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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포럼(동북아포럼)2008년 3월호

by 달빛아래서 2009.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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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해가 지지 않는’ 대국의 비상
(사)한몽교류진흥협회 임영자 이사장
유라시아의 척박한 초원을 떠돌아다니던 징기스칸의 후예, 1990년 구소련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몽골은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5대 자원 부국을 자랑하는, 몽골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한 강대국들이 현지 개발 자금과 투자 규모를 앞 다퉈 늘리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 역시 지난해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인적, 물적, 경제적 교류가 한층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양국의 상호발전과 교류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사단법인 한몽교류진흥협회의 임영자 이사장은 ‘해가 지지 않는’ 몽골 대국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물론 우리 기업에 관심을 촉구하였다.

중앙아시아고원지대 북부에 위치한 몽골. 156만 4,160㎢ 면적에 수도는 울란바토르, 언어는 몽골어, 민족은 할하족이 약 90%를 차지하는 그 옛날 세계를 호령하던 징기스칸의 후예의 나라다. 또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그리고 중국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몽골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사회주의를 시작한 나라이며, 러시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자주 독립국가로서 위엄을 갖춘 나라라고 한몽교류진흥협회 임영자 이사장은 몽골을 소개한다.

“러시아의 개혁개방과 함께 발 빠른 움직임으로 시장경제 체제로 신속히 전환한 몽골은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줄 아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전체 인구가 약 300만 명으로 적은 편에 속하며, 열악한 자연 환경으로 인해 외세침입에 민감하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늘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중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훨씬 높은 편이며, 이러한 사회적 특성은 저희 한몽교류진흥협회의 몽골 현지 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몽골이 변화하고 있다. 1992년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후 자본주의국가로 변화를 시도한 지난 18년은 몽골인들에게 시련과 좌절, 성장과 변화를 겪게 했다. 아울러 한반도 국토의 7배가 넘는 넓은 국토와 세계 5대 자원부국으로 이름을 떨칠 수 있게 한 몽골의 천연자원과 높은 교육열은 몽골 성장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알찬 요소로 작용했다.

석탄과 구리, 금과 철광석이 풍부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떠오른 광업 역시 1997년 몽골광업법이 제정되며 전 세계 200여개의 기업이 몽골 현지 광물탐사 및 개발에 참여,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몽골로서는 자체 개발보다는 외국기업 투자 유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륙국가의 특성상 항만시설이 없어 개발이 더딜 수밖에 없다고 임 이사장은 지적한다.


역사와 문화, 공통점을 찾아라


“몽골인들은 한국을 외국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과 몽골은 운명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역사적·사회적·문화적 특성에서 잘 드러납니다.”

1990년 3월26일 국교 수립 이후 한국과 몽골은 사회·문화·경제 등 다방면에서 관계를 맺으며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임 회장은 양국의 빠른 관계진척의 원인 중 하나로 한국어와 몽골어의 같은 어순, 기초적인 어휘 동일을 꼽는다. 비슷한 어순과 토씨가 서로 간에 동질감을 형성하며, 3~4천 년 전 가깝게는 8,700년 전부터 양국 국민 간 교류가 이어져 온 결과라는 것이다.

또한 지리상으로 볼 때 동북아시아는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독특한 지역이다. 불행히도 이 때문에 동북아에 위치한 몽골과 한국의 안보는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양국은 서로의 장단점을 채워주고, 경제·정치적으로 몽골에 비해 앞선 한국이 자원이 많은 몽골과 서로 협력하면 양국은 대단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 고 임 이사장은 말한다. 또 그는 역사적인 결속과 전통, 지리적 위치, 사회심리 등 몽골과 한국의 사회·역사·문화를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교류를 실행하고, 인프라와 광업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무역과 생산의 경제특구로 발전할 수 있는 첨단기술생산단지를 양국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인다.

“이제는 단기간의 이윤확보보다는 역사와 문화, 사회상이 비슷한 몽골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몽골인들은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 중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습니다. 몽골은 드넓은 땅과 풍족한 자원을 가진 반면 한국은 자금과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간의 부족한 면을 채워 상호성장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외교는 없을 것입니다. 손바닥 두 개가 서로 맞물리 듯 몽골과 한국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양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가두역할 담당해야


세계가 몽골을 주목하는 이유는 풍족한 지하자원 때문이다. 몽골을 ‘에너지의 땅’이라고 칭하는 임 회장 역시 한국이 보다 적극적인 활동과 자원 선점을 위한 투자로 상호 간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원과 교류를 끊임없이 해 오고 있는 한몽교류진흥협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국의 경제성

장을 위한 협력입니다. 그동안 살펴본 바에 의하면 중국이나 일본은 몽골의 자원 확보를 위해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인프라 건설을 아끼지 않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단기적인 이윤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도 장기적인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은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서비스에 대한 선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사업을 따기 위해 도로를 먼저 깔아주는 인프라 조성을 하나의 서비스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 역시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시 장기간의 투자보다는 단기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임 이사장은 다년간의 몽골 활동을 통해 한국의 자원 선점 및 장기 투자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중요한 사업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신중한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에는 결단과 시점도 중요합니다. 구리와 석탄 등 몽골에 풍족한 지하자원을 우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개발해야 합니다. 이제는 좀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인프라 건설은 하나의 투자입니다. 더 이상 일본이나 중국에 빼앗기지 않고 한국이 선점할 수 있다면 장기간에 걸쳐 인프라 건설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꼭 필요합니다. 때문에 저는 정부에서도 좀 더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몽교류진흥협회도 인맥 교류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사람과 자연을 바탕으로 한 외교


현재 한국에는 약 3만여 명의 몽골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 중 유학생이 500여 명, 고용허가제 등에 따라 근로하는 사람이 약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매년 약 4만 명의 한국관광객이 몽골을 방문하고 있다. 러시아 및 중국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지만, 국경지역 주민 상호 간의 일시 방문을 제외하면 한국인 관광객은 단일 국가로서 최대이다.

또 몽골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의 수는 1,800명, 교양필수 과목으로 배우는 학생을 모두 포함하면 약 3,500명이 된다. 임 이사장은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한국을 배우는 이들이야 말로 작은 외교의 창이며, 양국의 돈독한 관계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협회차원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이는 몽골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유학 온 몽골 유학생들의 요청시 각 대학에 장학생으로 연결해주고, 그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자 협회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협회 상근직원 중에서도 2명의 몽골인들이 한국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학생들은 이미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쌓아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이들이 바로 외교사절단입니다. 때문에 협회에서는 몽골 유학생뿐만 아니라 몽골 현지의 공무원이나 학생들도 한국으로 초청하여 여러 기관의 연수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있습니다.”


몽골 이주노동자들 품어


한국에는 합법적으로 들어온 노동자들도 많지만, 이들 중에는 불법체류자들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했을 당시 몽골 남바린 엥흐바야르 대통령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을 정도로 한국 내 이주노동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는 양국의 외교문제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몽골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변화를 촉구하고 싶습니다. 물론 국내 노동정책의 깊은 내막까지 모두 알 순 없지만, 불법체류자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그들이 모든 책임과 불이익을 떠안아야 하는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몽골 현지 한국 대사관에서 엄격한 절차를 통해 비자를 발급해줬는데 한국 공항에서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반한감정만 키우는 처사입니다. 차라리 비자 발급의 절차를 더 강화할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대사관에서 발급한 비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명분으로 한국에 왔던지 간에 입국을 허락해야 합니다. 때문에 협회에서는 이들의 정확한 데이터를 뽑아 관계기관에 호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 이사장의 안타까운 마음은 지난 ‘2006 희망한국 위문공연’당시 발생한 사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에 있는 몽골인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자 타국에서 힘든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몽교류진흥협회는 지난 2006년 ‘2006 희망한국 위문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에서부터 개인 차비를 들여 온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행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행사장 주위에 경찰이 있을까봐 행사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주위에서 서성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행사 때만이라도 단속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아울러 그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국민정서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내비치며, 그들을 노동자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동등한 인식으로 대해 줄 것을 촉구하였다. 또 그는 이번 이천 화재참사를 거론하며 이주노동자들이 반한감정을 가지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표명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들은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한국 노동자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2008/03 이은영 기자(ley141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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