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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외교 핫라인-명예영사가 뜹니다

by 달빛아래서 2016. 12. 1.

올해로 출범 30년… 96개국 위해 110명 활동
다수가 공관 없는 小國, 영사 대부분은 재계인사
한국 온 외국인 보호하며 기업·문화 교류도 주선

11월 30일 서울의 한 호텔에 50~ 60대 신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모두 명함을 두 개씩 갖고 있다. 본업이 적힌 것과 '명예영사' 직함이 적힌 것. '명예영사'란 벨리즈(중앙아메리카의 나라)·몰타(지중해의 섬나라) 등 주로 한국에 공관을 갖추지 못한,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대신해 외교활동을 벌이는 사람을 말한다. 첫 활동 이후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96개국을 위해 뛰는 총 110명의 한국인 명예영사 가운데 20명이 월례모임에 모였다. 주빈으로 초청받은 투비아 이스라엘리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강연으로 모임이 시작됐다.





주한명예영사단 회원들. 앞줄 왼쪽부터 이성희(안티구아 바부다)·조해형(아이슬란드), 투비아 이스라엘리(주한 이스라엘 대사), 구자두(엘살바도르)·김승호(투발루). 뒷줄 왼쪽부터 김희용(불가리아)·배정화(이스라엘)·신평재(루마니아)·윤준식(멕시코)·윤병화(슬로베니아)·반기로(벨리즈)·양인모(크로아티아)·최승웅(트리니다드토바고)·김윤식(마다가스카르)·전병현(도미니카)·임영자(몽골)·이종우(잠비아)·오펠 호르(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상무관)·이광용(몰타).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이스라엘과 한국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폐허 속에서 시작해 강대국들 사이에서 살아남았죠.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요. 대기업의 역할이 큰 한국에 비해 이스라엘은 많은 중소기업이 경제의 기초를 이룹니다. 두 나라의 비슷한 역사, 서로 다른 산업구조가 더 활발한 교류로 이어지기 바랍니다."

10년 가까이 계속돼온 명예영사들 모임에 초청받는 손님은 외교부 고위 관리나 해외교류 경험이 많은 재계 인사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미처 관리하지 못하는 외교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 명예영사의 역할이다 보니 국제정세에 밝아야 하기 때문이다. 명예영사의 공식 업무는 해당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비자를 발급하고 한국에 온 여행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해당국이 외교부에 신임장을 요청하면 장관이 재가하며, 그 나라와 무역 등으로 인연이 있는 사람을 임명한다.

이광용(63) 몰타 명예영사는 "공식 외교의 막후에서 양국의 '핫라인'으로 활약하는 게 중요 임무"라고 말했다. 대규모 공사나 수입 요청이 있으면 국내 각 기업과 연결해주고 문화교류도 주선한다.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를 유치할 때는 '한 표'를 끌어내기 위한 설득에도 나선다. 고된 일도 많다. 국내 체류 중인 그 나라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장례비와 절차를 도맡기도 한다.

"대부분 기업 임원들이라 바쁘지만, 시간을 쪼개 열심히들 활동해요. 그 나라 지도자가 온다고 하면 공항 영접부터 하죠. 자주 가서 친분을 넓히고 현지 사정에 대한 감각도 잃지 않아야 하고요."

최고참은 명예영사단장인 조해형(76·나라홀딩스 회장) 아이슬란드 명예총영사다. 쌍용제지 사장이던 1970년대 펄프무역을 하다가 아이슬란드 요청으로 명예총영사를 맡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아일랜드,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투발루,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베트남, 김희용 동양물산 회장은 불가리아 명예영사다.

"몇 명으로 시작한 명예영사단이 지금은 100명을 넘기면서 힘 있는 협의체가 됐습니다. 우리 국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죠. 보수는 거의 없어요. 거의 자비를 들여 활동합니다. 다들 내 나라에 기여한다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는 거죠."(조해형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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