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 나치수용소 방문에 감명 … 일본도 노력을"
[중앙일보] 입력 2013.09.07 00:46 / 수정 2013.09.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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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박 대통령이 두 살 연상(박 대통령 61세, 메르켈 총리 59세)이지만 두 정상은 ‘13년지기’로 통한다.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대통령·총리로서 만난 건 처음이다.
두 정상은 6일 양자 정상회담 형식으로 다섯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메르켈 총리가 먼저 제안했다. 장소도 콘스탄틴궁 독일 총리용 빌라였다.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를 보자마자 “의장국에서 메르켈 총리와 친하다는 걸 알고 (정상용 빌라를) 가까이 배정해줘 이웃집 놀러 오듯 와 참 좋다”며 “대통령 당선 후 총리께서 먼저 축하전화도, 초청도 해줘 사실 올해 독일을 방문하려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당초 박 대통령은 독일을 공식 방문할 생각이었으나 메르켈 총리가 오는 22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G20 무대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만났다.
회담장 밖으론 웃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9·22 총선에서 승리하면 조속히 박 대통령을 독일로 초청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독일 경제가 성공을 거두고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사실상 총선 승리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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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2000년 10월 인연을 맺었다. 야당(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이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가 역시 야당 기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와 1시간 동안 만났다. 박 대통령은 당시 동독 출신으로 통일을 경험한 메르켈 총리와 한반도 통일 방안에 대해 얘기를 깊게 주고받았다고 한다. 두 정상은 2006년 9월, 박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해 총리 집무실에서 두 번째로 회동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로 바빴지만 30여 분간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했다. 2010년 11월엔 메르켈 총리가 서울 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했을 때 세 번째로 만났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메르켈 총리가 추구하는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의 노선이 내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하고 원칙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나와 꼭 닮았다”고 적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달리 메르켈 총리는 최근 나치 강제수용소를 찾아 고개 숙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첫 만남에서부터 메르켈 총리의 그런 면모를 읽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평소 독일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도 친분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에게 차관 제공을 거절당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독일을 방문해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고 1억5000만 마르크의 차관을 얻어내 경제개발의 종잣돈으로 삼은 일이 있다.
이공계 출신에 여성 정치인이란 교집합도 친분의 배경일 수 있다. 메르켈 총리도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여성 지도자인 박 대통령을 챙겼다. 박 대통령이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 해외 지인 가운데 가장 먼저 위로 편지를 보냈고, 지난해 대선 직전엔 정상으로선 이례적으로 승리를 기원하는 서한을 보냈다.
두 정상 가운데 정치적 성장 시기는 메르켈 총리가 다소 빨랐다. 하지만 성장속도는 비슷했다. 메르켈 총리는 1989년 동독 민주화를 주도한 ‘민주약진’에서 활동하다 이듬해 기민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됐다.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올랐고, 2000년 여성 최초로 기민당 당수가 됐다. 2005년 국회의원이 된 지 15년 만에 동독 출신으로 처음 권좌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1997년 한나라당에 영입된 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대표가 되어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해내면서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그러다 정계입문 15년 만인 지난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의 딸’, 메르켈 총리가 ‘목사의 딸’이라는 점, 박 대통령이 독신, 메르켈이 재혼이란 점은 다른 점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신용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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