피와 약간 엷은 내종피로 싸여 있다. 섬유질인 배젖은 탄력이 있으며 그 내부에 다음 세대의 식물체가 될 하얀 씨눈()이 박혀있다.

 

  

한방에서는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맥문동의 덩이뿌리(塊根)를 채취하여 깨끗이 씻은 다음 햇볕에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맛은 달고 쓰며, 성질은 약간 찬(甘苦微汗)자양강장의 기능이 있어 심신이 허약하거나 기력이 떨어질 때 복용하여 뛰어난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와 위를 보해주는 대표적인 한방약으로 마른기침, 각혈, 가래, 해수 등에 널리 쓰이며 변비나 소갈증, 입안이 마르는 조갈증 등에도 유용하다. 해열, 이뇨(利尿), 최유(催乳) 등에 효능이 있으며 폐결핵과 만성 기관지염, 당뇨병 등의 치료약으로도 사용된다.

   

  

꽃말로는 인내(忍耐)’, ‘겸손(謙遜)’ ‘숨겨진 마음등이 쓰인다.

 

 

 

나무 밑 그늘에서 참고 견디는 습성과 잎 사이에서 숨어 피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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