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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턴 미국 갤럽 회장의 한국분석

by 달빛아래서 2016. 11. 13.

[해외 CEO 인터뷰] ‘최순실 게이트’ 충격받은 한국, 정직한 대통령 뽑게 될 것

김현예 기자                    
 
클리프턴 미국 갤럽 회장
“한국이 정말 심각한 위기를 맞은 것 같다.”

세계적인 조사회사 갤럽의 짐 클리프턴(65) 회장을 지난 2일 만났다. 인터뷰를 앞두고 한참 신문을 정독하던 벽안의 그가 입을 열었다. 국내에서 발행된 영자신문 1면에 실린 ‘한국 경제 위기’란 기사를 공감한다는 듯 가리켰다. 한국 상황을 익히 알고 있는 듯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것으로 보이나.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 사실인가. 최순실 사태 이전 지지율은 어느 정도였나’와 같은 질문을 기자에게 던지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스스로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 한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과 좌절감을 털어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의 말은 간결했지만 내용은 직설적이었다.

워터게이트로 위신 떨어진 미국인
강한 대통령 대신 지미 카터 뽑아
한국 기업의 관리 시스템 후진적
직장인 90%가 일에 몰입 못해
기업문화 70% 중간 리더가 만들어
이들이 안 바뀌면 혁신 소용없어
일자리 부족은 정부가 해결 못해
청년들 스스로가 창업 고민해야

클리프턴 회장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태인 ‘최순실 게이트’로 흔들리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해결 방법이 있다고 했다.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는 것이다. 미국을 예로 들었다. 1972년 미국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던 당시 민주당 본부에 침입사건이 발생한다. 배관공으로 변장한 사람들이 도청장치를 설치했던 것인데 이들은 가택 침입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 백악관이 모든 지휘를 했다며 법원에 편지를 보낸다. 이렇게 불거진 ‘워터게이트 사건’은 2년 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 냈다.

클리프턴 회장은 “현직 대통령이 구속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자 당시 미국인들은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졌다며 낙담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미국인들은 가장 정직한 대통령을 뽑길 원했고, 그로 인해 지미 카터가 당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카터 대통령은 강한 리더는 아니었지만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정직했고 국민은 이후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강한 리더를 선출하면서 미국을 강대국 자리에 올렸다”고 강조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한국인들 역시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정직한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며, 한국 국민 스스로 이 사태를 진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기업을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부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주저 없이 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관리 시스템은 다른 어떤 나라 기업들보다 후진적이며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불리는 2014년 말에 발생한 대한항공 회항사건과 최근 발생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를 예로 들었다. 한국 기업 문화가 상명하복의 지휘 통제(command and control)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직장인들의 일에 대한 몰입도가 낮다는 점도 짚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몰입도는 11~13%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는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머지 90%의 직장인”이라며 “이는 사무실에서든 공장에서든 대부분의 사람이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zero development)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맞은 기업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까지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서 “리더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확언했다.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기업 문화의 70% 이상은 중간 리더들로부터 만들어진다. 직장인 개개인 입장에서 보면 일터의 모든 경험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와 함께 일하는 상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 중간 리더들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회사가 혁신을 하더라도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 그는 “기업인들은 이런 사실을 잊고 자신이 스스로 회사를 이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실제로 최고경영자(CEO) 자신이 이끄는 것은 조직과 직원이 아니라 기업 인수합병(M&A), 재무제표, 가격 정책 같은 ‘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약점보다 강점을 살피는 문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약점을 파악해 보완하도록 하기보다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그는 갤럽이 35년 조지 갤럽 박사에 의해 설립돼 조사회사로 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경제학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기업이라며 설명을 이어 갔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80년 이후 출생한 소위 ‘밀레니얼 세대’가 기업에 입사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과거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요소는 급여와 만족감, 상사, 인사고과, 일이었던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목적과 의미, 발전, 지속적인 대화,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오늘날의 직장인들은 그저 월급만을 받아 가길 원치 않는다”며 “충족감을 얻기 위해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약점이 아닌 선천적인 강점에 집중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클리프턴 회장은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리더들은 직원들 앞에서 정직해야 하며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사람들은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점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런 공통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타고난 리더들을 뜯어보면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강점을 아는 것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알게 되면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리프턴 회장은 자신을 예로 들었다. 88년 갤럽에 ‘영업맨’으로 합류했는데 창업주였던 갤럽 박사는 자신과 다른 교육자형 리더였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나를 갤럽 박사처럼 교육자로 키우려 들고, 갤럽 박사를 영업맨으로 키우려고 했다면 두 사람의 인생은 불행했을 것이고 실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리프턴 회장은 또 “한국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을 고민하는데 일자리는 정부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공익사업을 늘리고 일자리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일자리를 늘리려 하고 있지만 일자리 부족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15세 이상의 성인은 50억 명에 달하는데 일하고 싶은 ‘괜찮은 일자리’는 12억 개에 불과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인구는 30억 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18억 개의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성장이 필요한데 성장 동력은 정부가 아닌 개인과 기업에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회사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는 전체 직원의 15% 수준”이라며 “한국의 경우 이보다 낮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기업들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과 복지 지원으로 동기 부여를 해 핵심 인력을 전체 직원의 30% 이상으로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역사를 통틀어 새로운 경제와 일자리는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생겼다”며 “원하는 미래가 있다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리프턴 회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우리가 무엇을 창업할 수 있는가, 만들고 싶은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한국의 모든 게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며 창업과 도전을 강조했다.


[출처: 중앙일보] [해외 CEO 인터뷰] ‘최순실 게이트’ 충격받은 한국, 정직한 대통령 뽑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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