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 달빛이야기
몽골의 이모저모

차강사르에 대하여

by 달빛아래서 2018. 3. 28.

차강사르          

                                                          글, 동강운우설        


몽골민족의 최대명절_차강사르

 세계 모든 나라에는 저마다의 전통축제와 놀이가 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인 몽골인들에게도 다른나라와 마찬가지로 해마다 해가 바뀔 때 의식을 거행하며 설을 지내왔다. 그 명절을 몽골에서는 차강사르(하얀달)이라고 한다.

차강사르는 최초로 1206년 가을부터 지내기 시작했다고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원나라 쿠빌라이 칸의 왕명으로 1276년부터 가을이 아니라 음력 정월에 차강사르를 지내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몽골 공산주의정권은 설을 지내는 것을 금지하였고, 오직 유목민만이 명절을 지내는 것을 인정받았다가 1990년 이후에 차강사르는 다시 몽골의 최대 명절이 되었다. 유목민만 차강사르를 지낼 수 있어 '말치니 차강사르'라 부르기도 하였다.

 

준비의식

차강사르 잔치 준비는 음력 한 달 전부터 정성들여 진행된다. 준비를 잘하면 잘하는 만큼 오는 해 내내 큰 복이 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차강사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준비가 미비하게 되면 그 상징적인 의미를 잃게 되어 기분이 많이 안 좋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그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여 차강사르 준비를 빈틈없이 잘 하도록 최선을 다한다.

 

차강사르 옷차림

차강사르에는 모두 새 옷이나 좋은 옷을 입어야 새해는 밝고 기운이 넘친다고 믿는다. 13세기에 몽골인들은 모두 하얀 의복을 입고 차강사르를 지냈다고 마르코 폴로의 기록이 있다.

 

음식

차강사르 음식준비는 가을부터 일찌감치 시작된다. 차강사르 제사에 쓸 음식준비는 섬세한 일인 만큼 하나도 빠짐없이 잘해야 한다. 차강사르 때 찾아온 어린이들에게 줄 양고기를 따로 준비해두는데 그 고기를 '호비마흐'라고 한다. 차강사르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선물을 주지 않아 실망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차강사르 음식 중 보오쯔(양고기 속이 들어간 몽골식 전통 만두)는 반드시 준비하는데 한 세대당 평균 500개 이상 준비한다. 이것은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할 때 빠르고 간편한데다가 몽골인들은 귀한 손님에게는 만두처럼 싸여진(봉해 놓은) 음식을 대접하기 때문이다.

 

비투음식

음력 섣달 그믐을 '비툰'이라고 한다. 이 날 먹는 음식을 비투음식이라고 한다. '비투'라는 말은 한국말로 하면 '닫힌,꽉 찬, 비밀의, 숨은'의 뜻이 있다. 이 날은 달이 없어 캄캄한 밤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해가 닫힌다고 해서 비툰이라고 한다. 이 날은 묵은해에 얻은 빚을 갚고, 바늘감 등 모든 일거리를 끝내야 한다. 항아리의 물은 가득 채워야하며, 먹는 것도 목구멍까지 가득 찰 정도로 먹어야 한다. 한마디로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을 채워야 한다. 비투음식으로는 봉해져 있는 음식만 준비하는데 그것이 보오쯔(찐만두),반쉬(물만두),호쇼르(군만두)이다. 한국에서도 집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믄 날 만두제사를 지내는 집들이 있다.  비투음식을 먹으며 동네 사람들과 아락멜히 우르흐(가축의 복사 뼈) 놀이로 밤새우며, 호쇼르를 기름에 볶아 그 탄 냄새로 지난해의 액막이를 한다.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의 문 오른쪽 위 처마에는 얼음을, 왼쪽에는 하라간(식물이름) 등 가시나무를 놓고 눈덩어리 세 개도 얹어 놓는다. 여기에도 액을 막는 뜻이 담겨 있다. 비툰 밤에는 날이 새도록 촛불을 켜 놓는 풍습이 있다. 이날은 사람뿐 아니라 가축, 유목도구, 책등도 비투를 지내는 의식이 있다. 예를 들어 말을 제외한 다른 가축들은 모두 집으로 몰아와 집 바깥에 세워 두어야 하고 욕하거나, 때리거나, 목숨을 끊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한국식으로 생각하여 말일에 시내에 나갔다가는 썰렁한 밤거리에 배고픔을 경험하기 쉽다.

 

하늘에 절 하는 의식

차강사르 아침에는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야 하며, 해가 뜨자마자 귀한 음식을 들고 집 근처에 있는 산꼭대기에 올라 하늘을 향해 절을 한다. 이것은 제일 먼저 하늘에 세배를 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40이 되지 않은 사람들은 부모집으로 가서 하늘에 절을 하고, 40세가 넘은 사람은 자신의 집에 예를 갖춘다.

 

발자국을 내는 의식(무르 가르가흐)

차강사르에 화신 제사(설날 음식을 불에 던져 넣는 의식) 후 사람마다 자신의 띠(12지신)에 맞추어 방향을 잡아 발자국을 내는 의식을 거행하는 풍습이 있으며, 이는 일년 동안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집으로 돌아 올때는 '나르 즈브'(시계방향)으로 들어와야 한다. 게르를 방문하였을 때도 들어갈 때는 왼쪽으로 들어가며 나올 때는 난로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차강사르 세배 의식

차강사르 아침에 하늘을 향해 절한 다음 집식구들이 모여 함게 세배를 한다. 집안의 가장이 웃어른들을 모셔 앉힌 수 품에서 비단자락(하다그)을 꺼내 두 손으로 바치면서 절을 한다. 나이가 같은 동갑인 경우는 서로 선 채로 세배를 한다. 그러나 부부끼리는 세배를 하지 않는다. 부부는 한 사람으로 여겨 서로 세배하면 불길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안하십니까?" "차강사르 잘 지내십니까?" "겨울철 무사하셨고, 봄철 기운이 넘치십니까?" 등등 인사를 하면 "봄철 잘지내고 건강합니다" "무사히 잘 넘겼습니다" "망아지, 송아지 모두 튼튼하고, 새끼양의 꼬리가 길고, 무사히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등등으로 답례를 한다.(여기서 새끼양의 꼬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몽골의 날씨가 너무 추워 동물들의 꼬리가 얼어 잘려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세배가 끝나면 모두 앉아 음식을 먹으며 잔치를 한다. 그러나 다른 명절처럼 노래를 하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지난 해 일을 이야기 하며 신년을 계획한다.

세배시에는 두 팔을 벌려 손윗사람은 위에, 손아래사람은 아래에 팔을 서로 겹쳐 대고, 윗 사람이 아래사람 볼에 뽀뽀를 한다. 동갑일 경우는 팔을 엇갈려 한 팔을 위에, 다른 한 팔은 아래에 대고 인사를 한다. 차강사르 동안 이집 저집 어른들을 만나다 보면 보드카 등 술 냄새에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세뱃 돈

한국에서는 어른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지만, 몽골에서는 아랫 사람이 손윗 사람에게 세뱃돈을 드린다. 집안에 가장 어른이신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양말 등 선물을 주며, 아이들은 다 큰 손주든 아들 딸 며느리 사위든 모두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세뱃돈을 드린다. 한국도 그럴지만 윗사람들은 선물을 준비하는라 부담스럽고,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졌지만, 동네 이웃집과 친구네 집에 세배를 다녀야 하는 몽골 젊은 친구들은 세뱃돈이 많이 부담스럽다고 한다.

 

차강사르에 집 방문

음력 정월에 동네 사람들은 서로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나누고 세배를 한다. 이 때에 어느 집이라도 거르면 안된다. 유목민들은 모두 좋은 옷차림으로 힘센 말을 타고 5명 내지 6명씩 어울려 세배를 다닌다. 손님은 방문한 집마다 대접 받은 음식에 꼭 입을 대야 한다. 이렇게 몽골의 유목민들은 차강사르 축제를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 전해오면서 독특한 예의 범절과 특징을 만들어 냈다.

 

차강사르 음식

차강사르에 대표적으로 먹는 음식은 '버어브'(기다란빵),'오츠"(양 등과 엉덩이뼈쪽요리), '보오쯔'를 먹는다. '버어브'는 3개씩 삼각형 모양으로 3단식 쌓는다.그리고 그 사이에 과자, 사탕, 초콜릿을 넣어 둔다. 이를 '이데에'라고 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버어브는 먹어서는 안되고 과자, 사탕 등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버어브는 차강사르 3일뒤에 가족끼리 몫을 나누어 먹는다.

버어브를 부르는 말에는 앞에서 말한 '이데에 버어브' 외에도 '올(발바닥) 버브' '히비잉(문양) 버브' 등이 있다. 그리고 버어브라는 말에는 남자의 신체와 관련된 뜻도 있으니 조금은 주의해야 한다.

 

차강사르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나요? 이 글은 제가 카페 운영을 하는 것을 아는 몽골 친구가 차강사르에 대해 적어 주면서, 이것 저것에 대해 들려 준 내용입니다.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많은 한국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이번 주부터 설연휴입니다. 회원 여러분들도 설 잘 보내시고 가족들과 화목한 연휴되시길 바랍니다.

 

양고기를 좋아하게 된 동강운우설 올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