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가구
가구는 가장 불편한 곳에서 생겨난다
외출이 장롱을 열고 흐트러진 생각이 서고에 꽂힌다
의자가
피로를 앉힌다
먼저 내주기를 바라는 너와 나는
서로를 괴어주지 않는 家具, 혹은 家口
오후를 잡고 있는 경력이
칭얼거려
들끓는 생각이 등 뒤에 업혀도 개의치 않는 완고함이다
모든 곳이 될 것 같지만 다른 시간에 존재하는 우리는
불쑥
튀어나온 말로 생채기를 내는 이방인
낯익은 침묵을 들이키며
잔소리를 흘려버리는 가파름은 무엇을 내어줄 수 있을까
우리, 라는
말은 순환되는 직각이라는 말 같다
여러 개의 손이 필요한 저녁, 메아리가 돌아오듯 날짜들이 달려든다
우리를 보기 위해 멀리
되돌아가는 길,
멀거나 가깝거나 순서를 바꾸면서 비좁아지는 일인용
환멸을 알고 나면 관계는 더욱 아름다워진다지만
서로를
앉히는 일은 지금을 정리하는 것만큼 어렵다
- 최연수, 시 '어색한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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