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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프란체스카'여사에 대한 일화

by 달빛아래서 2019. 7. 21.

? 영부인~

1934년, 유복한 유럽 중산층 집안의 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가 25세 연상의 동양 신사, 빈한한 무국적의 독립운동가와 결혼하기로 한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따뜻한 순종형의 여성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여사의 용기는 여러 고비에서 빛났다.

최근에 재2판이 발행된 '프란체스카의 난중일기'는 6·25전쟁의 귀중한 사료로서, 파죽지세로 쳐내려오는 적 앞에서 나라가 소멸될까봐, 그리고 38선 이북으로 진격하면서는 북한 관할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유엔 때문에, 분노하며 마음 졸이던 이승만 대통령의 고뇌와 안타까움을 생생히 담고 있다. 서울과 운명을 같이하려 했으나 나라를 그대로 내줄 수 없어서 대전, 대구, 부산으로 밀려가면서 전황(戰況)에 노심초사하고, 국군 병사들이 무기도 제대로 없이 싸우니 미 사령부에 무기 지원을 매일 애원하고, 피란민들의 식량과 잠자리를 걱정하는 이 대통령을 위해 여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외 요로에 보낼 서신 작성을 돕고, 빈약한 식사라도 끼니마다 챙겨주는 것이 전부였다.

낙동강 전선에서 사투(死鬪)가 이어지던 어느 날, 이 대통령은 여사에게 "대구 방어선이 뚫리면 내가 제일 먼저 당신을 쏘고 싸움터로 나가야 해요"라면서 당분간 도쿄의 맥아더 사령부에 좀 가 있으라고 명령한다. 여사는 복종적인 아내였으나 그 명령엔 불복하고 대통령 곁을 지킨다.

연일 계속되는 대구의 살인적 폭염 속에서 대통령의 등이 땀띠로 뒤덮였다가 짓물러서, 늘 필요한 것 있으면 부탁하라는 무초 미 대사에게 땀띠약을 부탁했더니 땀띠약과 비타민 등을 갖다 주었는데 그만 약 상자를 대통령에게 들켜버린다. 대통령이 국방장관에게 상자째 넘겨주면서 전선의 병사들에게 갖다 주라고 하니 땀띠약 하나만 빼 놓고 가라고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사연도 들어있다.

결혼을 반대했었지만 전쟁 중에는 구호품을 챙겨 보내주던 친정어머니, 결혼 후 17년간 가 뵙지 못한 어머니가 별세했을 때 대통령은 장례에 다녀오라고 하지만 여사는 빈까지의 여비 마련도 어렵거니와 대통령의 곁을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기를 읽으며 오늘의 영부인이 떠올라서 노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김정숙 여사가 이 책을 꼭 읽으며 영부인의 영역이 어디인지, 자세가 어때야 하는지 새겨보기를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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