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3.20 03:02
[취임 24일째 '패션 정치' 분석]
화사한 색깔 "희망과 활력을" - 시장·주식거래소 등 방문
초록·카키색 "안정된 지도력"
- 취임식·경찰대 졸업식
무채색 계열 "냉정과 긴장을" - 北 핵실험·대국민 담화
박근혜 대통령은 색깔로 말한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24일째. 대통령의 '패션 정치'가 눈길을 끌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 옷의 디자인은 비슷비슷하지만 색깔만큼은 그날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하는 편"이라면서 "그가 빛깔 있는
옷을 고를 땐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 했다.
(왼쪽부터) 13일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연노랑 재킷을 입고 연보라색 누비 지갑을 들어 밝은 분위기를 강조했다. 반면 14일 경찰대학 졸업·임용식에선 차분한 분위기의 올리브 그린 빛깔 코트를, 4일 취임 직후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땐 짙은 청록색 재킷을 입고 나왔다. /청와대, 청와대, 이진한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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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1만2200원입니다." 점원의 말에 박근혜 대통령이 연보라색 누비 지갑을 꺼냈다. 이 지갑은 곧 네티즌들에 의해 '소산당'이라는 공예 회사 제품이고, 4000원짜리임이 밝혀졌다. 이 지갑은 순식간에 동났고 회사 홈페이지와 전화도 며칠 동안 불통이었다.
'퍼스널 이미지컨설팅연구소' 강진주 소장은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보를 할 때는 밝은 빛깔의 옷과 소지품을 택하는 편"이라며 "대선 전날 한국거래소(KRX)에서 '5년 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땐 빨간 재킷 차림이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명신초등학교를 찾아가 일일교사를 할 땐 화사한 분홍빛의 옷깃(collar)이 달린 연회색 재킷을 입었다. 대통령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좌했던 한 비서관은 "대통령께선 국민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밝은 색의 옷을 골라 입으시는 편"이라고 했다.
◇안보 메시지는 무채색 옷을 입고
지난 14일 경찰대학 졸업·임용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금장 단추가 달린 올리브 그린 빛깔의 코트를 입었다. 대통령 취임식 때도 입었던 옷이다. 홍익대 패션학과 간호섭 교수는 "안정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초록빛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했다.
북핵(北核) 문제 등과 관련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무채색 옷을 택하는 편이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이 장·차관 워크숍 때 입었던 검은 깃이 달린 회색 재킷은 지난 2월 초 북한 3차 핵실험으로 여야 3자 회동을 할 때도 입었던 옷이다.
◇속삭이는 브로치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브로치에도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취임식 때 착용했던 나비 모양 브로치에 '비상' '부활'의 의미를 담았다면, 지난 1월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날 때 달았던 진주 꽃 브로치엔 '평화'의 의미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최근엔 박 대통령의 브로치가 남대문시장에서 파는 도매가 9000원짜리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강진주 소장은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날 때 햇살 모양 브로치를 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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