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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야기

‘국민과 결혼’해 취임 90여일 맞은 朴대통령의 새 ‘소통방식’은?

by 달빛아래서 2013. 5. 29.

‘국민과 결혼’해 취임 90여일 맞은 朴대통령의 새 ‘소통방식’은?

  • 최우석 TV조선 정치부 부장
  • 입력 : 2013.05.29 03:31 | 수정 : 2013.05.29 09:31

    
	최우석 TV조선 정치부 부장
    최우석 TV조선 정치부 부장
    TV조선의 청와대 취재팀장으로 있으면서 요즘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윤창중 전(前) 대변인 사건입니다. 설마 그랬겠느냐는 ‘의문형’부터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대통령 순방 기간 중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는 ‘질타성’까지 다양합니다. 사실 방미 수행했던 기자들도 놀랐고, 청와대 근무자들뿐 아니라 윤 전 대변인을 임명했던 박근혜 대통령도 엄청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청와대는 귀국 후 방미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획이었는데, 상상도 못할 ‘사건’으로 계획이 크게 어그러진 셈입니다.

    그래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 이후 업무 스타일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왔듯이 ‘꿋꿋하게 하던대로’ 할 겁니다. 사람을 쓸 때 좀 더 신중하게 발탁하기는 하겠지만, 업무 방식은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만찬 5시30분에 시작해 7시 반 종료, 퇴근후엔 보고서 등 숙독하며 ‘홀로 시간’

    박 대통령이 안 바뀐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박 대통령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혹자는 박 대통령이 고집불통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원칙을 지킨다는 의미가 됩니다. 또 의사결정이 느리다고 야단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신중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와 이전 청와대의 가장 큰 차이는 근무 시간입니다. 박 대통령은 대개 아침 9시쯤 출근해서 오후 5시쯤 퇴근합니다. 특히 청와대 주최 만찬은 보통 5시30분에 시작해 7시30분에 끝납니다. 이전 청와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입니다. 7시30분에 시작해서 9시쯤 끝난 재외공관장 부부동반 만찬이 예외였을 뿐입니다.

    근무 시간이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이 여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남자들은 일과후가 업무의 연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밥 먹고, 술 먹고, 골프치고, 등산하면서 정보를 교환합니다. 여자는 (저도 남자이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남자들의 생활 습관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박 대통령은 일과후 관저로 퇴근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대표 시절에도 그랬고, 심지어 18대 대통령 후보일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걸 자꾸 ‘남자의 시각’으로 보다보니 대통령이 소통을 안한다고 비판하는 겁니다. 이전 대통령들은 관저로 측근 정치인들을 불러 술자리도 갖고, 술에 취해 응석 부리는 후배 정치인들을 격려하기도 했는데, 박 대통령은 일절 이런 게 없습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복선(複線)이 없는 정치인입니다. 본인이 밝힌 생각대로 추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그 복선을 찾으려고 혈안입니다. 없는 걸 찾는데, 못찾으니까 답답한 것이죠.

    
	2007년 2월 11일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공항에 온 박근혜 대통령이 귀빈실로 들어서고 있다./조선일보DB
    2007년 2월 11일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공항에 온 박근혜 대통령이 귀빈실로 들어서고 있다./조선일보DB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분명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2007년 제가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으로 일할 때, 당시 대통령 후보 경선 직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특파원 30여명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2시간30여분동안 외교·국방·교육·복지 등 사회 전분야에 걸친 송곳 질문들에 막힘 없이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너무 박학다식(博學多識)한데 놀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질문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뭐 하세요?” 박 대통령은 지체없이 “보고서 읽어요”하고 답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금도 관저에서 밤 늦게까지 각 부처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는다고 합니다. 아마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밑줄쳐가며 보고서를 읽었다고 하는데, 부전여전(父傳女傳)인 것 같습니다. 보고서로 소통하는 셈입니다.

    종편TV뉴스와 인터넷 등으로 민심과 실시간 소통

    박 대통령은 또 퇴근후 관저에서 종편뉴스를 포함한 TV뉴스를 빠짐없이 시청하고, 인터넷으로 언론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세상 여론을 ‘가감없이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합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朴 대통령./조선일보DB
    퍼스트레이디 시절 朴 대통령./조선일보DB

    박정희 대통령 시절엔 청와대 출입기자가 다 합쳐봐야 15명 뿐이었답니다. 숫자가 적다보니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던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이 가끔 토요일 오후에 출입기자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들었답니다. 언론 검열 등으로 언로가 막혀 있던 시절 영애(令愛)였던 박 대통령이 출입기자들로부터 가감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세상 민심을 전했다고 합니다.

    당시 기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자기 의견을 개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다 들어줬다는 겁니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청와대와 세상을 잇는 소통 통로였던 셈입니다. 지금은 그 역할을 인터넷이 하는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이 세상 민심을 직접 접하다보니 지금은 그 어느 누구도 거짓·왜곡 보고를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박 대통령은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인터넷을 검색해 파악한다고 합니다. 취임 직후 외국 귀빈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아무도 자료를 올리지 않았는데 박 대통령이 해당 국가의 최근 이슈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고 있어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이 밤새 보고서 다 읽고, 궁금한 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들이나 비서관들은 회의중에 혼비백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분명 공부 잘하는 모범생 스타일입니다. 모든 게 거의 완벽합니다. 밑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석이든 장관이든 말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은 수석들에게 전화든 대면(對面)이든 아무때나 보고하라고 한답니다. 하지만, 아랫 사람들은 말 한번 잘 못했다가 혼날 것 같으니까 슬금슬금 눈치 보는 경우가 많은가 봅니다. 윤창중 사건이 늑장 보고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내외 국민들의 민원 해결이 1순위, 實勢와 거드름피우는 이 없는 朴 정부

    대통령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좌진들이 대통령에게 직언(直言)을 서슴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청와대가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지는 좀 더 두고봐야할 거 같습니다.

    또 한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민원(民願)에 진짜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아예 청와대에 민원비서관이 따로 있습니다. 방미 순방때도 미주 지역 동포들의 민원을 해결하기위해 수행시켰습니다.

    박 대통령은 국민 1명의 민원을 해결하면 10만명 이상이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행사가 취임 당일 국민들의 민원이 담긴 복주머니 365개를 받은 것입니다. ‘보육시설을 늘려달라’, ‘취업 교육을 시켜달라’는 등 일반적인 민원들인데, 대부분 해결됐거나 해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국민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박 대통령만의 ‘소통 방식’인 것입니다.

    사실, 정부 출범초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열공했습니다. 처음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놓고 설왕설래했습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입니다. 기존 경제 시스템으로는 안되니까 창조적인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평소보다 밝고 화사한 옷차림으로 외교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조선일보DB
    평소보다 밝고 화사한 옷차림으로 외교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조선일보DB

    예컨대 IT와 농업의 융합, IT와 해외취업 등 융합해서 뭔가 새로운 방식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자는 것이죠. 경제민주화도 있는 사람 돈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나눠주자는 게 아닙니다. 불공정한 경쟁 관행을 없애 돈이 있든 없든, 힘이 세든 약하든,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정하게 링 안에서 싸우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혁신이 생기고, 성장하고, 도덕적 해이가 없어진다는 거죠.

    박 대통령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도 비판하지만, 약자의 도덕적 해이 역시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최근 신용불량자 11만명에 대한 ‘대사면’이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조건 사면된 사람은 1000여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에 한해 부채를 조정해준다는 것입니다.

    ‘국민과 결혼했다’는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90여일이 지났습니다. 윤창중 사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고 있고,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실세(實勢)도 없고, 거드름 피우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박 대통령에 거는 기대도 아직 매우 높고 큰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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