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밭에 자리를 펴 지리산 자락을 품은 이층집
지리산 남서쪽 줄기의 끝자락에 위치한 전남 구례군 토지면 파도리. 대지에서 남쪽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너른 평지를 감싸돌며 섬진강이 동에서 서로 유유히 흐른다. 저 멀리 지리산이 한번 꿈틀 한 흔적인 밥봉과 계룡산, 그리고 그 뒤의 백운산 자락이 비옥한 이 땅을 포근히 감싼다.
오직 구만(九灣, 구례군 토지면 일대)만은 시냇물 가에 임하여 강산과 토지가 훌륭하며 작은 배와 어염의 이익도 있어 ‘가장 살 만한 곳’이다. - 이중환 택리지 中
대지 위에 올라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금환락지(金環落地 금가락지가 떨어진 터)라 하였던가.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있는 명당인 구례 운조루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이 이곳 파도리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저는 전망을 봤어요. 막혀있는 집이 싫어서 탁 트인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곳이 눈에 띈거죠. 안사람과 함께 터를 보고는 바로 그날 결정했어요.”
처음 이곳은 돌 반 감나무 반이였다. 아니, 돌밭에 감나무 하나 둘 심겨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육중한 돌들이 단단히 박혀있어 누구도 쉬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마을 경계부 명당자리를 알아본 건축주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하고 계약을 서둘렀다. 토목공사는 그야말로 돌 캐는 일이였다. 쉬엄쉬엄하자 생각하고 진행한 공사였지만 작년 한해 꼬박 땅만 팠다. 덕분에 주변 석축이며 정원석은 모두 이곳에서 오롯이 캐내올린 돌로 꾸며졌다. 간신히 사람살만한 집터의 모양을 갖추고 난 후에야 비로소 집을 올릴 수 있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구례군
대지면적 : 270평
건축면적 : 33평 (데크 23평, 창고 2.5평)
용적률 : 20%
공법 : 목조주택
구조재 : 캐나다산 S.P.F
창호재 : 웰드민 미국식 시스템창호
단열재 : 미국산 크라우프 인슐레이션
외벽마감재 : 스타코
내벽마감재 : 레드파인 루바, 벽지
지붕재 : 스페니시 기와 - 테릴로만 TBF 카스텔
설계 : 예스홈
▲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언덕위에 자리한 주택
오랜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고향땅에 내려온 건축주였다. 구례읍과 멀지 않은 이곳 파도리에 터를 정한 후, 내 집은 내 손으로 직접 짓겠노라 마음먹고 목조건축학교에서 경량목구조 이론을 공부했다. 그리고 손과 발이 되어줄 회사인 예스홈(Yeshome)을 만났다.
“처음에는 저는 감독만 하고 건축은 시공사에 맡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예스홈에서 직영으로 지은 집을 보고생각이 바뀌었죠.”
예스홈의 ‘직영-한마음집짓기’는 건축의 전 공정을 컨설팅해주어 건축주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목조건축학교에서의 수학을 통해 목구조와 각종 공정을 눈에 익힌 건축주였기에 직영공사를 마음먹고 손수 집을 짓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더군다나 퇴직 후 시간활용이 자유로웠기에 직접 짓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을 부렸다.
“직영으로 지으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되요. 2~3군데 견적받아 비교해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정별로 미리 준비해야할 것도 산더미죠. 또 빼먹지 않고 매일 건축일기를 써야 예산을 초과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요. 저는 공정별 소요비용을 적어서 관리했고, 자재 운송기사에게 식사 대접한 것까지도 빠짐없이 적었어요.”
건축주 특유의 부지런함과 꼼꼼함 그리고 철저한 준비성이 더해져 구례주택은 빈틈없이지어졌다. 직영의 최대 장점이 바로 비용절감일진데 이런 측면에서 건축주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매 공정 들어와 준 작업자분들이 다 좋은 사람이었어요. 전 인복이 많은가 봐요”
공사기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현장 에피소드를 전해주며 건축주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별 탈 없었던 70일간의 즐거운 공사는 분명 빌더를 비롯한 전문가를 향한 건축주의 전적인 신뢰가 빚어낸 결과임에 틀림없었다.
▲ 야외등에서부터 단조 하나까지 직접 고른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집은 파도리 주민들에게 ‘빨간지붕 이층집’이란 애칭으로 불릴만큼 마을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외벽은 옐로우톤의 스타코로 마감해 목조 특유의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었고, 지붕에는 스페니쉬 기와를 얹어 특색있는 건물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또, 기와와 비슷한 톤의 매직스톤으로 건물기단부를 둘러 안정감을 더했다. 건물을 둘러싼 너른 데크는 풍경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그만이다. 건축주의 직영공사답게 실내를 구성하는데 건축주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 물건이 놓일 위치와 크기를 미리 고려해 평면이 배치되었고, 이는 기존의 세간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데 유용했다. 공사기간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한 건축주 덕분에 없던 공간이 생기기도 하고, 있던 설계안이 없어지기도 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거실의 벽난로가 생겼으며 이로 인해 거실에서 데크로 향하는 긴 버티컬 윈도우가 일반 채광창으로 바뀌었다. 또, 주방에서 데크로 나가는 전면도어 역시 현장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즉시 창문으로 변경하는 등 콘크리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적 제약을 적게 받으며 설계변경이 자유로운 경량목구조의 장점과 건축주 직영공사의 장점이 합쳐져 구례주택은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 볼륨감 더한 돌출형 발코니2층에 발코니를 둠으로써 입면이 한층 풍요로워졌다. 돌출된 발코니로 인해 외부의 볼륨이 올록볼록 리듬감을 입었다. 이곳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바라보는 섬진강 뚝방풍경은 건축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 스페니쉬 기와로 최대 만족을 처음 설계대로라면 지붕에는 회색 싱글이 얹어져 있어야 했다. 공사 중간, 건축주는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여 지붕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는 붉은색의 스페니쉬 기와는 건축주에게 추가된 비용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만족을 주었다. 특히, 외관 분위기가 확 바뀌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해졌다. 지붕재 하나로 집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오직 구만(九灣, 구례군 토지면 일대)만은 시냇물 가에 임하여 강산과 토지가 훌륭하며 작은 배와 어염의 이익도 있어 ‘가장 살 만한 곳’이다. - 이중환 택리지 中
대지 위에 올라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금환락지(金環落地 금가락지가 떨어진 터)라 하였던가.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있는 명당인 구례 운조루에서 뻗어 나오는 기운이 이곳 파도리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저는 전망을 봤어요. 막혀있는 집이 싫어서 탁 트인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곳이 눈에 띈거죠. 안사람과 함께 터를 보고는 바로 그날 결정했어요.”
처음 이곳은 돌 반 감나무 반이였다. 아니, 돌밭에 감나무 하나 둘 심겨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육중한 돌들이 단단히 박혀있어 누구도 쉬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마을 경계부 명당자리를 알아본 건축주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하고 계약을 서둘렀다. 토목공사는 그야말로 돌 캐는 일이였다. 쉬엄쉬엄하자 생각하고 진행한 공사였지만 작년 한해 꼬박 땅만 팠다. 덕분에 주변 석축이며 정원석은 모두 이곳에서 오롯이 캐내올린 돌로 꾸며졌다. 간신히 사람살만한 집터의 모양을 갖추고 난 후에야 비로소 집을 올릴 수 있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남도 구례군
대지면적 : 270평
건축면적 : 33평 (데크 23평, 창고 2.5평)
용적률 : 20%
공법 : 목조주택
구조재 : 캐나다산 S.P.F
창호재 : 웰드민 미국식 시스템창호
단열재 : 미국산 크라우프 인슐레이션
외벽마감재 : 스타코
내벽마감재 : 레드파인 루바, 벽지
지붕재 : 스페니시 기와 - 테릴로만 TBF 카스텔
설계 : 예스홈
▲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언덕위에 자리한 주택
손수 짓는 내 집 이야기
오랜 도시생활을 뒤로 하고 고향땅에 내려온 건축주였다. 구례읍과 멀지 않은 이곳 파도리에 터를 정한 후, 내 집은 내 손으로 직접 짓겠노라 마음먹고 목조건축학교에서 경량목구조 이론을 공부했다. 그리고 손과 발이 되어줄 회사인 예스홈(Yeshome)을 만났다.
“처음에는 저는 감독만 하고 건축은 시공사에 맡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예스홈에서 직영으로 지은 집을 보고생각이 바뀌었죠.”
예스홈의 ‘직영-한마음집짓기’는 건축의 전 공정을 컨설팅해주어 건축주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목조건축학교에서의 수학을 통해 목구조와 각종 공정을 눈에 익힌 건축주였기에 직영공사를 마음먹고 손수 집을 짓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더군다나 퇴직 후 시간활용이 자유로웠기에 직접 짓겠다는 욕심 아닌 욕심을 부렸다.
“직영으로 지으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되요. 2~3군데 견적받아 비교해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공정별로 미리 준비해야할 것도 산더미죠. 또 빼먹지 않고 매일 건축일기를 써야 예산을 초과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요. 저는 공정별 소요비용을 적어서 관리했고, 자재 운송기사에게 식사 대접한 것까지도 빠짐없이 적었어요.”
건축주 특유의 부지런함과 꼼꼼함 그리고 철저한 준비성이 더해져 구례주택은 빈틈없이지어졌다. 직영의 최대 장점이 바로 비용절감일진데 이런 측면에서 건축주는 성공을 거둔 셈이다.
“매 공정 들어와 준 작업자분들이 다 좋은 사람이었어요. 전 인복이 많은가 봐요”
공사기간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는 현장 에피소드를 전해주며 건축주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별 탈 없었던 70일간의 즐거운 공사는 분명 빌더를 비롯한 전문가를 향한 건축주의 전적인 신뢰가 빚어낸 결과임에 틀림없었다.
▲ 야외등에서부터 단조 하나까지 직접 고른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집은 파도리 주민들에게 ‘빨간지붕 이층집’이란 애칭으로 불릴만큼 마을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외벽은 옐로우톤의 스타코로 마감해 목조 특유의 밝고 가벼운 느낌을 주었고, 지붕에는 스페니쉬 기와를 얹어 특색있는 건물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또, 기와와 비슷한 톤의 매직스톤으로 건물기단부를 둘러 안정감을 더했다. 건물을 둘러싼 너른 데크는 풍경을 감상하는 공간으로 그만이다. 건축주의 직영공사답게 실내를 구성하는데 건축주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었다. 물건이 놓일 위치와 크기를 미리 고려해 평면이 배치되었고, 이는 기존의 세간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데 유용했다. 공사기간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한 건축주 덕분에 없던 공간이 생기기도 하고, 있던 설계안이 없어지기도 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거실의 벽난로가 생겼으며 이로 인해 거실에서 데크로 향하는 긴 버티컬 윈도우가 일반 채광창으로 바뀌었다. 또, 주방에서 데크로 나가는 전면도어 역시 현장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즉시 창문으로 변경하는 등 콘크리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적 제약을 적게 받으며 설계변경이 자유로운 경량목구조의 장점과 건축주 직영공사의 장점이 합쳐져 구례주택은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 볼륨감 더한 돌출형 발코니2층에 발코니를 둠으로써 입면이 한층 풍요로워졌다. 돌출된 발코니로 인해 외부의 볼륨이 올록볼록 리듬감을 입었다. 이곳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바라보는 섬진강 뚝방풍경은 건축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 스페니쉬 기와로 최대 만족을 처음 설계대로라면 지붕에는 회색 싱글이 얹어져 있어야 했다. 공사 중간, 건축주는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여 지붕재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는 붉은색의 스페니쉬 기와는 건축주에게 추가된 비용과도 바꿀 수 없는 큰 만족을 주었다. 특히, 외관 분위기가 확 바뀌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해졌다. 지붕재 하나로 집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 꼼꼼하게 선택한 각종 자재들 곳곳의 인테리어&익스테리어 아이템은 모두 건축주가 정성껏 고른 것들로 꾸며졌다. 거실의 아트월과 벽지, 주방의 타일과 샹들리에, 단조 하나까지도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비교해 선택한 것들이다. 덕분에 안팎으로 볼거리가 가득한 즐거운 집이 탄생했다.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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